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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에게 물어봐! 1 - 고추가 있어야 힘이 셀까? ㅣ 사랑이에게 물어봐 1
티에리 르냉 글, 델핀 뒤랑 그림, 곽노경 옮김 / 내인생의책 / 2014년 8월
평점 :
제가 어릴 때에 비해서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모든 게 빠른 요즘 아이들.
그래서인지 성교육동화라는 책의 분류가 따로 등장하기도하고
유치원생들에게도 읽어주는 걸 보고 '벌써?'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작년부터 뜬금없이 던지는 아들의 질문에 무방비엄마는 무너지고 말았담니다.
자기의 몸에 관심을 갖고 타인의 몸을 관찰하기 시작했던
네 살의 어느 날 이런 질문을 하더라구요.
"엄마, 엄마 고추는 어디있어요? 보여주세요"
헉! 뭐라고 해야할까? 숨겨져있다고해야했는데 없다고
말해버린듯한 기억이 어설프레나네요.
그러다 다섯살이 된 올해는 또 이런 질문을...
"엄마, 저는 어떤 구멍에서 나왔어요?"
'헉! 구멍에서 나오는 것도 알고있단 말인가? 내가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알게된 사실을...'
그즈음이었을거에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성교육이 이루어지고있다는 것을 안 것이.
그리고 기관에서 알려주는 방법을, 내용을 엄마가 알고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게 말이죠.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 성교육을 의무화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등에서
극찬을 받은 어린이 성교육 그림책!
바로 "사랑이에게 물어봐!"에요.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이 여자아이가 바로 사랑이에요.
사랑이에게 물어 볼 첫번째 질문은 바로 "고추가 있어야 힘이 셀까?"랍니다.
사랑이에게 물어보기전에 별이에게 물어보았죠.
"별아~ 고추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힘이 셀까?"
대답은 "아니요, 싸워봐야 누가 힘이 센지 알 수 있죠~"라네요.
사실 별이는 남자친구보다 여자친구들과 더 잘 노는 아이인지라
아직 남녀의 구분이 있을 뿐 다름은 없는 아이인 것 같아요.
이 책은 고추가 있어야, 즉 남자가 더 힘이 세다고 생각하는 막스에 대한 이야기에요.

막스의 세상에 사람은 두 부류랍니다. 고추 달린 애들과 고추 없는 애들.
고추 달린 애들, 즉 남자애들은 힘이 세고 운동을 잘 하고 자동차를 좋아하고 등등
예전에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남성적인'이라는 형용사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 남자아이랍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학 온 사랑이라는 고추 없는 아이,
즉 여자아이가 막스의 생각을 통째로 흔들게 되어요.
막스보다 축구도 잘하고 자전거도 잘 타고 높은 곳에도 잘 올라가는데다,
인형놀이를 하고 꽃이나 공주를 그리는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다른거에요.
"그럴리가 없다, 이 애는 분명 고추가 있는 걸 숨기고 있는거야"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사랑이 파파라치 시작~!
시종일관 밀착 관찰을 하였음에도 심지어 사랑이 집에 놀러가서 잠 잘 기회가 있었음에도 고추있음을 밝혀내지 못한 어느 날...

바닷가에 수영하러 가서 비밀을 밝혀내는데 성공(?) 한담니다.
사실 성공이라고 하긴 힘들죠... "너... 고추 안 달렸네!"
이제 막스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해요.
고추가 안 달린 여자아이도 남자 아이처럼 축구도 좋아하고
힘도 세고 모험도 좋아할 수 있다는 걸!
물론 별이의 첫 질문에 대한 대답도 나와있어요.
"나는 고추가 아닌 음순이 있어. 그리고 고추가 아니라,
음경이라고 부르는 거야"라고 말이죠^^
예전에 들은 말 중에 "가장 잔인한 말이 '~다운'이라는 말"이라는 게 기억났어요.
저희가 어릴 때는 "남자가 왜 울어?", "여자애가 칠칠치 못하게~"
뭐 이런 말 많이들 하셨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의 진짜 모습을 억누르고 지냈을 수도 있는 참 위험한 말들이죠.
이 책은 남녀의 신체 모습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걸 넘어서서
성적고정관념에 대해서 자연스레 이야기하고 있어요.
책을 읽으며 어른인 저도 아이에게 이야기할 때
"남자니까, 여자니까" 등등의 말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되는 것 같아요.
* 이 서평은 '내 인생의 책'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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