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혹은 나치의 광기 속에서 살아남은 증인으로서 그는 전후 독일 사회에 만연했던 일회적이고 난폭한 과거 청산의 형식을 거부하고, 평생에 걸쳐 "불명예와 절룩이며 그 뒤를 따라오는 부끄러움에 대하여" 썼다. 끊임없이 돌을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기존의 모든 것들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그라스의 친위대 복무 이력과 이후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행보 탓에 작가의 양심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을 때, 『고양이와 쥐는 작가가 복원한 기억의 미로를 따라 그가 생각한 죄책감의 성질과 부끄러움의 시원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필렌츠의 불안한 회상과 기억 안에, 비대한 후두를 가졌던 말케의 광적으로 분열된 자아 속에, 이들에게 자신을 조금씩 나눠주었을 그라스의 모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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