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남이 뭐라 하든 일관되게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을 요새 말로 완전체라 한다는데, 그는 정말 완전체 아닌 ‘완벽한’ 사람이었다.
얼마나 완벽했는지 그는 남들에게
“아, 내가 그랬었나?”라거나,
“지난번엔 미안했습니다” 같은 말은 결코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내가? 허(코웃음), (눈을 치뜨며) 언제?”
(“그 때 이렇게 하라고 하셨...”)
“무슨 소리야!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거겠지.”
이런 말들을 즐겼다.
너무나 완벽했던 그는, 자신의 말이 한 번에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즉시 시행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고 험한 말을 했다. 그의 ‘완벽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얼마간의 관찰 끝에 나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신의 말이 무시 당하는 것(이라고 느끼는 것)이라는 걸 알아챘다.
객관적으로 전혀 무시 당할 위치에 있지 않음에도 그는 자신의 말이 무시되는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말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다른 일 때문에 조금 밀리거나, 의도치 않게 잊었거나, 한다고 했는데 잘 안 됐거나.
그의 지시가 갑자기 바뀌어서 미처 따라가지 못했거나.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지시는 한결같았다고 주장한다거나.)
매우 놀랍게도 그 모든 것을 그는 ‘자신을 무시해서’라고 받아들였다.
... 그리고 그건 바로 과거의 내 모습이었다.
그가 내게 준 유일한 좋은 영향은 나를 성찰하게 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그는 참 좋은 교과서였다. 역시 완벽한 사람♡
이전에 나와 함께 일했던 부하 내지 후배 직원들에게, 나의 친우였던 이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