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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의 게으른 나날
J 지음 / 소르북스 / 2023년 2월
평점 :
누구나 부러워하는 전원생활이다.
누구나 꿈꾸는 사직서를 던진다.
누구나 생각만 하는 글을 쓴다.
누구나 갖고 싶은 좋은 친구가 있다.
거기에다가 누구나 고민하는 밥벌이 걱정이며,
누구나 하는 연애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것으로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느낌이다. 볼 게 없다는 게 아니라 주변 소소한 이야기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꽃으로 시작해 꽃으로 끝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작가님이 직접 작성해준 “철을 따라 피고 질 뿐 그대는 언제나 꽃입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해 마지막은 김춘수 시인의 “꽃”으로 끝난다. 작가가 얼마나 꽃을 좋아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중간마다 직접 그린 꽃도 자주 나온다. 글도 재밌지만, 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아서다. 작가가 자전적 소설이라고 밝힌 만큼 읽다 보면 이게 소설인지, 수필인지 헷갈린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별로 없어 인물들을 파악하는 수고가 없어서 좋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 이 일들이 다음엔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복선을 찾지 않아서 좋다.
작가는 책 제목을 게으른 나날이라고 했지만, 전혀 게으르지 않고 뭐라도 하면서 의미 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계절마다 해야 할 일들을 꾸준히 하면서 하루하루 재미있게 생활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전원생활을 하고 싶지만, 사직서를 던지고 글을 쓰고 싶지만, 도시가 아닌 곳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뭐 그렇게 큰 각오를 하지 않아도 혼자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안 그래도 전원생활을 꿈꾸는 나에게는 왜 생각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느냐고 자꾸 속삭이는 듯하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마당의 꽃들을 보고 싶고, 고쳐야 할 곳이 있으면 뭐가 되든 내 손으로 고쳐보고 싶고, 아침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지만 커피를 마시며 창밖 풍경을 보며 ‘그래, 이 맛이지’ 하고 싶다.
오랜만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나 머리가 맑아졌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하루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며칠 뒤에 업무 때문에 머리가 아플 예정인데 걱정하지 말자. 그때 다시 이 책을 꺼내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