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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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스 병장의 임종을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된 나는 전능한 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 구체적이고 설명 가능하며 예상 가능한 것만 믿는 성향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위협을 느낄 때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데 아주 능숙해졌다. p121/해리

"이 골짜기에 악령이란 게 있다는 걸 알아두게. 이 산이 말이야. 여기에 사는 쇼쇼니족과 배넉족 인디언들은 그 악령에게 이름을 붙여주긴 했지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이 아니라서 난 그냥 악령이라고 부른다네. 이곳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이상하면서 위험한 일이. 이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에게 일어나.

............." p133/해리

이 두 문단사이에 간극을 메꿔줄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아이다호주 쪽 티턴산맥에 면한 소 울타리를 두른 6만 7000평의 대지와 302평짜리 집을 무대로, 도시에 살던 35살의 해리와 30살의 사샤, 그리고 이들의 반려견 골든리트리버 대시, 이들이 신혼집으로 정한 이 곳에서 첫 봄여름가을겨울의 시간을 보내며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가 511페이지에 빼곡히 담겨있다.

국유림이 가까이에 있으며 시야에 한계가 없는 듯한 산맥아래 끝없이 펼쳐진 곳에서 해리와 사샤는 그들의 천국을 꿈꾸지만, 옆 목장의 댄과 루시 노부부가 전해준 이야기가 그들을 심란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계절마다 찾아오는 산 악령의 존재와 이에 대처하는 '악령보호' 규칙, 계절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악령과 그 악령에 따른 대처법을 듣고 난 해리가 느낀 점이라고는, 새로운 이웃에 대한 토박이들의 텃세가 참 거칠구나 하는 이성적 판단에 따름이다. 사샤 또한 믿지 못할 이야기라 생각하지만, 그들보다 오래거주했던 이들에 대한 신뢰와 진지한 태도로 그들에게 전달하는 악령지침은 그냥 헛소리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느꼈다.

한주 두주, 시간이 흘러도 그들이 경고한 일은 나타나지 않고, 역시나 텃세인가 싶고, 헛소리인가 싶은 생각이 굳어질 때쯤, 연못에서 노란 빛이 떠오른다. 그 노부부가 우리를 골탕먹이려고 손전등을 빠뜨린건 아닌지, 생각해보지만, 어쨌든 뭔가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지고,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악령보호규칙을 따라야 할것 같아, 그들이 말한대로 온 집안의 문을 걸어잠그고 난로에 불을 지핀다.... 그 빛이 사라지고, 해리는 연못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지만, 이후 또한번의 빛이 떠오른 후, 카메라를 확인해봐도 누군가 연못에 무언가를 던진 흔적은 없다......

직접적 피해가 오지 않았던 봄의 악령이 지나가고, '곰 사냥'이라 불리는 여름의 악령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비상식적이라, 오히려 기다려지기조차 했다. 그러나, 그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하필, 사샤가 도시로 나갈 일정이 있어, 해리가 혼자 남았을때!

벌거벗고 뛰어오는 남자와 그뒤를 쫓는 곰을 봤을때, 무조건 남자를 쏴라.

뜬금없이 산쪽에서 나체로 뛰어오는 한 남자, 울타리 안에서 바로 쏴버려야 할텐데, 해리는 남자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린다, 사람이 사람을 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해리는 진절머리나게 알고 있고, 모든 것을 터놓는 사샤에게까지 숨겨왔다. 그래서, 그는 쉽게 방아쇠를 당길수 있지만, 당길수 없는 갈등을 겪는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형체는 인간이지만, 느낌은 기이한 그 생물체, 결국 노부부가 전해준 지침대로 그는 총을 쏴버린다. 그리고 그 생물체를 갈갈이 찟어 끌고가는 곰을 넋놓고 바라본다. 자, 이 기이한 현상이 가을에도 겨울에도 나타난다고 하는데, 얼마나 더 괴상하고 고어할지 상상이 안되는 상황에서 어디서 책을 멈춰야 할지 몰랐다.

동물은 인간과 다른 명민함이 있다고 하는데, 대시 또한 그러했다. 해리와 사샤가 악령에 대비할 수 있게, 미리 스산한 낌새를 느끼고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대시, 아마도 작가 형제 또한 동물을 키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대시의 행동은 영리했다.

가장 쉬울거라는 겨울악령은 이들 부부에게 최악의 현현이었다. 바로 해리때문이었다. 그에게도 버거웠던 과거가 악령의 모습으로 이들이 쬐어올줄은.....그러나, 해리에게는 사샤와 대시가 있다. 그들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들이 두려움에 맞서는 장면은 마치 내가 그들인듯 오싹했다. 해리와 사샤, 대시는 이곳에서 잘 살 수 있을까? 딱히 스포랄거는 없겠지만, 넷플릭스에서 영상화 한다고 하니, 이쯤에서 이야기를 거둬야 할것 같다. 이미 띠지에서 영상화된다는 홍보를 접하기도 했지만, 읽을수록 활자보다 영상으로 전달될 느낌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장르를 굳이 붙이자면 공포호러물이지만, 해리와 사샤 를 번갈아가며 소제목을 달아 전개되는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그저 자신들이 가장 원하던 '집'을 샀을 뿐인데, 어쩌다 그들은 한번도 아니고 사계절내내 그들을 옮아매는 악령을 마주해야 됐던 걸까. 이미 수많은 공포호러물의 익숙한 소재인, 집과 악령과 사람의 얽힌 관계를 공간과 시간 모두 확장하여 더 거대한 공포를 불러오며, 주술과 소환의식까지, 이야기속에 스며들도록 녹여내는 형제작가의 내공이 한여름에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 다산북스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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