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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씽킹 WEALTHINKING (양장) - 부를 창조하는 생각의 뿌리
켈리 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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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른 가까이 까지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다. 시간 관리법,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법, 직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법 등. 그 말이 그 말 같은 말이 반복되었는데도 계속 자기계발서를 읽은 이유는 책장 넘기는 맛이랄까? 술술 잘도 넘어가니 한두 시간이면 책 한 권은 뚝딱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며, 나처럼 성공하지 못했지만, 서점이나 고시원, 자취방 어느 구석에서 침을 꼴딱 넘기며 희망을 품는 그 마음이 가상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그렇다.


이제는 내 아이가 웰씽킹과 같은 자기계발서를 곧 읽을 나이가 됐다. ‘부를 창조하는 생각의 뿌리라니 내가 서른 무렵일 때 보다 몇십 배는 더 많은 부를 깔고 앉은 부자들의 이야기를 선망하는 이야기, 감히 선한 영향을 주겠다는 이야기, 이런 용감한 이야기를 나는 어찌 읽어야 할까? 일단 다른 책을 읽듯이 정독을 했다. 예상대로 책장은 술술 잘도 넘어갔으며 그 말이 그 말 같은 말이 반복됐다. 원하고 바라며 선언하고 계획하면 이뤄진다는, 정말 마음먹기에 따라 부도 따라온다는 뭐 그런 이야기, 마음의 영향력을 너무 크게 생각하는 이 이야기는 16세에 와이셔츠 공장에서 일하다 가장 친한 친구가 황망히 죽자 공장을 벗어나 일본과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엄청난 빚을 진 후 사업에 실패하고, 그 이후 천여 명의 부자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공부 끝에 부자가 되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인데, 이 엄청난 성공 서사는 안타깝게도 부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별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녀의 자산 형성 과정은 초밥 도시락 사업을 했다.’ 정도만 나와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마음만 먹으면 된다는 식이다. 나처럼 해봐요, 저도 이렇게 부자가 됐는걸요,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세요. 란 말 뒤에 가려진 말 해지지 않은 많은 것들, 그걸 말하지 않는 돈에 대한 무한 긍정은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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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무언가에 과정이 있다는 걸 알아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그리고 그 과정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늘어간다. 용서하지 못할 사람과 차마 용서를 청하지 못할 사람이 늘어가는 일이기도 한데 그건 내가 살아 있어서. 그리고 나는 그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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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재미있게 읽는 법 - 발견하고 창조하는 소설 읽기 더행의 독서의 궁극 시리즈 2
조현행 지음 / 생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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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해한다. 하지만 소설은 정말 재밌다. 꼭 한 번 읽어보라, 말하고 상대가 재밌게 읽을 만한 소설을 찾아주려 애쓴다. 소설은 다른 어떤 책 보다 함께 읽을 때 흥미가 몇 배는 더해진다. 같은 인물과 사건을 보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할 때, 그 논리를 들어 보면 한 편의 소설이 아니라 소설을 읽은 사람 수대로 다른 소설을 읽은 기분이 들고, 해석이 서로 엇갈리다가도 어느 한 부분 교집합을 찾았을 때 그 기쁨은 또한 얼마나 큰지, 내 생이 마치 모두에게 이해받은 기분이랄까? 말하자면 나는 소설과 사랑에 빠졌다.

‘소설 재미있게 읽는 법’(조현행∣생애)은 소설에 대한 사랑을 논리적인 언어로 펼치는 책이다. 나의 약간은 감상적이고 막연한 소설에 대한 사랑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한 글을 만나니 반갑다. 소설 읽기란 무엇인가? 소설을 읽으면 무엇이 좋은가? 소설, 어떻게 읽는가? 에 대한 답, 그리고 작가가 아끼는 소설에 대한 서평을 4개의 장으로 나눠 담고 있다. 문학 서평가이자 독서 칼럼니스트인 조현행은 소설 읽기란 무엇이며 그 효용성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다.

-소설 읽기는 질문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며, 최고의 창조적 작업이다.
-책 속의 내용을 그림을 그리듯 머릿속에 그려 봄으로 상상력과 사고력이 촉발된다.
-소설 읽기란 차이를 발견하고 손쉽게 똑같아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소설의 안과 밖을 두루두루 탐사하고 그 시대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설렘을 경험하는 것이다. 삶이 충만해지고 층위를 더욱 두텁게 만든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타인의 고통을 마음에 그려 보는 것이다.
-인간의 실존을 탐구한다. 듣기 좋은 말, 달콤한 말들의 둑을 무너뜨린다.
-도덕적 가치 판단을 넘어 한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로 나아가는 일이다.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공감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바꾸어 놓는 일이다.
-내 자리에서 도저히 볼 수 없는 다른 세계를 경험해 보는 것이다.
-자기를 객관화하는 훈련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의 한 과정이다.
-불가능을 상상하는 빛에 의지해 인간과 세계를 탐사해 나가는 역할을 한다.
-내가 모르는지조차 몰랐던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멋진 말들 가운데 나는 소설 읽기란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의 한 과정이란 표현이 마음에 든다. 김애란, 김금희, 최은영, 한강 등 내가 즐겨 읽는 요즘 한국 소설가의 소설에 관한 서평을 볼 수 있어서 소설에 대한 재미와 이해를 더할 수 있다. 소설 함께 읽는 모임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요한 안내서가 될 것이며, 이런 효용을 떠나 나처럼 소설을 사랑하는 작가를 만나다니, 그저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다. 소멸 중이라는 소설의 세계를 함께 지킬, 든든한 동지를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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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레벨 업 - 제2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17
윤영주 지음, 안성호 그림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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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상상을 한다. 나를 괴롭히는 악당이 있다면 램프 속 요정이나 라임오렌지 나무가 분명 나를 구하거나 위로해 줄 거라 믿는다. 아이들의 고단한 현실은 판타지에 반영된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던 성냥팔이 소녀가 한 개의 성냥을 그어 만들어낸 따뜻하고 풍요로운 환상의 세계, 그 세계가 찬란할수록 당시 가난한 어린이들의 현실은 더없이 비참했을거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윤영주 작가의 <마지막 레벨 업>을 읽고 처음엔 그저 요즘 아이들의 입맛에 맞춘 게임 이란 소재를 적당히 잘 다룬 이야기, 결말은 어른의 입장을 반영해 ‘게임만 너무 많이 하며 너를 망치게 되니 적당히 빠져나오렴’이라고 훈계할 거란 예상을 했다. 예상은 많이 빗나가지 않았지만, 이야기 전개는 예상과 달리 아이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학교 폭력과 일진, 엘리트 코스를 밟기를 바라는 부모의 과도한 기대, 나의 꿈인지 부모의 꿈인지 알 수 없는 진로, 뭐 하나 스스로 결정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세계, 그 세계 안에서 자유롭고 활력이 넘치는 아이들, 자신의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세상의 윤리쯤은 헌신짝처럼 여기는 어른의 무서운 이기심, 아이들은 조정하기 나름이라는 어른들의 착각과 아무리 척박한 상황에서도 성장하는 아이들, 그리고 성장한 아이들의 윤리적인 선택과 우정 등, 생각할 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넘쳐나는 이야기다. 이 모든 이야기를 가상현실 게임 속에 너무나 생생하게 버무려놓았다. 게임을 좋아하는 어린이 독자가 책도 게임만큼 재밌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는 기대를 부른다. 게임을 모르는 어른은 더 많은 걱정과 반성을 하게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정말 재밌다.

<마지막 레벨 업>의 결말은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생각나게 한다. 악의 화신 용에게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형 요나탄을 구하기 위해 사후 세계에서 그다음 사후 세계로 용감하게 넘어가는 동생 칼, 동화가 발표됐던 당시 어른 독자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듯한 칼의 이런 결정을 두고 비난을 쏟아냈다지만, 어린이 독자들은 통쾌한 결말에 무척 만족했다고 한다. 나 자신을 지키며 생동감 있게 살기 위해서는 폭력과 부도덕이 넘치는 세상을 과감하게 깨 부숴야 한다. 사탕발림에 속지 않는 어린이들의 결기가 부럽고 사랑스럽다. 멋진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용감한 선우와 원지와 같은 아이들을 가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만나고 싶다. 어느 날 나와 눈을 맞추지 않고 불만만 가득하던 내 아이가 실컷 게임을 하고는 나에게 싱긋 웃을 때, 어쩌면 나도 슬쩍 마주 웃을 수 있는 용기도 생긴다. 야단을 치기보다 아이가 처한 현실과 그 마음을 한번은 미뤄 짐작해 보는 슬기로운 부모가 아주 잠깐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준다. 사춘기 아이들이 어른에게 느끼는 모난 감정을 <마지막 레벨 업>을 통해 가상 체험한 기분이다.

#마지막레벨업#어린이책#한학기한권읽기#사자왕형제의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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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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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엔딩>은 김려령, 배미주, 이현 등 8명의 작가가 쓴 전작의 외전 8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전작을 보고 마음속에 일었던 감정이 되살아나며, 작가는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되살려 뒷이야기를 새롭게 꾸렸을까 궁금했다.

첫 이야기는 김려령의 <언니의 무게>다. 전작 <우아한 거짓말>에서 따돌림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동생과 동생을 지키지 못한 언니의 이야기가 워낙 강렬하게 남아있어 뒷이야기를 따라 읽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가해자였던 동생의 친구는 피해자가 되고, 용서받지 못해 불행하다. 따돌림을 되 물리지 않으려는 언니의 언니다움이 믿음직하다.
이현의 <보통의 꿈>은 <1945, 철원>에서 청소년이었던 주인공이 할머니로 등장한다. 주인공 자리는 그녀의 손녀 미래에게 넘겨주었다. 복싱 국가 대표가 꿈인 미래는 북한에서 꿈을 이루고 싶지만, 탈북을 결심한 가족으로 인해 꿈이 좌절될 위기다. 장마당, 복싱 경기장, 피자 전문점, 택시 등 군대 열병식이나 핵 시설 등 박제된 북한의 모습이 아니라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거기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 실감 나면서 가보지 못한 북한을 상상할 수 있어 새롭다. 분단은 현재 진행형이고, 할머니와 미래에게 이 분단은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고통을 안겨준다.
백온유의 <서브>는 전작에서 마음 아프게 만났던 주인공 온유와 친구 자매 이야기다. 운동부 내 폭력과 막막한 진로를 이야기하는 데, 슬프면서도 행복한 건 마음을 나눌 자매가 있고 온유 같은 친구가 있어서다. 무엇보다 떡볶이와 라면이 있지 않나?

꿈을 꾸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소설 속 청소년들을 만나며, 전작이나 뒷이야기나 작가가 놓칠 수 없었던 건 결국 ‘성장’이 아닌가 싶다.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듬직하게 잘 자란 청소년을 다루고 있는 김중미 작가의 <나는 농부 김광수다>의 광수 이야기를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모험은 자기가 태어나 살아온 곳으로부터 떠나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처럼 계속 살아온 곳을 지키며,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도 모험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좀 멋진 것 같다. 우리 할머니가 늘 말했듯이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김광수다”


#두 번째 엔딩 #창비사전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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