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질환이 이전의 질병과는 관계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그러니까 내게 ‘정신병력’이 없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지난 10년 간의 "건강보험 요양 급여 내역서"를 모 기관에 제출할 일이 있었다. 매우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인터넷 발급은 당연히 불가하고 건강보험공단 지사에 가서 신분증 내밀고 신청서에 왜 필요한지까지 적은 후에 요청해야 내어주는 자료이다. 위임장을 가져가면 대신 발급해 준다고는 하는데 민감 정보를 포함해도 되는지를 사전에 체크해야 하며 정말 위임한 게 맞는지 본인 확인도 거친다고 한다. 발급 가능 기간은 신청일로부터 최대 10년. 그 이후에는 공단에서 자료를 삭제하는지 아니면 저~~~ 구석탱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만 해 놓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뚤레뚤레 가서 신청서를 작성해 내밀었더니 그걸 들고 안쪽 사무실로 간 직원은 서류 하나 출력한다고 보기엔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나오질 않았다.
마침내 나온 직원이 내민 서류를 받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렸고, 사무실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진지해 보이던 직원도 같이 웃고 말았는데...
내게 건네진 건 40쪽이 넘는, 두께 5mm는 족히 돼 보이는 서류뭉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