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나와 늘 함께 했던 감정 중에 걱정과 불안은 나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늘 생각했다. '이 불안을 없앨 수 없을까?' '왜 또 불안한 거지?' ' 내가 이상한 건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가족건강에 대한 두려움과 전업주부로서의 개인적인 미래에 관해 불안이 심해진 도중에 이 책을 만났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하가과 전문의 하주원. 저자는 말한다. 불안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며, 불안한 마음, 쉽게 불안해지는 몸을 거부하고 없애려 애쓰기 보다는 잠을 재우듯 다루는 방법을 고민해보길 제안한다.
먼저, 1부 불안을 끌어안고 살아도 괜찮습니다에 서는, 1장 불안은 어디서 오는지, 2장 불안의 다양한 모습들, 3장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는 것들, 4장 불안한 몸에 대처하는 방법이 전개된다.
그리고 2부에서는 더욱 심화된 내용인 남들보다 조금 더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인 5장 공황장애, 6장 사회불안장애, 7장 범불안장애, 8장 강박 스펙트럼 장애, 9장 트라우마 및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관세 상세히 설명된다.
그렇다면 불안은 왜 찾아올까?
불안의 이유는 아주 오래된 기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기억을 연결하는 핵심 믿음(core belief)이 마음속에 있다면, 불안이라는 감정은 쉽게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각자가 불안한 부분이 조금씩 다른 것입니다.(p34)
불안하다면 그 이유를 갖고 불안해하지 말라며 다그치기보다는, "지금 불안하구나"라는 이 한마디를 해주는 게 낫습니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해 줘야 합니다.(p36)
나는 건강에 대해 유난히 민감한데, 그 믿음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어릴 때 부모님에게 들어온 사실여부가 확인이 안된 말 들,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등으로 건강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결혼 후 점차 이 정도가 심해지고 두려움이 커지니 불안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또 나를 괴롭힌 불안은, 타인과의 비교.
소확행.
실제로 이루기 어려운 꿈인데 마치 작은 행복, 평범한 바람이라고 착각합니다.
작은 것에 만족하자는 소확행 풍조 때문에 불안해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평범함이 실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평균이 아닙니다. 평균보다 훨씬 더 높은, 형편이 좋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 유지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생활이 '평범의 기준'이 되어있습니다.(p40)
타인과 의 비교를 통해 느끼는 불안은 일상에서 자주 나타난다. 당연하다고 느낀 것들이 결코 평범함이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마스크 없이 외출하는 것이 이제는 어려운 세상이 된 거처럼.


이 부분이 이 책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위안이 되고 힘을 얻게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상에서 우리는 여러 불안과 마주한다. 이 책에서는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불안, 사람들에게 늘 맞춰주며 살다가 느끼는 불안. 내가 손해 볼까봐 느끼는 불안, 공부가 안되어서, 자기혐오로 인한 불안 등을 제시하며 그 해결 방법을 저자의 경험과 함께 풀어놓았다.
2부에서는 더 심화된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강박 스펙트럼 장애, 트라우마 및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관해 자세히 다룬다.
이 중, 일상의 수많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는 범불안장애는 과도한 걱정이 하루 종일 계속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걱정이 나쁜 일을 예방한다'라는 생각이 범불안 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걱정을 통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무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걱정을 하면 맞을까?
걱정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걱정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걱정이 든다면, 이게 정말 내 몫이 맞는지 점검해보면 좋겠습니다. 걱정해야 할 의무를 짊어질 사람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p256)
수술을 받을지 말지 고민하거나, 어떤 병원에서 할지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충분히 정보를 수집하거나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걱정이 많아지는 경우를 봅니다. 정보가 많다고 반드시 더 좋은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잡음(noise)과 신호(signal)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신호는 병원에서 들은 설명, 실제로 같은 수술을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잡음에 해당하는 것은 인터넷에 누가 올렸는지도 모르는 극단적으로 안 좋은 경험, 다른 경쟁자가 올린 의료진에 대한 비방 등이 있습니다. 좋은 정보는 출처가 명확합니다. (p257)
잡음과 신호를 구별하기 어렵다면, 어떤 말이나 정보에 대해서 1년 후에도 기억할지, 10년 후에도 생각날지 생각해보면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고민의 시기입니다. 이왕 고민할 것이면 차라리 결정하기 전에 고민하는 것이 낫습니다.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후에 하는 고민은 사실은 후회입니다.(p259)
이 외에 기타 불안장애에 관해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과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풀어놓았는데 책날개에 요약된 내용이 있어 첨부해본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늘 끌어안고 있던 불안은 어디에서 왔는지, 없애려 하기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생각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저자 또한 민감한 성향으로 많은 불안을 안고 여기까지 온 여정을 알게 되면서 더욱 실감 나고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불안이 나를 덮칠 만큼 괴롭거나 일상을 뒤흔든다면, 한 번은 꼭 이 책을 통해 다시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소중하고 하나뿐인 나의 하루, 인생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