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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모리 마리는 일본 근대문학의 대가 모리 오가이의 장녀라고들 한다.
하지만 난 모리 오가이의 글은 보지못했다. 그러니 모리마리의 아버지가 모리 오가이였던거다.
홍차와 장미의 나날은 그녀의 산문집인데 책을 이해하기위해서는 그녀의 성장스토리를 알아야한다. 물론 그녀가 살아온 일본의 모습이라든가 사람들, 고유명사를 가진 물건이름들을 알아야 이해도를 높힐수 있다. 책을 흥미롭게 읽기위해서라도 필수사항이 아닐까 싶다.
마리는 1903년 태어났다. 백일해라는 전염병에 걸려서 생사를 왔다 갔다 했지만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대단한 문학가이면서도 꽤 높은 계급을 달고 있는 군의관이었다. 그 덕분에 마리의 유년시절은 풍족했다. 소설속에서도 보면 "나는 엄청 애지중지 자란 아가씨라서" 라고 말한다. 눈을 뜨면 하녀들이 씻겨주고 입혀주고 가마로 학교까지 데려다 줬다. 또 , 그의 아버지 오가이가 시집가기전인 16세까지 무릎에 앉힐정도로 예뻐했다고 한다. 그녀의 이름에서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유학파였는데 그녀아버지도 독일에서 꽤 오래시간 유학을 한 탓인지 자녀들의 이름을 독일계+프랑스계의 느낌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리도 풍족하게 자라면서 프랑스어, 독일어등 4개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두번의 이혼과 아버지, 어머니의 죽음후 아버지소설의 저작권 수입마저 끊기고나서는 생활능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그녀에게 가난이라는 막다른길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뿐아니라 그녀의 형제들도 아버지에 대한 글을 썼었는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집중을 받은건 마리뿐이었다.
마리는 환상적이고 우아한 세계를 표현하는데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는 에세이스트였지만 미식가이기도 했다.
그녀의 산문집을 읽으면서 그녀가 왜 미식가가 될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풍족하게 살면서 이나라 저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요리를 맛보고 최고의 재료와 고급진 음식들로 입을 길들여왔는데 미식가가 안되는게 더 이상한거 아닌가? 하지만 그녀는 요리도 잘했다고 한다. 그녀가 어렸을때로 돌아가면 그당시 일본의 주방은 비좁고 음침한 곳이었다고 한다. 부모도 마리에게 주방을을 가르치지도 않았을 뿐더라 마리도 그곳에 가고 싶지않았다고 한다. 결혼하고 나서는 엄청나게 큰 주방이 있었는데 그곳도 일하는 하녀들이 맡은 분야가 있었고. 진두지휘하는 사람이있었기때문에 보조역할만 했다고 한다. 나중에 혼자 살게 됐을때도 주방이 비좁고 그래서 주방하고 인연이 아닌가보다 라고 했는데 요리까지 잘하는 미식가였다니 아마도 타고난게 아닌가 싶다.
p. 63 사실 나는 어느정도는 미치광이 일지도 모른다. 다시말해 반드시 내가 생각한 대로의 요리를 내가 생각한 대로 해서 먹지 않으면 아무래도 싫다는 것인데, 그 싫은 정도가 좀 병적일 정도로 심하다. 회를 간장에 담그는 정도에 대해서도, 무 간것이나 여뀌를 뿌리는 정도에 대해서도 까다롭다.
p. 69 오랜세월 주부였던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자로고 요리의 맛을 살마마다 호불호가 갈리며, 큰 숟가락으로 몇숟가락, 몇그램이라는 식으로 정해버리면 오히려 재미없다. 두세번 만들어보면 잘되리라 생각한다. 요리의 맛은 봄이나 여름등 계절의 변화, 그날그날 날씨상태, 선선하거나 덥거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또 먹는 사람의 기분에도 변화가 있으므로 숟가락으로 몇숟가락, 몇개, 몇그램이라는 식으로 융통성없이 만들수 없는 법이다.
깐깐한 미식가인듯 하면서도 요리법에 대해서는 느슨했던 그녀였다.
마리는 프랑스의 음식을 찬양했다.
p.152~153 일본에서는 맛의 파괴나 취향의 파괴에 대해 미칠듯이 화내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맛이 없고 우표도 잡지도 포장지도 못생긴것이다.
일본을 여행할때면 어느집을 가도 평타는 되는 맛들이어서 대부분의 집들이 맛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려서부터 다양한 고급요리에 길들여진 그녀의 입맛에는 만족할 수 없었나보다. 그 시대와 지금은 달랐던걸까??
그리고 마리는 애지중지 키워진 아가씨라고 스스로를 일컫듯. 글 속에서 자신을 높혀 말하곤했다. 정말 콧대 높은 부자집 아가씨였구나..라는 느낌을 들게 맛드는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잘못된 번역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경우가 종종있는걸 보니 그건 아닌가 싶었다.
p.131 나는 엄청나게 애지중지 자란 아가씨라서학교에서 돌아오면 부엌쪽으로 가서 하녀에게 "얼굴 씻을 더운물"하고 말씀하신다. 그런 다음 세면대가 딸린 삼첩방에서 더운물로 얼굴을 씻으시고 간식을 드시는 순서였다.
p. 175 나는 뭔가 하나가 마음에 들면 며칠이고 질리지않아서 앞서 말했듯이 요즘은 매일 이차고 거리의 정육점에서 크로켓열개와 닭가슴살 200그램을 사신다.
p.179 자신은 간볼때와 마무리할때 잠시 부엌에 납셨다.
같은 문장들이다. 스스로를 가리켜서 하신다. 사신다. 납신다라니..
너무 직역이 아닌가 싶었다가도 이렇게 번역했기에 마리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더 잘 알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맛이 있다는것이다.
p. 72 빵과 달걀 우유에 바닐라를 넣은 따끈한 과자, 얼음사탕을 드거울때 녹인 차가운 홍차등은 자주 즐긴다. 매년 7월에 솔덤자두의 껍질을 벗기고 씨를 뺀 뒤 체에 걸러서 적포도주에 섞은 음료를 만든다. 위스키만 마시는 술고래 아들도 감탄하며 칭찬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리큐어다.
책을 보면서 초밥도 먹고, 초절임도 먹고 크로켓도 만들어먹어봤다.
이대로 따라한다면 모리 마리가 즐긴 그 맛 그대로를 나도 느낄수 있을까?
요리로 시작해서 요리로 끝이난다. 요리마다 담긴 추억들을 들려준다. 지인의 이야기, 시댁이야기, 또 아버지 이야기 등등,,
스스로 겪은 간단한 에피소드도 음식과 함께 풀어낸다. 우리나라의 요리와는 다른 것들이 많아서 맛이나 이미지를 상상할 수 없는 요리들도 많았지만 그것대로 괜찮았다. 모르는 배우이름이 나와도 모르는 고유명사들이 나와도 흐름에 맡겨서 상상해보는 재미,
겪어보지 못한 생활고에 힘들었을 중, 장, 노년기를 맛있는 요리와 함께 그럭저럭 행복하게 보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