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강지희 > 인연을 믿나요, 당신은?
첫번재로 읽어본 지미의 책였다. 9월쯤 가을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꽤 쓸쓸할 때 읽게 되었다. 빨갛고 노랗고 낙엽지는 나무를 가운데로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표지그림. 그러나 길은 한가운데로 모아져있다. 여기서 나는 그들이.. 언젠가는 결국엔 만날 것이라고 기대하며..또 그러한 인연이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책을 넘겨나갔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도령과 성춘향, 나는 이런 이들의 결합이 단지 육체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이상형이 있다. 그리고 자신이 꿈꾸어오고 자신의 반쪽이 되 줄 사람을 우리는 찾게 된다. 이들은 그랬던 것이다. 순간의 열정은 그만큼 빠른시간에 불타오를 뭔가가 있단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우연적으로 만난 인연은 필연적인 만남보다는 맺어지기까지 수많은 우연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지속성과 중독성이 강하다.
둘은 언제나 다른 방향이었다. 그렇지만 '원' 이라는 곳에서 만나게 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해있는 눈빛이 마주치게 되고 그들은 그제서야 그 동안의 있었던 우울함을 사라지게 해줄 따스한 빛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인생에는 정말 수많은 뜻밖의 사건이 있다. 어찌하야 그들은 서로를 만나지 못하고 처음 우울했던 것보다 더 슬퍼하여 또 다시 다른 방향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한 번 맺어진 인연은 생각만하고 있다면 언제든 만나지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처음 만났던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다시는 더이상 외로워하지도 우울해하지도 않아도 될 사랑을 만들어간다.
내용도 마음에 와닿았지만 <미소짓는 물고기>란 지미의 또다른 책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엔 몰랐는데 계속 보면 볼 수록 더 좋아지는 책이다. 여러번 주의깊게 보면 아주 좋을 것 같다.
그림이 있는 글의 매력은 숨은 그림찾기를 할 수 있다는 것다. 그 속에 숨어있는 작은 보물을 찾아가며 우리는 이야기에 더 깊이 빠질 수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자끄 쌍페가 조금은 난해한 철학적, 프랑스적 유머를 하고 있다면 지미는 현대적이고
충분히 공감가는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풀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일상이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져서 책을 읽는 순간 그리고 그 내용을 기억하는 순간까지 행복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