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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 1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평점 :
장황하게 서론을 쓰다가 지우고 다시 처음부터 쓰기 시작했다. 일단 김혜린 작가는 내가 우리나라 만화 작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언제 김혜린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지, 작품과의 첫 만남이 언제였고 어땠었는지, 언제 어떻게 작품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려면 글이 꽤 길어질 것 같다. 아예 작품 이야기를 뒤로 미뤄두고 그 이야기만을 따로 빼내서 써야 할 것 같다. 고로 그 이야기는 적어도 '북해의 별' 이나 '비천무' 에 관한 글을 쓰기 전에 해야 할 것이다.
근데 이 두 작품 이야기를 지금 할 수가 없다. '북해의 별'은 본가에 있고, '비천무'는 최근에 구판(6권짜리)을 구하긴 구했는데 2권이 빠져 있지 뭔가. 2권에 뭔 사연이 있는지 얼마 전에도 알라딘 중고매장에 구판이 또 떴었는데 그 때도 2권은 없더라 에휴. ebook으로 읽는 걸 썩 좋아하지 않아서 (책은 종이를 넘기는 게 제맛이라고 생각함) 그걸로 구매하고 싶진 않고. 물론 예전에 어둠의 경로로 전체를 다 본 적이 있어서 내용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제대로 읽고 나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의 10년 전 비천무를 읽었을 때랑 최근에 읽었을 때랑 느낀 점이 많이 달라서.
어쨌든 오늘은 김혜린 작가의 최신작 '인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제야 본론ㅋㅋㅋ) 김혜린 작가의 연재작 단행본이 나온 게 아마 13년만인가? 일단 검색해본 바로는 그렇다. '불의 검' 12권이 마지막. 물론 그 사이에 '북해의 별', '비천무', '불의 검' 등이 애장판으로 다시 나오긴 했지만 이건 기존의 작품을 판형을 다르게 한 것일 뿐이니까. 그 사이에 '인월'이 연재되다 중단되기도 했고, 2015년엔 네이버 웹툰 '한국만화거장전 : 순정만화특집'에서 기억('광야'의 외전이라고 보면 된다)을, '한국만화거장전 : 만화보물섬'에서 'Eternal'을 발표한 바 있다.
'인월'에 대해 들은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네이버 웹툰에서 '만화가 만화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웹툰작가들이 선배 만화가들을 만난 것을 그린 적이 있다. 그와 관련한 상세 인터뷰가 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67898&cid=59116&categoryId=59116)
여기서 김혜린 작가가 새 작품 '인월'에 대해 언급했는데, 참고로 이 인터뷰, 2009년에 한 것이다. 이로부터 얼마 뒤에 팝툰에서 '인월' 연재를 시작했는데 2010년 2월에 '팝툰'이 폐간되어서 꽤 오랫동안 표류하다가 올해 2월호부터 '이슈'에서 재연재가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7년만의 외출'인 셈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BOGO에서 '광야' 재연재를 하긴 했는데 내 기억으론 새로 진척된 부분은 없이 기존에 연재된 분량만 재연재되다가 휴간된 걸로 알고 있다) '이슈'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발간된 잡지이니까 아마 작가님의 컨디션만 좋다면 안정적으로 쭉 연재될 것 같긴 한데... 그렇게 되겠지?
아무튼. 단행본 발간 소식이 들리자마자 예약을 해서 6월 27일에 드디어 받았다.
일단 1권을 읽어본 소감은, 그동안의 김혜린 작가 작품에 비해 굉장히 간결해졌다. 과거에 김혜린 작가가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 옷의 디테일 하나하나, 머리카락 한올한올까지 섬세하게 그리고 배경도 자세하게 그렸다면, 인월에서는 인물들의 이목구비가 생략된 부분이 굉장히 많다. 그렇다고 뭐 토가시처럼 심각하게 무성의하게 그린 건 아니고.
이야기의 전개 또한 불친절한 면이 있다. 기존의 작품들에선 전개가 휘몰아치면서도 사건의 단계마다 상황이나 인물의 감정, 성격 등이 잘 묘사된 것에 반해 인월은 이야기들이 그냥 휙휙 지나간다. 때문에 맨 처음 읽었을 때에는 여긴 어디인가 도대체 얘는 누구고 쟤는 누구인가 하는 혼란이 왔을 정도이다. 작가의 내공 때문에 막 이 불친절함이 요새 화제가 된 모 영화 급인 그런 건 아닌데, 어쨌거나 불친절하고 한번에 이해하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아마도 김혜린 작가의 체력문제와 연관이 있나 싶다.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56세이신데 그림 그린다는 게 분명히 힘에 부칠만 하다. 2,30대 웹툰작가들도 팔과 관련된 고질병을 달고 사는데 그들보다 서른 살은 많은 분이시니 오죽할까. 연재를 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해야겠지. 인물들을 묘사하거나 이야기 만들어내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우리나라 만화계에서 대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크게 걱정이 되진 않는다. 그저 완결까지 무사하게 연재하실 수 있기만 바랄 뿐.
현재 단행본 분량 뒤의 이야기까지 보진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전에 작가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아마 형제가 황산대첩에 휘말리지 않을까 싶다. 관건은 맨 처음에 등장한 쥬로가 아지발도냐 아니냐인데... 나이에서도 그렇고, 애가 좀 비리비리해 보이는 것이 아지발도일 것 같진 않다. 그래도 뭔가 왜구 대장 중 하나는 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이때까지 김혜린 작가 작품에서 단순한 들러리로 허투루 등장했던 인물은 없으니까. 아직까지 작품 속에 나온 이름 중에 실존인물은 이성계밖에 없는 것 같다. 왕우라는 사람이 이 시대에 있긴 했는데 나잇대가 뭔가 안 맞는 느낌이고. 과연 주인공들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고려가 망한 뒤에도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고려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가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