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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봐, 생각을! ㅣ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27
일란 브렌만 글, 레나토 모리코니 그림, 이민정 옮김 / 현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표지를 보는 순간 '앗! 머리 위에 저건 사과?'하면서 빌헬름 텔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책,
"뒤집어 봐, 생각을!"이에요.
제목의 어순에서부터 주제를 말해주는 듯한 책인데요,
이 책은 작가인 일란 브렌만이 2011년 브라질에서 출간한 책으로 2012년 화이트 레이번즈 상을 수상하며 "스토리텔링 기술에 관해 쓴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중 하나"라는 극찬을 받은 책이라고해요.
어떻게 생각을 뒤집었는지, 한 번 내용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먼 옛날 폴란드의 작은 마을에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가르쳐주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있었어요.
선생님으로 불리우는 할아버지는 또한 고민상담 전문가였는데요, 고민을 이야기한 사람들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절로 해결 방법을 알게되었다고해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두 명이 생각났담니다.
질문으로 답을 이끌어냈던 소크라테스와 그의 앞에 서면 아무리 큰 고민도 스르르 사라져버린다는 법륜스님 말이죠.
과연 선생님의 맞춤형 고민해결의 비결은 뭘까요?
여기서 책 속의 또다른 책, 이야기가 시작된담니다.
활쏘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활쏘기로 유명한 학교에 입학해서 4년넘게 훈련에 전념했다고해요.
그리고 청년이 된 소년은 '세계 활쏘기 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요,
그 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담니다.
(아들의 표현으론 눈이 롤리팝이 되었다고 할 만큼 놀라고있죠?)
바로 울타리를 따라 놓여진 수백 개의 과역이 모두 정확히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여있었던거에요.
도대체 누가 이렇게 활을 잘 쏘는 걸까 궁금해하던 청년에게 작은 소년이 다가와 말해요
네~ 이렇게 했다고해요.
먼저 활을 쏜 후 그 주위로 과녁을 그려넣는거죠~!!!
바로 책의 제목인 '뒤집어 봐, 생각을!'에 해당하는 딱~! 그 그림인 것 같죠.
이 이야기를 읽으며 어른인 저는 '맞네~ 그럼 되네'하고 맞장구를 쳤지요.
하지만 아들은 뭐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
가끔 코끼리를 냉장고를 넣는 방법은 아마 아이들이 발견하지않았을까하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문을 닫는다'
어른이라면 '에이~어떻게 큰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가냐'고 할 이야기지만
전에 아들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니 엄마의 그런 반문에
'괜찮아요. 그럼 문을 크게 만들면 되요' 혹은 '아~ 이건 아기 코끼리에요'라고 대답하더라구요.
아이들의 말랑말랑한 사고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네요.
그리고 이 청년의 이야기를 선생님은 이렇게 마무리 지으시네요.
"나는 늘 귀 기울여 듣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어. 단지 사람들이야기 위에 내 이야기를 그려 주는 거란다. 소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
아~ 정말 현답이네요.
가끔 너무 속상할 때 고민이 있을 때 그저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는 듯한 날이 있어요.
경청과 공감의 힘이 아닐까싶은데요, 이 책이 바로 그런 것 같아요.
책의 뒷 부분은 '스토리텔링, 이야기 속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살짝 스토리텔링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요,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을 재미있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바로 잘 만들어진 이야기를 인용하는 거라고하네요.
정말 그렇죠?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해야해!라고 하는 것보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라고 말하면 그 이야기를 듣다가 저절로 답을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 그림책을 읽어줄 때도 다 읽고나서 "여기서 얻는 교훈이 뭐야?"라고 묻는 건 좋은 질문이 아니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
말하진 않아도 아이들도 다~ 느끼는게 있다는거죠^^
이야기 속의 또 다른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경청과 스토리텔링의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은유적 설명, 하지만 그 외에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바로 구멍의 활용이었어요.
표지에서 사과모양이라고 생각했던 동그라미, 그 동그라미가 뒷장에선 너트가 되기도 하고 터널, 굴뚝, 종이 뭉치 등 다양하게 변화되더라구요.
그림 역시 말랑말랑한 사고를 보여주는 듯해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