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0월

외할머니가 치매를 앓으셨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얼마나 가족들이 힘들어했는지, 간병하는 게 육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얼마나 지쳐가는 일인지, 간병하며 힘들어하는 것 자체로도 알마나 죄책감을 유발하는 일인지를 봐왔기 때문에 당사자에게도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치매라는 것이 갖고 있는 무게를 잘 알고 있다. 반면 치매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너무 없거나 있더라도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만 확대되어 알려져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이제는 어머니를 조심스레 염려하며 지켜보는 단계에 있는데 늦지 않게 치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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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저자 본인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 나이인 58세에 진단을 받았고 치매에 대한 연구나 그에 대한 책이 잘 없다는 것과 있더라도 간병인에 대한 것 위주로 되어 있어 치매환자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접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본인의 이야기, 그리고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치매를 갖고 있으면 인지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글쓰기가 다 무엇이랴 제대로 말하는 것도 어렵다고 내심 여기지 않았나) 굉장히 많은 부분에 대하여 세세하게 경험과 연구결과들을 제시해 가며 치매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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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감정, 관계, 환경, 의사소통, 태도.. 각 카테고리에 대하여 정말 논리적으로 잘 정리가 되어있어서 사뭇 몰랐다. 치매가 몹쓸 병, 힘든 병, 불치병 등으로 안좋은 부분만 부각되어 사회적 인식이 안좋은 방향으로만 나아가고 있지만 사실 정신질환이 아니라 신경질환이라고 보아야 옳다는 저자의 주장이 굉장히 설득력 있었고 치매를 대하는 나의 생각과 태도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주었다. 


종종 뭘 하고 있었는지를 잊는다거나 길을 갑자기 잃는다거나 시각적으로 혼란을 느낀다거나 죽은 사람이 보인다거나 하는 등 감각과 신경의 혼선으로 인한 착각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행동)들이 1인칭 시점에서 기술되니 이 또한 진정성 있고 나로 하여금 더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던 것 같다. 저자는 특히 독립적이고 진취적이며 모험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딸을 비롯한 다른 누군가(혹은 어떤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거부하고 치매가 있어도 긍정적일 수 있음을, 어려움은 있을 수 있으나 자기만의 생활을 영위해갈 수 있는 존재임을 또렷하게 인지하고 그럼 삶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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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도 나중엔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들이 많았는데 그 때 할머니 눈을 마주하며 말없이 서로 한동안 바라만 보곤 했다. 언어적인 것을 통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에 할머니에게 내 마음이 전해졌으리라 믿고 있다. 


안내문자로 종종 오는 배회하는 누구누구씨를 찾는 연락들을 보며 왜 그렇게 돌아다니다 길을 잃는걸까  생각하곤 했는데 남은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란 말에 납득이 갔다. 치매 진단을 받기 전엔 그저 걷는 사람이었던 것을.. 물론 길을 잃었을 때 취해야 하는 행동과(당사자 보다 일반 시민들이 이러한 것에 더 많이 노출이 되고 올바른 대처법에 대한 사회적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스템적인 장치들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치매로 인해 오히려 많은 복잡한 것들을 쳐내고 지금 당장 내 앞에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순간이 많아진다고 했다. 좋은 점은 슬픔에서도 금방 빠져나와 지금 눈앞의 다른 일에 몰두한다는 점. 치매를 그저 안좋은 병 몹쓸병으로만 볼 게 아니라 안고 살아가며 불편함들을 감수해야 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살아갈 수 있는, 그것 때문에 지금의 삶을 멈춰서서 슬퍼해야 할 이유는 없는, 또다른 삶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책 속의 많은 연구들과 저자의 경험들이 치매를 이해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원문의 책 제목이  what I wish people knew about dementia (치매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줬음 하는 것) 였는데 이 느낌을 조금 더 살려줬음 좋았을 걸...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