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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즐거움
김경집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무 살 때는 지금 이 순간이 인생의 꽃이라 여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하물며 나이드는 것이 즐겁다고 여겼던 적은 결코 없었다. 그저 그 순간이 힘겹고 괴롭고 어느 한순간 ‘늙은 순간’이 없었건만 한 살 한 살, 한해 두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두렵기만 했다. 앞으로 닥쳐올 시간들이 두려웠던가 보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지금, 예전에 내 인생의 선배들이 30대와 40대가 인생의 꽃일 거라며 그때가 되면 알 거라며 나를 토닥거렸던 그때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이듦의 즐거움’은 그때가 되어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다. 저자가 일상 속에서 포착한 아주 작은 감정들에 나는 온전히 공감한다. 예상치 않았던 안경과의 동거도, 가족과의 사진 속에서 언제나 부재중인 자신의 모습도, 저자는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앞으로는 덜 외롭고 덜 힘들 거라는 희망이 보인다. 아직도 꺼지지 않은 채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는 혼돈의 감정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잦아들 거라는 생각을 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끝으로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몇 장 읽어보고는 저자의 필력에 놀라서 다시 한 번 저자의 프로필을 읽게 되었다. 처음 내는 책이라고 하는데 인생에 대한 내공과 글솜씨가 만만치 않은 작가다. 점점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