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하고 2박 3일을 꼬박 앓았다. 대개 접종 후 열 시간을 전후해 나타난다는 부작용이 너댓 시간이 지나자 폭풍처럼 밀려왔는데, 두통과 오한, 발열, 식은땀, 기타등등 그 모든 증세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하루 종일 이불에 담요까지 덮었다 말았다 소파로 나앉았다 바닥에 누웠다 침대에 웅크렸다 난리도 아니었다. 다행히 이전에 응급실에서 처방받았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중증 이상의 통증 전용’ 진통제가 있어 그걸 먹으면서 버텼지만, 둘째 날은 결국 거기에 타이레놀까지 더 먹어야 했다.
겨우 살아난 후 남들에게 무용담(!)을 전하며 아니 내가 건강체라는 걸 이제 알았네? 난 젊은이였으! 너스레를 떨었지만(주객관적으로 도저히 건강하다고 볼 수는 없는 몸이다), 실은 그게 아니라는 걸 난 안다.
나는 모든 감각이 예민하지만 그 모든 감각 중 가장 예민한 걸 꼽으라면 단연 통각이다. 어느 정도냐면, 어떤 이에게는 엄살로 받아들여질 ‘스치기만 해도 아픈’ 걸 실제로 경험하는 몸이다. 예전에 자폐인이 쓴 책(“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에서 나와 비슷한 점을 상당히 많이 발견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을 정도다. (나만 이런 게 아니었어!) 가끔은 옷의 재봉땀이 스치는 것만으로 아파서 견딜 수 없다는 그의 말을 나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만약 요즘 같은 때 태어났으면 자폐 스펙트럼 어딘가에 있다는 진단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 와서 굳이 그걸 확인하고픈 마음은 없다.
백신이 내 안에서 일으킨 반응은 아마 남들과 비슷했을 것이다. 다만 내 감각이 그것을 초 예민하게 받아들였을 뿐. 그렇게 생각하면 왜 정형외과에서 주는 오만 진통제가 나에겐 전혀 듣지 않는지, 왜 마약성 진통제를 맞아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아 의사들을 갸웃거리게 하는지 모두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