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를 하기 위해 억지로 눈물 흘린 적은 없었지만 눈물을그치기 위해 이 놀이를 하던 때는 있었습니다.
- P13

‘시작‘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마음속에 문이 하나 새로
생기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문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문고리 밑에
‘당기시오‘라는 글자가 작게 적혀 있을 테고요
시작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나에게 그동안 익숙했던 시간과 공간을
얼마쯤 비우고 내어주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밖으로 열리는 문이 아닌
늘 안으로만 열리는 문
시작이라는 문 - P15

사는 일이 이상합니다. 마음에 저승 같은 불길이 일고, 그것을 손으로 비벼 끄다가, 발을 동동 구르다가, 어느새 말과 행동까지 뜨거워져서는 어쩔 줄 몰라 합니다. 하루하루를 이렇게 보냅니다. 그러다 다시 지금 같은 깊은 밤이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마음의 빈 들판을 봅니다. 제게 주어진 밤이라는 시간을, 낮 동안 일어난 불길을 덮는 데에 온전히 쓰는 기분입니다.
- P41

정의
사랑은 이 세상에 나만큼 복잡한 사람이 그리고 나만큼 귀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새로 배우는 일이었습니다 - P101

다시 행신
용서 못할 사람이 잘못이지, 용서 못한 사람이 잘못인가?
노력해서 누군가에게 용서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내 노력으로 안 되는 거야. 잘못보다 더 천천히 와야지, 잘못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워야지. 용서라는 것은말이야.
- P135

사찰에서든 교회에서든 성당에서든, 제가 비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저는 아무것도 빌지 않게 해달라고빕니다. 이 기도에는 욕망을 줄여 마음과 몸을 간소하게 살고 싶다는 뜻도 있지만 ‘아무것도 빌지 않아도 될 만큼 평온한 일들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큰 욕심도 있습니다.
- P154

들추어 밝히는 대신 그냥 덮어두는 편이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또 덮어두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의 마지막과 그 사람의 마지막을 같이 두는 것이 아니라 나의 중간에서 그 사람의 마지막을 보거나 아니면 그가 중간쯤 왔을 때 나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덮어둔다는 것은 어느 낮은 시간을 그냥 흐르게 하는 것이고, 그곳으로 흘러오는 것들을 마다하지 않고 반긴다는 뜻이며 한참 세상이 지나 그 위에 무엇이 쌓였다 해도 변함없는 것들을 다시 찾아내는 일입니다.
- P157

어떤 일의 이루어짐은 그것을 바랐던 사람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삶이라는 것이 혹은 계획이라는 것이 늘 마음처럼 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바람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루어진다는 말 자체는 성립되지 않을 테니까요.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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