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발전은 어째서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을까


책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생리학자로 출발하여 진화생물학과 생물지리학으로 영역을 확장, 연구하는,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다.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된 1997년의 인류사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잘 모르겠지만,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에 따르면 과학혁명이 만들어낸 학문을 인류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이 책은 나라간의 불평등은 인종적 차별이 아니라 우연히 주어진 ‘환경‘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아주 우연히 문명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덕이라는 것이다.

모든 역사를 환경적인 요인으로 풀어내기에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과학적인 검증방법과 데이터를 통한 객관적인 실증방식은 과학혁명이 인류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쓰게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는다. 전쟁사나 획기적인 발명품의 시작은 늘 개인이나 정치적 관계에서 오는 원인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인류가 처한 생물학적 지리적 환경을 과학적 통계와 기술로 풀어내 아주 쉬운 논문을 보는 듯한 서술방식을 쓰고 있다.

우리기 흔히 접하는 인류사는 4대문명을 시작으로 문명의 이동과 국가의 탄생, 그리고 유럽중심의 종교와 전쟁사로 확장된다. 시간의 흐름순으로 시작하는 기존의 서술방식이 아니라, 인류사 전체에서 가장 혁신적인 순간인 총, 균, 쇠의 영향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 즉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시작된 문명이 아프리카와 남북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으로 이동하면서 가능해졌다. 유라시아는 지리적으로 동서로 이어진 축을 가지고 있어 문명의 이동이나 확산이 유리했다. 남북축을 가진 아프리카나 중앙아메리카는 남북의 중간에 사막이나 높은 고산지대 등 문명의 이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지중해성 온대성 기후로 작물화할 수 있는 야생식물과 가축화 하기 쉬운 사회적 야생동물도 다른 대륙에 비해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정주형 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잉여생산으로 인해 전문 정치인들이 생겼고, 문자가 발생했으며 기술의 발견이나 발명에 유리한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진 총 균 쇠가 현대 세계의 불평등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건은 스페인의 오합지졸 162명이 잉카제국을 몰락시킨 사건이다. 전쟁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낸 잉카제국의 주민들은 총과 말을 앞세운 스페인의 군대에 패배했고, 그들이 가진 전염병과 전쟁기술은 결국 잉카제국을 무너뜨리게 되었다.

일찍이 유럽과 달리 독립된 문명으로 문자와 종이 같은 획기적인 발명품을 가진 중국이지만, 2000년 가까이 하나의 언어로 통일된 하나의 중국으로 남아있어 오히려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한번도 통일된 적이 없이 제각각의 언어와 각각의 전통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 싶고 이웃나라들과 경쟁하면서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600페이지의 압박을 벗어버리기는 쉽지 않지만, 총균쇠의 큰 맥락에서 이들이 발생하게 된 원인인 식량생산과 가축, 문명의 발달로 인한 문자과 각종 발명품, 그리고 기술의 발달, 중앙집권적 정치로 인한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오늘의 불평등의 원인을 고찰하는 ‘역사학의 보조 학문‘이라는 역사계의 상식을 깨뜨린 아주 명징한 인류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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