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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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친코2 / 이민진 글.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



✍️시대의 비극, 제국주의 일본의 전쟁범죄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 역사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직접 관여하지 않고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아직도 과거의 만행들을 음폐하고 왜곡하는 그들을 보며 역사의 사실을 제대로 알고 인식하는 것부터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역사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파친코 2권에서는 선자의 아들 노아와 모자수의 이야기,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까지 4대에 걸친 가족의 서사가 이어진다. 1권은 일제강점기의 조선인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2권에서는 일본으로 떠난 조선인들의 삶의 모습,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떻게 삶을 이어가는지에 대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차별과 멸시 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비틀거리고 쓰러지지만 끝까지 묵묵히 살아내 온 이 가문의 단단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편에 이어서 나는 또 선자에게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자라는 인물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그녀가 선택한 삶의 모습은 그야말로 척박하다. 그녀가 선택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선택지의 삶의 모습은 그와 반대였을 것이다. 한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고, 아들 노아 역시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사랑하는 여인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선자가 선택한 방식은 다르다. 선자는 일본에 아내가 있는 한수를 용납하지는 못하지만, 아들 노아를 와세다대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한수의 도움을 받는다.

자신의 삶에서는 한수를 거부하지만 노아의 삶에 있어서는 그럴수 없었던, 일본에서 조선인으로 살면서 "어렸을 때부터 줄곧 노아의 교사들은 '당신네 나라의 자랑거리'라고 말했고",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노아를 위한 선자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선자는 어떻게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도, 달리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선자는 항상 노아의 삶에 한수가 끼어들까 봐 두려웠다. 그 돈 때문에 노아가 한수에게 얽매이게 될까? 하지만 돈을 받지 않을 수 있었을까?/p.107

그런 선자에게 한수의 정체를 알게 된 노아는 "당신. 당신이 내 삶을 빼앗았어요. 난 더 이상 내가 아니에요."/p.113라고 말하고, 떠난다!

선자의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들의 삶의 방식은 달랐다.

조선인, 일본인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살고 싶어하는 노아, 그래서 규범과 질서을 잘 지켜서 일본인의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은 노아, 착한 조선인이 되고 싶었던 노아는 일본 사회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 반면 모자수는 착한 조선인이 되는 것에 관심이 없다. 일본어 배우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다만 약자들을 일반화시키는 시선들을 싫어한다. 자신을 더럽고 천한 조선인이라고 놀리는 아이들에게 주먹으로 대응한다. 그리고 모자수는 폭력적인 차별의 장소, 학교를 가지 않고 파친코로 출근하게 된다.

신념이 다른 두 인물들의 인생길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생각할 지점들이 많았다.


노아의 선택,

노아가 떠난지 16년 후 선자는 노아를 만나게 되고, 노아 역시 모자수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것에 놀란다. "더러운 업계에서 일하는 조선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던 노아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소설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였다.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했던 재일조선인들, 하지만 이방인인채로 남겨지길 원하지 않았던 노아, 노아의 선택이 이것과 연결될 수 있을까.

"전 이 더러운 업계에서 일하는 조선인이에요. 야쿠자의 피가 흘러서 어쩔 수 없나 봐요. 결코 그 사람의 피를 씻어낼 수 없어요." 노아가 소리 내어 웃었다. "제가 받은 저주죠."/p.218


《파친코》, 파친코 사업은 재일조선인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또한 일본인들이 가장 천하게 여긴 일이기도 했다. 두 아들은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했지만 결국 파친코에서 일을 하게 되는 스토리 전개에서 파친코의 의


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파친코는 차별과 멸시, 가난과 폭력 속에서 삶을 이어가야만 했던 재일조선인들의 희망이고, 그들이 설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동시에 재력을 가졌음에도 그들이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선자, 양진, 경희! 이 세 여성이 보여준 공감능력과 연대의식은 시대를 불문하고 묵직하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여성들의 서사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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