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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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를 전달할때,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일 것이다.

이 책의 제2장 생리일기를 읽으며, 생리전 생리중 생리후의 그녀가 고스란히 느끼며 쓴 감정과 사실이

마치 내 몸을 훍고 있는듯, 내가 생리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이 책은 나의 몸, 여성의 몸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사랑하도록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일종의 암시를 주고 있다.

앞으로 생리하는 사람은 모두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필독서 역할을 톡톡히 해낼것 같다.

한페이지, 한문단에 꾹꾹 눌러담긴 작가의 이야기는 바로 내 이야기다.

내가 생리를 시작하면서 겪었던, 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하고, 그것이라 불렀던 그 기괴한 사회적 시선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당연하다 생각해온 것들은 페미니즘에 의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페미니즘을 남성혐오라고 생각하는 일부 불편한 시각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왜 생리하면 더럽다고 불결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바지에 묻고, 의자에 묻고, 이불에 묻으면 챙피해지고 도망가고 싶었을까?

평소와 다르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 남성도, 여성도 이렇게 묻는다.

너 생리해?

발언이 끔찍한 이유는 월경하는 여성에 대한 완벽한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다달이 일주일 동안 피가 계속 흐른다면 예민하지 않을 생물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월경 기간에 평소보다 예민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순리다. - p35

작가는 생리대 광고의 불편함을 이야기한다. 흰옷, 상쾌, 그날, 그리고 푸른 피. 광고의 타깃은 월경하는 모든 여성인데, 우리의 경험과는 다르다.

그날을 사용하며 월경을 터부시하고, 월경혈이 진찌 푸른색이라 믿는 남자아이들도 있다는, 소중대 사이즈를 여성체형에 따라 나뉜줄 아는 남자도 있다니...절대 새지 않는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서 더 지독한 화학약품이 필요함을, 새면 안되는 독극물마냥 선전해왔고, 결국에 2년전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이라는 충격적 뉴스가 쏟아지게 되었다.

당시 나도 그에 해당하는 제품을 사용중이었다. 내 나이도 무시못하겠지만, 그 제품 사용이후로 나는 생리를 몇달씩 건너뛰었고, 산부인과에서 폐경검사까지 해봤다. 2년전 검사때에는 아직 폐경은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나는 거의 완경이 된듯 하다.

이 사건이후로, 생리대외 대체제를 찾기 시작하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그렇게 생리컵의 존재를 알게 되고, 생리컵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의심없이 썼던 생리대, 그럼 생리컵은 좋기만 할까? 작가는 이런 세세한 경험들을 빼곡히 책에 담고 있다.

그리고, 생리일기를 통해 미묘한 몸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읽고 있는데 오감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여성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리할 권리가 있고, 원한다면 생리 안 할 권리도 있다.-p213

나도 어느 기사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생리를 꼭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현재는 피임 기구를 체내에 삽입해서 일정기간 늦추는 방식이나 호르몬제를 이용해 생리 주기를 건너뛰는 방법이 있다. 나의 생리기간은 진통제를 먹은 적도 없고, 생리전 기간이 고통스럽게 느껴진 적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래도, 거의 완경이 된 지금 너무 좋다. 생리를 안하는 것은 이렇게 편하고 좋은 거다. 그 과정이 힘든 여성들이 그 과정을 건너뛸 방법이 있다면 의사와의 정확한 진단과 상담을 통해 안할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느꼈을 여성도 많을 것이리라 본다.

생리일기를 쓰며 나를 돌아보고, 내 몸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는 작가님.

그래서, 우리 모두 생리 일기를 쓰자고 작가님은 독자에게 권한다.

작가님같은 분들이 많이 이야기를 해주셔서, 내가 경험하며 자라던 그때와 다르게 우리는 생리대를 살때 굳이 검정 봉지에 비밀스럽게 넣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딸가진 지인들도 아빠들끼리 딸의 생리시작을 이야기하고 서로 경험을 나누는 걸 보았다.

여느 에세이보다 더욱 작가 자신에게 솔직했던 작가님의 이야기를 날것으로 읽고 나니, 작가님의 용기와 필력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생리하는 여성이라면 꼭 읽어보자. 아니,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고 싶은 모든 이가 함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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