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동네 병원은 토요일과 월요일이 가장 붐빈다.
일요일이 되기 전 진찰을 받으려는 사람과 주말 동안 아팠던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도 다르지 않았는데, 특히 직장인에게 인기 있는 시간대에 예약하기란 과장을 좀 (많이) 보태면 코로나 백신 예약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어쩌다 병원 다니는 요일이 월요일로 정해지는 바람에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는 늘 ‘이미 예약된 분들’이 있었다. 아니 1주일 전에, 2주일 전에 예약하는데 대체 나보다 빨리 예약한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궁금한 건 물어보아야 하는 나는 접수대에 물었다. 한 달 전에 예약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아, 예; 한 달은 못 이기죠.
(참고로, 정신과 약은 처음엔 1주일씩 처방해서 추이를 좀 지켜보고 이 기간을 2주로 늘렸다가 맞는 약을 찾게 되면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게 된다. 이전 병원에서 나는 2주 이상으로 ‘호전’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진료를 받고 나와 다음 예약 일정을 잡을 때였다. 안 되겠지 하면서도 던져 본 시간에 마침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와하하하. 신나서 들썩이던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접수대 직원에게 물었다.
“아니, 예약 시간이 맞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쁜데, 대체 저는 병원을 왜 다니고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