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아래, 동생에게 - 스스로 떠난 이를 애도하는 남겨진 마음
돈 길모어 지음, 문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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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집어들게 만드는 힘은 제목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어떠하든 그 첫 장을 열게 만드는 것은 늘 (내 경우엔) 제목이었다. "스스로 떠난 이를 애도하는 남겨진 마음"이라는, 일종의 부제처럼 영문 제목(To the rover) 옆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이 문구는 책장을 열기 전 숨을 깊게 들이마시게 하는 힘이 있었다. 


강물에.. 강물로... 등등 직역하기엔 모호한 원문 제목을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이 많았었으리라. 강가에 서 있는 한 사람의 모습과 물가에 비친 그의 모습(실제 모습은 부분만 나오고 물 속에 비친 모습은 온전히 다 드러나 있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은 누군가의 마지막 결정의 순간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님 어쩜 이 책의 저자처럼 누군가의 마지막 선택을 되짚어보며 누군가를, 그의 마지막 생각을 찬찬히 따라가보고 싶었던, 이해해보고 싶었던 남아있는 자의 뒤늦은 노력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표지를 보았을 때 이 그림과 함께 한국 제목인 "강물 아래, 동생에게"가 주는 여운은 엄청났다. 


생활고나 실연 등 인생의 큰 어려움 속에서 더이싱 버틸 힘이 없어 하는 선택이라고 생각되지만 의외로 그 결정은 바닥을 치고 올라왔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놀랐다. 삶이 힘들어서라기보다 삶의 의미를 잃은 사람들에게서 보여지는 선택이라는 게 새삼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고대 아테네, 중세유럽 등에서 자살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도 알려주었는데 자살이라는 문제는 시대를 막론하고 늘 우리 곁에 있어왔다는 게 놀라웠다. 여러 감정들과 생각들이 몰려왔지만 쉽게 한 결정이 아니었을텐데 결국 이들은 사후에도 사회에서 용납받지 못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자살한 사람들의 주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럴 사람이 아니다, 평소에 밝아보였다 등등의 얘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오랜 고민의 끝에 결심이 섰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현상?)이라고 하니 한 번이라도 말이든 행동이든 시도를 한 사람이 있다면 관심의 끈을 놓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동생의 자살을 경험하며 그와 함께한 유년시절을 추억하고, 떨어져 살았던 기간동안 그와 함께 했던 주변 사람들을 만나보며 동생이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헤아려보는 일종의 여정이 그려져 있다. 생각보다 자살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져 있지 않고(무엇보다 연구하고자 하여도 대상이 이미 세상에 없기 때문에..) 있다 하여도 유명인들의 자살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어 이시대의 상당수가 질병이나 사고가 아닌 자살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데도 그에 대한 관심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혹 유명인의 자살 소식을 뉴스로만 접하고 잠시잠깐의 충격에 휩싸일 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던 스스로를 돌아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평균 수명을 낼 때 자살에 의한 변수가 고려된다면 사실상 훨씬 높아질텐데...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울증과 상실감, 근본적으로 (본인은) 사회의 규범 속에 어우러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답답함, 더는 기대할 것이 없는 상태의 무기력함 등 자살(시도)자들 사이에 많은 공통점들이 발견되었고 특히 예술가에게서 많이 발견된다는 통계가 있는데 아무쪼록 주변인들을 다시 한 번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결국 이 해결책(이란 게 뾰족하게 뭐가 있을까 싶지만)도 사회적인 차원에서 움직여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의 책이었으나 최대한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 화두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고 싶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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