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살
이태제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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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비쥬얼의 커버가 눈에 띄는 책을 만났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 #푸른살 은 데뷔작이다. 2095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선과 악을 외모로 구분하는 세상이 온다면? 이라는 소재와 주제로 이전에 만나보지 못한 독특한 상상력에 매료되어, 그 흡인력에 마지막장까지 한호흡으로 읽었다.

금환일식을 5일 앞둔, 2095년 11월 22일, 한반도. 국제교도소에 테러가 벌어졌고, 이 와중에 탈옥수들이 한반도에 잠입하여 휴머노이드 경찰과 어린아이 한명을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 경찰 드레스덴이 움직이고, 탈옥수들 중 10년 전 '섬광 대학살'을 일으킨 학살자 '아이버스터'가 포함되었을지도 모르는, 전세계적의 이목이 쏠리는 사건을 마주한다.

드레스덴은 골이 지끈거려 관자놀이를 꾹 누르려다가 푸른 살의 뭉클한 감촉이 손끝에 닿자 불에 데기라도 한 듯 얼른 손을 뗐다. 쇄골 부근까지 번진 푸른 살은 이젠 살짝만 건드려도 고통스러웠다. p24

책의 제목이기도 한 푸른 살, 2035년 아프리카대륙에 떨어진 외계의 운석에 묻은 푸른 살 포자가 인간에 옮겨져, 인간이 폭력성을 드러내면 푸른 색 살이 조금씩 피부위로 올라오고, 이는 지속적으로 증식하여 결국 마비를 일으키다 청나무로 변해버리는 기괴한 변이작용이다. 책표지의 그림이 바로 이 푸른 살에 의해 변하는 청나무를 표현한듯 하다. '아이버스터'는 이 푸른 살을 스크린에 점멸하는 '섬광' 화면으로 프로그램화해서 지구상의 2억명을 하루아침에 청나무로 만든 대학살의 주점이다.

휴머노이드 경찰 레미는 이 탈옥수들 - 인디고-에 붙잡혀, 어린아이 동수와 함께 끌려다니고, 이들의 외모적 특징에 따라 레미가 이름 붙인 자 중에서 눈이 안보이는 '블라인드'가 말한다.

"하지만 상심할 필요는 없어. 머지않아 인간들은 누가 나쁜 놈이고 누가 착한 놈인지 알 수 없게 될 거야. 처음엔 서로를 믿지 못했다가,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시간을 허비하다가 죽을 거야. 그렇게 평생 불안에 떨며 살아가겠지." p176

우리는 타인이 어떤 행동을 하기전에는, 상대방이 악한지, 선한지 알 길이 없다. 폭력을 미리 예측해서 범인을 잡는다는 소재로 했던 영화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이 소설에서 폭력의 자극에 노출되면 피부가 푸른 살로 변하는, 외모의 변화로 손쉽게?! 범죄를 구분하는 세상이 온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살기 좋아진 건가? 범죄율이 낮아졌지만, 폭력의 자극은 다양하게 인간을 찾아올수 있다.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도 폭력이라는 요인으로 인간을 잠식하자, 부를 가진 자들은 신체를 기계화해서 삶을 이어가는 연명수단을 영유한다. 드레스덴이 경찰로서 행동하는 일들 또한 폭력을 동반할 수 밖에 없어, 그 또한 푸른살에서 자유로울수 없고, 경찰이라는 특수성에 이를 잠시나마 잠재우는 약물이 있지만, 과거 대학살에 희생된 가족의 곁으로 가고 싶어, 약물을 거부하며 고통속에 자신을 방치한다.

이 세계를 다시한번 '대학살'로 이끌 욕망을 드러내는 탈옥수들은 과연 실행에 옮길수 있을지...악한 자가 그저 악으로 끝난다면, 이야기는 지나치게 이분법이 되어 흥미가 반감될수 있다. 드레스덴 형사에게 한결이라는 휴머노이드 요원이 합류하면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서사가 더 촘촘해지고, '아이버스터'의 악행에 겹겹히 쌓인 이야기들이 드러나면서, 우리가 믿고 있는 시스템이 과연 우리를 지켜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활자로도 흥미로운데, 영상으로 만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출간을 위해 기존 분량의 1/3을 덜어냈다고 하는데, 각각의 캐릭터에 서사가 더 탄탄해지면, 괜찮은 SF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나름의 느낌을 전하며, 이 이야기를 그대로 두시겠습니까? 얼른 영상화 해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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