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X 밀실의 죽음 ㅣ 한국추리문학선 25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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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잠든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간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고처럼 보였지만 부검 결과 밝혀진 사인은 질소 중독이었다. 더 이상한 점은 네 번의 죽음이 모두 다른 장소에서 발생했고 피해자들 사이에도 아무런 접점이 없다는 것이다. 사건마다 배우자와 전처, 불륜 상대 등 각기 다른 용의자가 존재했지만 네 건의 사건을 하나로 묶을 만한 이유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경찰은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피해자들이 모두 같은 차종인 배가본드 X에서 차박을 하다 사망했다는 것이다.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인지 누군가 치밀하게 설계한 살인인지 수사는 계속해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밀폐된 자동차라는 공간과 눈에 보이지 않는 질소라는 살인 도구가 만나면서 평범했던 차 안은 누구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섬뜩한 밀실이 된다.

 

이 작품은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것만큼이나 왜 같은 방식의 살인이 반복되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각각의 사건에는 서로 다른 인물과 사정이 등장하고 저마다 상대를 의심하거나 미워할 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범인을 짐작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가능성이 나타나고, 하나의 사건을 해결했다고 생각하면 다시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경찰과 함께 단서를 하나씩 좇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사건과 숨겨진 연결고리가 궁금해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평범한 자동차가 순식간에 죽음의 밀실로 바뀐다는 설정이었다. 차박이라는 익숙하고 편안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치밀하게 설계된 범죄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꽤 서늘하게 다가왔다. 차박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자동차라는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 같다.

 

또한 단순한 미스터리나 연쇄살인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의 욕망과 자기합리화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나름의 이유를 붙이고 그것이 옳다고 믿으며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한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삶을 위해서라는 이유도 결국 타인의 삶을 통제하고 판단할 권리가 될 수는 없다.

 

결국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범인이 누구인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내가 옳다고 믿는 기준이 다른 사람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고 바꿀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집착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돌아보게 했다.

 

사고처럼 보였던 네 번의 죽음과 같은 차종에서 반복되는 질소 중독. 범인은 처음부터 독자의 눈앞에 존재하는 듯하지만 사건과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순간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밀실 미스터리와 연쇄살인, 심리적인 긴장감이 있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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