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잊은 그대에게 -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김성중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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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사회, 영국시, 낭만..... 너무나도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것들은 실은 한 때 내 삶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던 것들이다. 지금은 기억도 더듬거리며 찾아야 할 정도로 아스라이 멀어져 갔지만 대학 시절에 전공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이것들과 씨름하며 보냈던가... ^^; 인문학 실종의 시대에 살면서 19세기 영국의 문학작품(시)을 통하여 당대 사회를 비추어보고 오늘날의 모습과 비교해보며 나름의 해법을 찾아간다는 이 책의 줄기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우선 핵심은 우리가 요즘 흔히 쓰는 낭만 즉 로맨스의 개념과는 다른 낭만이라는 것.^^ 낭만주의는 19세기에 산업혁명으로 급격한 산업화를 이룬 후 등장한 문예사조로 기술의 발전으로 삶이 편리해지고 부가 축적되며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는 놀라운 변화를 이룩했어도 희로애락과 자유로운 삶을 향한 갈망, 아름다운 것에 대한 매혹, 인생무상을 극복하고 싶은 심정, 자연에 대한 동경까지.... 오로지 인간만이 느끼고 추구할 수 있는 감정들은 오히려 잃어갔기에 이런 삭막해진 사회에 참담해 하고 사람들의 정서를 작품으로 다독이며 꽃피운 것이 낭만주의라 할 수 있겠다. (p.10-11 요약)


책을 읽는 사람도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데 (자기계발서나 어학서적, 여행서적, 수험서적 등 기능 위주의 책을 제외하면 정말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책읽기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거기다 시라니....... 생각해 보면 정말 시를 읽는 사람을 주변에서 잘 못본 것 같다. "저는 시를 읽어요." 했다가는 멸종위기의 동물 보는 시선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때 시를 통해 감격과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키웠다고 생각하는 나조차도 어느새 돌아보니 잊고 산지 오래다. ㅠㅠ


챕터마다 주제별로 시인 하나와 그의 작품을 다룬다. 익숙한 이름도 있고 처음듣는 이름도 있다. 책 소재가 소재다 보니 영문학에 관심이 없거나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책장 넘기기가 마냥 수월치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해하고 학문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외국문학을 다루다 보니 번역에 오는 어색함과(아무리 잘 된 번역이라 해도 원문의 맛을 100% 살리기는 불가능하니) 다른 나라의 시대상과 배경, 거기다 종종 학문으로 깊게 접근해야 하는 (아무리 쉽게 설명은 하셨다 해도) 부분들까지.... 개인적으로 대학시절을 회상하며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짝 추억에 젖어 읽었는데 과연 전혀 영문학에 노출된 적 없는 독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해졌다. ^^



이 챕터에서는 굴뚝 청소를 하던 영국의 어린아이들에 대해 쓴 시를 다루며("굴뚝청소부") 아이가 곤고한 중에 잠들었는데 천사가 나타나 착한 아이가 되면 하느님이 아버지가 될 것이며 항상 기쁠 것이라는 얘기를 하자 잠에서 깨어 날이 밝기도 전에 도구를 챙겨 일하러 나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 의무를 다하면 두려워할 게 없기에 행복하고 따뜻했다는 말과 함께. ㅜㅜ 아무 생각없이 읽으면 (어찌나 아름답게 천사까지 등장시켜가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던지)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처럼 일하러 가세 일하러 가~ 하는 노동장려시 정도로 보이겠지만 실은 학대에 가까운 아동 노동을 묵인한 정부와 교회를 비판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역시 시각을 달리해서 읽으면 동화도 아찔한 이야기가 된다. 이래서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소제목이 "순수의 세계에서 경험의 세계로"였는데 미숙함의 세계에서 지식과 경험을 통해 통해 성숙의 세계로 나아가야 함을 말하는 것 같았다.



많이 배울수록 많이 보인다고 했던가.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면서 얼마나 전공 교수로서 눈에 밟히고 맘에 안드는 게 많았을까 생각하게 됐다. ㅎㅎㅎㅎ 영화를 보다가도 어? 이 부분 번역을 이상하게 했네? 라던가 공항 안내문이 틀린 문법으로 되어 있다던가 대기업 광고에서조차 까꿍 하고 나타난 오타를 발견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다던가 하는 일들이 내게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 교수님이라면 분명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이라 본다. 길어지면 안되지만 안하고는 못넘어가겠어서 짚고 넘어가는 이 페이지를 읽으며 활자 너머에 속을 끓이고 집필하고 계실 영문학 교수 작가님이 보이는 듯 하여 살짝 웃음이 났다.


가장 하고 싶은 얘기는 마지막에 나오는 법. 4차 산업혁명으로 그 어느때보다 기술은 발달했지만 정서적으로는 메말라 있는 이 때, 인문학은 끝났다 외쳐대는 이 시기에, 오히려 남은 것에서 용기를 얻으리니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라...하고 외쳤던 워즈워스의 외침이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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