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age to Catalonia (Paperback)
조지 오웰 지음 / Penguin Books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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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찬가- Homage to Catalonia 조지 오웰

한글로 번역된 책은 2006년도에 영화 "판의 미로"를 보고 나서 읽었다. 영화와 책은 모두 스페인 내전을 다룬다. 스페인 내전은 선과 악이 싸워 선이 패배한 케이스로 기억된다. 프랑코의 군사반란과 이후 도래할 파시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스페인 내외의 민주세력이 결집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스페인 내전은 1930년대 유럽을 강타한 파시즘을 둘러싼 국제전의 양상을 띄고 있었다. 프랑코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고 있었고 인민전선을 지원한 것은 소련 공산당이었다.인민전선은 좌파민주진영의 총집합이라고 칭할 수 있겠다. 공산당에서부터 무정부주의자, 노조원, 중산층까지 다 모였고 온갖 정당한 명분은 이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었다. 민주적 절차로 구성된 합법정부의 정통성을 지킨다는 것, 노동자 농민의 복리를 우선시 한다는 것, 민주주의를 지키고 군사독재를 막아낸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영국 독립노동당의 소개로 종군하게 된 오웰은 자매당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맑스주의 노동자 당이 주도하는 민병대에 배속되어 전선에 배치된다.
책은 대략 3부분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오웰이 36년 겨울에 바르셀로나에 와서 전략요충지인 우에스카 공방전의 지역전술 단위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무슨 대단한 활약과 무용담이 나온다기보다는 참호전의 고단함과 열악한 환경을 생동감있게 묘사한 부분이다. 쥐와 이에게 시달린 이야기, 졸음과 추위에 맞서 싸우는 고생담이다.
두번째 파트는 잠깐 휴가 나와서 목격한 좌익간의 내전과 그 흉악한 속사정을 폭로하는 것이다. 일종의 노선갈등이었다. 당신 소련의 무기 지원에 힘입어 공산당의 발언권이 세졌는데 이들은 교조적인 2단계 혁명론을 고수한다. 즉 선파시즘 타도 후사회주의 건설론이다. 눈앞의 프랑코를 없애기 위해선 노동자의 기업 접수, 농지배분, 정치세력별 민병대 운영 등을 포기하거나 미루고 잠시 부르조아 민주주의 질서를 복원시켜야 겠다는 구상을 펼친다. 문제는 근본주의 분파가 이를 혁명의 후퇴로 간주하면서 무기 반납 거부 등 엇박자를 낸다는 것이다. 이를 조정하고 타협하는 정치적 능력이 당시 인민전선 참여 분파들에겐 극히 부족했던 것 같다. 주된 해결책은 무력으로 압도하는 것이고 대화상대이여야 할 다른 정파를 파시스트의 간첩으로 몰아 숙청하는 것이었으니까
세번째 파트는 부대에 복귀한 오웰이 전선에서 총상을 입고 의병제대한 후 다시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다시 겪게 되는 좌파정치의 난맥상이다. 오웰이 속했던 맑스주의 통힙 노동자 당은 이제 완전히 폐족이 되어 있었고 외국인이지만 언제라도 체포, 구금될 수 있는 상황이다. 오웰이 분노한 것은 자기 정파가 탄압을 받고 있다는 현상 자체이라기 보다는 이런 분열이 가져올 반파시즘 연합 전선의 약화의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편협함과 이기심, 비민주성 등이었다.
당시 유력한 정치세력이었던 집권 공산당이 저질렀던 편협성, 비열한 악선동, 무관용의 태도와 정치력 부족은 아직도 우리 정치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어 치열한 반성과 개선점 찾기가 과제로 다가왔다.
이런 실망과 환멸로 가득찬 내란에 참여한 외국인으로서 오웰이 찬가를 써서 오마주를 바치고 싶어했던 대상은 누구였을까? 넓게 본다면 늘 느려터지고 비효율적으로 행동하지만 친절하고 사람의 냄새를 풍겼던 스페인 민중 일반에 대한 찬미였다고 생각한다. 작은 범위로는 오직 민주주의와 평등세상의 건설이라는 대의 하나에 헌신하여 전선을 지킨 애국자들 그리고 민주주의 사수라는 순수한 일념으로 참전했고 희생되었던 국제여단의 외국인 참전자들에게 바치는 찬가라고 짐작해본다.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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