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2학년 설계 수업 시간에 각자 전문직을 가진 40대 부부가 살 집을 설계하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 나는 서재가 2개인 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참담했다.
"이런 집이 어디 있어? 서재가 왜 2개나 필요해?"
그 말을 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결혼한 남자를 모두 서방이라 일컫는 것처럼 서재는 곧 남자의 방이라는 생각이 박힌 모양이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났다. 나는 결혼으로 2인가구가 되었다. 방 하나는 침실로, 또 하나는 서재로 쓰던 24평의 2LDK 아파트에서 우리는 무언가가 몹시 불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함께 쓰는 침실도, 함께 쓰는 거실도, 거기에 놓인 하나뿐인 침대도 TV도 불편하지 않았지만 공동의 서재에서 컴퓨터 하나를 시간대별로 나눠 쓰는 게 무척 불편했던 것이다. 우리는 곧 3LDK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침실과 거실은 함께 쓰되 서재는 각자 따로 쓰기로 했다. 그리고 그 서재에서 나는 14권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