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오소독스: 밖으로 나온 아이 - 뉴욕의 초정통파 유대인 공동체를 탈출하다
데버라 펠드먼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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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4-31 / 종이책 / 출판사 도서 제공

넷플릭스 미니 시리즈 <그리고 베를린에서> (보다가 기분 나빠져서 중간에 멈추기를 몇 번..) 원작으로 보자마자 너무 읽어보고 싶었고, 첫 장을 읽기 전까지 소설인 줄로만 알았다. 왠걸. 1986년에 태어난 (나랑 7살 차이 tmi..) 작가가 하시딕 유대인 공동체에서 태어나 자라고 떠나기 까지의 여정을 담은 실화. 이게 실화라니. 어떻게 미국 한 가운데 이런 공동체가 아직도 있을 수 있지?

📖 "우리집안에서는 가족끼리 포옹이나 키스를 하지 않았다. 서로를 칭찬하지도 않았다. 대신 우리는 서로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언제든지 누군가의 영적 결함이나 신체적 결함을 지적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큰어머니는 바로 이것이 올바른 측은지심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이 공동체에서는 엄격한 규율들과 지켜야할 절기들이 많다. 그런데 그것이 성별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당연히 여자가 제약이 더 많다. 결혼한 여자는 삭발을 하고 가발을 쓰고 다닌다고 한다. 남편 이외의 남자에게 머리카락을 보이면 안되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그럼 남자는? 이것 이외에 차마 글로 적기도 싫은 관습들도 있으니...책참고...(화남주의)

이런 (...) 말도 안되는 상황을 들을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패턴이 있다. '아.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 한국 서울은 적어도 머리를 자르라고 하지는 않으니, 나는 그래도 안도해야 하는 것인가' 와 '배달 어플 리뷰 건으로 연락하게 된 소비자에게 성적 희롱을 당하는 가게 사장님이 여전히 존재하는 지금 여기 한국 서울은 어떤가' 나는 그래서 안도해야 하는 것인가 분노해야 하는 것인가.

📖 "나중에 더 나이가 든 뒤 나는 그 영화에 나오는 위험이 우리 공동체 안에도 존재하며, 그저 다들 쉬쉬해서 곪아가고 있을 뿐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부에 존재하는 위험을 솔직히 인정하는 사회가 위험을 감추는 사회보다 더 낫다고 결론 내렸다"

하시딕 공동체에서는 여자들이 바깥 세상에서는 수도없이 성폭력에 노출된다고 지속적으로 세뇌하면서 (그러므로 우리 공동체에서 정숙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동시에, 그 안의 소아성애자에게는 굉장히 관대한 자비를 베푼다. 작가는 바깥 세상으로 나왔고, 나와서 위와 같이 깨닫는다.

약점이 없는 온전한 집단은 없다. 집단이 지닌 내재적인 불안감과 위험을 감추지 말고 오히려 드러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때에, 해결책이 나오고 더 건강한 집단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리더의 역할은 이것이 활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일수도.

📖 "한때 나는 이곳 강변에 서서 건너편 세상을 동경했다. 고층 건물과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저 곳에서 발 디딜 곳을 찾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도 브루클린을 좋아하지 않는다. 갇힌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인생의 출발점이 된, 탈출을 꿈꾸게 한 이곳을 아주 가끔 방문한다"
📖 "나는 과거로부터 해방되었지만 과거와 결별하지는 않았다. 나를 있게한 시간과 경험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내가 살아낸 삶이니까."

난 데버라 펠드먼이라는 사람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알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 사람을 존경하게 되었다 (갑분😅). 스스로가 하시딕 공동체를 선택해 그곳에 태어난 것도 아니였고, 그냥 태어나보니 그런 곳이였다. 그곳에서 나와서 그곳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곳이었는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을 작가가, 그래도 탈출을 꿈꾸게 해준 출발점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방문하고 어느정도의 애정을 가지고 있다니.

살다보면 내가 속한 곳이 별로고,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찬 곳일 때가 분명히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이다. 그런 곳에서 매일을 좌절로만 채우지 말고, 탈출과 해방을 계획하고 꿈꾸며 내공을 쌓아가는 태도를 나도 가질 수 있기를.

좋은 기회로, 좋은 책을 만났다. 내 역사 수준으로 유대인 하면 생각나는 건 탈무드와 홀로코스트 밖에 없었기 때문에, 초정통파 유대교에서의 여성의 삶은 그냥 나에겐 충격 그 자체였고, 이 책을 읽기 직전 읽었던 책이 <시녀 이야기 (아직 분노로 독서노트 정리 못하는 중..tmi..)> 였는데, 더블 어택을 받은 느낌이랄까 (치명타..). 참 어렵고 고민이 많은 여름이다.

#언오소독스 #언오소독스_밖으로나온아이 #사계절출판사 #사계절 #데버라펠드먼 #그리고베를린에서 #책리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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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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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신선한 소재다. 아이돌 멤버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근근히 지탱하고 있는 소녀의 삶. 그리고 그것이 무너져 내렸을 때 그 주인공의 마음.

그 사람이 부른 노래, 그 사람이 출연한 작품을 좋아한 적은 있지만, 연예인 그 자체를 좋아해 본 적은 없어서, 가끔 지하철역에 "빛나는 OO의 XX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s2s2"가 적힌 큰 광고판을 볼 때, 카페 전체를 대여해서 팬들끼리 굿즈를 나누고 소통하는 장면을 보면, 이해불가를 머릿 속으로 외치며 지나가곤 했다. 그런데, 우사미 린의 소설을 읽고,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나 '최애'는 있다. 그것이 나랑 아는 사람일 수도 있고, 한 번도 눈을 마주치고 말을 나눠보지는 못한 아이돌일 수도 있으며, 게임일 수도 있고, 책일 수도 있고, 영화일 수도 있고, 운동일수도 있다. 스스로의 최애를 붙들고 살아가는 모두를 응원하고, 또 그 각각의 최애를 존중한다.

어떤 보답을 바라지 않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아끼는 마음의 묘사가 너무 따뜻했고, 오직 그것으로 부터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마음아프기도 했다.
나는 이런걸 느꼈는데, 소위 말하는 덕질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최애, 타오르다>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


📖 "휴대폰이나 텔레비전 화면에는 혹은 무대와 객석에는 그 간격만큼의 다정함이 있다. 상대와 대화하느라 거리가 가까워지지도 않고 내가 뭔가 저질러서 관계가 무너지지도 않는, 일정한 간격이 있는 곳에서 누군가의 존재를 끝없이 느끼는 것이 평온함을 주기도 한다."


#올해의27번째책 #최애타오르다 #우사미린 #최애타오르다가제본서평단 #미디어창비 #북스타그램 #책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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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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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제공)

고전문학도 좋지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나는 한국문학에서는 좋아하는 작가가 아직까지는 없어서,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눈여겨 보다 기회가 되면 읽곤 하는데, <단명소녀 투쟁기> 제목이 너무 특이해서, 만나면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던 소설이다.

(소설-스토리 = 0 인데...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여...)
대학도 가지 못하고 19살에 죽게 된다는 자신의 운명을 들은 수정이 그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자신과는 반대로 죽고싶어하는 이안을 만난다. (여기까지 - ㅋㅋㅋㅋ)


내용도 어렵지 않고, 분량도 적어서 술술 읽었는데, 읽고나서 뭐가 이렇게 먹먹하게 만드는지 잘 모르겠다..

자신의 수명과 투쟁하는 수정처럼, 모두들 자신의 OO와 투쟁하며 살고 있고, 또,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수정도 살고, 이안도 살고 있지 않나 싶다.



📖 "삶을 이어나간다는 뿌듯함으로 조금 벅차오르기까지 한 수정에게 그것은 불편하고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보통의 우리나라 19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겪었듯이 대학입시일 것이다. 내가 사람인지 문제푸는 기계인지 착각할 만큼 반복적인 일상에서, 삶을 이어나간다는 뿌듯함을 느낀 적이 있었나 싶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연구와 졸업, 그리고 그것을 위해 이번달 내가 해야하는 일들, 그리고 더 세부적으로 나뉘어진 하루하루의 계획들 반복들. 이 속에서 내가 느끼는 것 중 최고의 감정은 하나의 task를 끝내고 나서 얻는 성취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매일의 일상들 속에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가끔씩은 기억한다면 조금 더 힘이 나지 않을까.

📖 "나에게 그런 것들은 이제 조금도 두렵지 않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의 이름을 실제로 바꾸어 부르겠어. 폐허를 쉼터로, 몰락을 휴식으로"

삶을 지속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 속에서 주인공인 수정은 변한다. 그리고 이 변화가 수정을 더욱 더 살고싶음으로 이끈다. 질서와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정리정돈이 안된 공간은 폐허일 것이다. 그렇지만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똑같은 환경이 쉼터일 수도 있다. 다- 내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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