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39
쇠렌 린 지음, 한나 바르톨린 그림, 하빈영 옮김 / 현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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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이거 뭐야?"
"어?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게 뭐야?"
"글쎄...."
아무것도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딱히 뭐라 이름짓기 어려울 때, 설명하기 어려울 때 그걸 그냥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단정짓곤 합니다.
그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제목 역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에요.

(원서 제목이 "A story about absolutely nothing"이네요) 

그리고 그 아래 까만색 방점 하나.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이렇게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많아."

그런데 잘~ 찾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다는 것.

 

 

 

 

 

예를 들면 이럴 때, 이런 곳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며 다양한 예시를 보여줍니다.

최대한 여백의 미를 살리고 단순한 느낌의 그림과 함께, 그림이라기보다는 칠에 가까운 느낌이지요.

아무것도 아닌듯 보이는 것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한 듯 합니다. ​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해 보렴. 

만약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면 정말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게 될 수도 있단다.

너 혼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

​이렇게 책은 마무리가 됩니다.

어떠세요?

저는 사실 조금 어렵더라구요.

가벼움, 유머 코드가 중심인 저의 그림책 읽기에서

이렇게 철학적인 코드의 결합은 일단 낯설었어요.

읽고나서 처음 떠오른 건 바로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였어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워낙 유명한 구절이라 모두에게 익숙하죠?
 
비슷한 맥락으로 책 뒷표지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어디에나 흔하게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는 눈을 가질 때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이죠.
그런데 이 말... 참으로 의미심장하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면 그들의 일상이기도 하더라구요.
요즘 퇴근한 저에게 별이가 자랑스레 보여주는 건 색종이를 구겨놓은 것이에요.
저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표현그대로 색종이를 접는다고 해놓고 구겨놓은 것이거든요.
그런데 아들은 그걸 직접 만든 터닝메카드라고 의미를 부여하더라구요.
저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들에겐 아무것이 되는 순간이었어요.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면 이런 순간이 잦은 것 같아요.
지나가는 개미들, 어디에나 있는 거미줄,

날아다니는 나비 한 마리 한 마리에 의미를 부여하더라구요.
 
그래서일까요?
별이는 이 책을 재미나게 읽었어요.
물론 철학적인 접근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또다른 재미난 포인트가 있담니다.
그림을 유심히 보셨나요?
그렇다면 유령처럼 생긴 가느다란 선으로 그려진 어떤 것을 발견하셨을거에요.
아이들은 그것의 이름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을 찾는 재미"를 즐기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책의 저자가 참으로 영리하다는 생각을 했담니다.
어린 아이들은 어린 아이들의 방식으로,

조금 더 머리가 굵은 아이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책,
그게 바로, "아무것도 아닌 것"의 매력이 아닌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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