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 야만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프랑수아 가르드 지음, 성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이거 짝퉁 아니야?

 

 사실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들었던 생각은,

로빈슨 크루소의 짝퉁 판이 아닐까 하는 의심

이었습니다. 혹은 로빈슨 크루소의 오마쥬

라든지, 패러디 또는 모티브를 따온 그런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같은 작품 말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제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도 완전히

다른데다가, 심지어 무인도 표류기를 다루고

싶은 소설도 아니었습니다.

 

 

 

 

 

흰둥이 야만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바다 위를 항해하던 배가 잠시 물품 조달과

휴식을 위해 무인도에 정박합니다. 한 선원이

너무 섬 깊숙히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복귀시간을

놓치게 되고 배는 이 선원을 남겨두고 떠납니다.

선원은 무인도인줄 알았던 그 섬에서 원주민들을

만나고, 그로부터 17년동안 그는 그들과 함께

살게 됩니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한 배에 의해 이 선원은

다시 서구 문명사회로 나오게 됩니다만, 이미 

자신의 정체성과 언어마저도 모두 잊어버린

상태입니다. 같은 프랑스인이라는 이유와 함께

그를 통해 새로운 문명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지리학자 옥타브 드 발롬브룅은

그의 보호자가 되어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많은

것을 잊어버렸던 선원 나르시스 펠티에는 점차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회복하게 되고, 동시에

그 무인도에서 원주민들과 함께했던 17년의

시간에 대해서도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흰둥이 야만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작가
프랑수아 가르드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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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흥미진진한 생존기


섬에 남겨진 선원이 먹을 것을 구하고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재미일 겁니다. 원주민들과

조우하고 점차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법을 익혀

가면서 어쨌든 이 낯선 땅에서 질긴 목숨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꽤 흥미진진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책에서 그리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불모의 낯선 땅에서의 생존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야만인이 되어 돌아온 프랑스인


과거 서구 사회로 우연히 들어온 야만인이

서구 문명에 동화되어 그들의 문화를

체득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생활하게 된 것은

서구 문명이 미개 문명에 비해 더 우월한

것이라는 증거였다는 점을 책은 지적합니다.

 동시에, 선원 나르시스 펠티에처럼 서구

문명의 사람이 야만의 문명 속에서 원래

가지고 있던 것들을 잊고, 그들이 보기에

더 미개하고  모자란 문명에 동화되었다는

것은 오히려 서구 문화가 야만 문화에 

비해 우월하지는 않다는 반증일 겁니다.

따져보자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많은 책들이 그러했듯, 서구문명의

우월성에 대한 맹신과 자만을 꾸짖고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물론 그런 메세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월주의에 대한

비판이 주된 내용은 아니란 말입니다.

 

 

 

공존할 수 없었던 두 문명


이 책의 초점은 생각보다 더 개인에게

맞춰줘 있습니다. 문화나 사회 정도 레벨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

그 중에서도 서구 문명와 야만의 문명 ( 야만이란

표현 자체가 좀 이상하긴 합니다) 을 동시에

경험했던 한 개인에 대해 더 집중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결코 한 개인 안에서

공존할 수 없었던 완전히 다른 두 문명을

그립니다. 그리고 두 문명의 모습들을

동시에 가질 수 없었던 나르시스 펠티에는 

어느 한 쪽의 모습들을 완전히 잊게 - 잃게

됩니다. 다시 서구문명의 사회로 나온 후에도

주위 사람들이 그 야만문명에서 생활할 때의

이야기를 들추려고 할 때마다 나르시스 펠티에는

회피하고, 거부합니다. 당연합니다. 서구 문명에서

야만 문명의 이야기를 불러내는 건 해서는 안될

일이거든요. 그렇게 결국나르시스 펠티에는 두 문명에

모두 발을 걸친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반드시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만 합니다. 두 세계 중

어느 한쪽의 사람으로 살아가야만 한단 말입니다.

거대한 두 문명의 충돌 사이에서 주인공은

끔찍한 희생자가 된 셈입니다.

 

 


어리석은 비교, 생존의 문제

 


한 개인 속에서 결코 두 문명이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봅시다. 사실 여러 종류의

문명과 문화를 동시에 진정으로 경험하고

체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잠시 다른 세계의

문화를 보고 듣고 맛볼 뿐, 그 깊은 내면과

속까지 느껴보는 건 아무래도 힘들죠. 내 안에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문명 문화는 사실 오직

하나일 뿐입니다. 내가 나고 자란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그리고 수동적으로

선택한 것일 수 밖에 없는 일이거든요. 다양한

문화들을 완전히 경험해 볼 수 없다면 진정한

비교 조차 불가능하지 않겠어요. 상황은 이러한데,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는 내가 잘났느니 우월하다느니

너보다 낫다느니 등등의 하찮은 비교를 하고 있습니다.

비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데도, 비교 우위를

논하려고 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로부터 생긴 반목과

갈등이 지구의 여러 곳을 피로 적시고 있구요.

그것이 인류의 역사였죠.  생존을 위한 기술이라는

이 원초적인 문제에 우열이 어디있겠어요. 그저

살아 남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것일 뿐이죠.

 

 

 

어드벤쳐보단 철학소설에 가까운

 

결국 무인도 표류 생존기는 미끼에 불과했어요.

작가가 하고픈 이야기는 완전히 따로 있더라구요.

조금은 이야기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느낌도

없잖아 있긴 한데, 소설 후반부에 펼쳐지는

'왜 흰둥이 야만인은 원래 가지고 있던 문명을

버렸나?'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들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오히려 낯선 땅에서의

 생존기 같은 원초적인 이야기보다 더 좋았어요.

그런 이야기들이 없었다면 다른 무인도 표류기

소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범작 수준에

머물렀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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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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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답답해...

 

 

이 책은 좀 읽다보면 마음이 참 갑갑합니다.

주인공들의 처지가 참 그렇습니다. 안팎으로의

상황이 참 갑갑하기 그지 없거든요. 뭔가 가슴이

답답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차가운 밤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집안의 이야기를 소설은 보여줍니다. 도서

및 문구회사의 총관리처에서 교정작업을 맡고

있는 남자는 은행에 다니는 부인과 다투고

부인은 집을 나갑니다. 일단 이 집의 가장 큰

문제는 고부갈등인데요, 남자의 어머니는 부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습니다.

사립학교를 다니는 아들과, 어수선한 정국에

크게 오른 물가 때문에 경제적 사정은 나빠지고

금전적 문제에 시달리구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자는 폐병에 걸리나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합니다.

부인의 상사인 주임은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며

일본군이 피해 피난을 가자고 설득하고, 부인은

남편을 두고 떠나는 것에 매우 고심합니다.

부인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본 남편은

부인이 자신의 곁을 떠날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건강도 급속도로 나빠집니다. 고부간의

갈등과 다툼도 절정으로 치닫게 되지만, 여리고

순종적이며 큰소리를 내거나 남에게 상처주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의 성격은 이 상황의 그 어느

문제도 해결해 내기가 힘듭니다. 결국 남편과

부인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차가운 밤

작가
바진
출판
시공사
발매
201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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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

 

 

이야기가 참 물 흐르듯 주욱 이어집니다. 톡톡

튀는 곳이나 모난 곳 없이 유려하게 흐르는

이야기의 전개가 기억에 남네요. 그런데 좀더

생각해 보면 이야기만 계속 진행되고 몇가지

사건만 일어났을 뿐이지 주인공의 상황이나

문제들은 변한게 하나도 없습니다. 남편의

상황이 나이진 것도 아니고, 금전적 문제가

해소된 것도 아니며, 고부갈등이 풀린 것도

아니고, 부부 사이의 앙금이 풀린 것도 아니다

보니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참 답답해 미칠

노릇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지! 하고

옆에서 코치라도 해 주면 좋겠으나, 뭐 이런

문제가 옆에서 가르쳐 준다고 해결된 문제던가요?

 

 

 

 

문제있는 주인공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남편, 부인, 남편의 어머니

이렇게 세 명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한 명씩

살펴 보죠. 남편의 문제는 싫은 내색하기를 꺼리고

심약한 성격이 문제예요. 남편의 어머니는 전통과

관습에 매여 과거를 고집하는 그런 인물이구요

부인은 이 두사람보다는 쪼금 더 낫긴한데 착한게

탈이랄까요. 어쨌든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에게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뭔가

세 사람 모두 참 딱하고 안타깝습니다. 조금만

노력하고 변화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하던가요?

 

 

 

작가가 말하는 문제의식

 

 

작가가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책을 읽다보면 생각보다는 비교적 쉽게 느낄 수

있어요. 여기서 잠깐 작가의 말을 한번 볼게요

 

'그들 모든 행동은 본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곧 붕괴할 구사회, 구제도, 구세력이 뒤에서 그들을

지휘하고 있다. 그들은 반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희생자가 되고 만 것이다... 나는 세 명의

주인공을 모두 동정하지만, 그러나 또한 그들

모두를 비판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매, 작가가 묻고 싶었던 것은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나 라는 점이었을

겁니다. 맹목적으로 어머니에게 순종적인 아들, 

전통적인 아내와 며느리의 상을 강요하는

시어머니, 전통 사회의 가치관과 윤리 앞에서

고민하다 자신의 진정한 삶과 행복을 잃은

부인까지, 그들을 지금 이렇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봉건적인 사회와 사상이라는 것, 그리고

이런 것들에 의해 개인과 가정이 망가지고

있는데도 이런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야말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들일

겁니다.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소설 속의 '곧 붕괴할 구사회, 구제도,

구세력'은 그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풍문으로만 전해지는 전쟁 소식,

직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시선, 무언의 압박,

어둠, 길거리 노점상의 대화, 안개낀 밤처럼

그 실체가 보이지 않거나 모습을 은밀하게

감춘 것들을 통해 소설은 주인공을 압박하고

조종하는 무언가를 그려냅니다. 보이지는 않아도

느낄 수는 있습니다. 우리를 잡고 꼭두각시처럼

흔드는 구태의 것들은 우리의 주위에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

길거리의 사람들이 나누는 말들 중 한 구절에

이 보이지 않는 힘과 개인의 관계를 압축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승리는 그들의 승리이지, 우리의 승리인가."

 

 

 

 

2013년 현재, 좀 나아졌나요?

 

 

이 소설이 쓰여진게 1940년대 인데 한 70년이

지난 지금은 뭐 좀 달라진게 있나 둘러보면

그닥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시대는 최첨단의

초현대를 달리고 있는데,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근대, 이보다도 더한 전근대도 벗어나지

못한 것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요.

구태한 정치판만 보아도 과거와 달라진게 없죠.

역사와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깊이 뿌리박혀 판을 치고 있는 관습과 의식들도

아직 많습니다. 중국만 그런 것도 아니고 한국도

마찬가지죠. 구시대의 유물들이 현재의 나와 우리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지, 어떤 독이 되고 있는지,

잘 살펴보는 기회 한번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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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이 소설은

북미 대륙의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그 속의 삶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몇 편의 단편 소설이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황량한 벌판, 메마른 땅,

농장과 띄엄띄엄 서 있는 집들, 카우보이,

로데오, 픽업트릭과 펍 등으로 대변되는

몇십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 시골

깡촌의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이 곳 역시 사람이 살고

살아가는 땅이며 저만의 이야기를 가진

곳입니다.

 

 

 

 

적나라한 그 땅의 삶


무엇보다도 이 책은 그 광활하고도

황량한 대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 사실 생생하게 보여

준다기 보다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야말로 내이키드naked 한 느낌의

이 소설들을 읽다 보면 여느 소설들과는

그 맛이 좀 다릅니다. 지겨우리만치

변화없고 무미건조한데도 결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양, 아주 길고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읽게 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으로 책을 보게 된다고나 할까요.

이 땅에서 일어나는 충격적인 사건들과

강렬한 스토리마저도 느릿느릿 고요하고

변화없는 와이오밍의 배경 속에서는

그저 흘러가는 한줄기 바림이나, 그

바람에 굴러가는 한덩이 회전초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나고

스러지고 왔다 갑니다. 대지는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브로크백 마운틴

작가
애니 프루
출판
MEDIA2.0
발매
200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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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떠날 수 없는 곳

 


소설 속의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건

처절하리만치 고통스러운 고독과 절망

일 겁니다. 지금 현재보다 나아진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고 계속 이대로일 것만 같은

이 변화없는 척박한 곳을 떠나고 싶어하지만

결국엔 떠나지 못하거나,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미 이런 걸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마치 영원한 족쇄에 묶

인 듯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하면서 떠남을

더 갈구합니다.

 

 

사람이 그립다

 

 

그리고 그들을 괴롭히는 것 - 그것은 고독

입니다. 척박하고 메마르고 황량한 이곳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최후의 희망이자

원동력이 된다고나 할까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기댈 거라곤 사람뿐인거죠. 오랜

시간을 함께 하거나 동고동락한 존재, 혹은

믿을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잖아요.

우연이든 필연이든간에 가족이나 연인 혹은

친구 또는 동료와의 이별에 사람들은 고통

스러워하고 슬퍼합니다. 별로 세련되지는

않아 거칠고 미숙하긴 해도 그들 나름의

고독을 진심을 담아 표현합니다. 또는 내색

않고 있다가도 혼자서 가슴을 부여잡고

고독과 슬픔을 삭히는 모습에 독자들마저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꼴도 보기 싫은 놈도

뒤돌아서면 또 생각나기도 하게 만드는 이

소설에서는 사람이 그렇게 그리운 겁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와이오밍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와이오밍 '사람들'의 이야기인 겁니다.  

 

 

 

정중동의 맛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사실 좀

따지고 보면 엄청나게 충격적이고 강렬합니다.

그 임팩트가 보통 강한 것들이 아니예요.

하지만 읽다보면 그 충격이 그정도까지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소설 속에

흐르는 뭔가 정적인 분위기와 유유하게

흘러가는 느낌에 젖다보니 그럴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듯한 대지와

멈취버린 듯한 시간의 흐름이 공존하는

소설이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이것이 바로

이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의 진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은 사실

50 페이지 남짓이 짧은 단편 소설이예요.

어찌보면 영화로 만들기에 딱 좋은 - 더도

덜도 말고 두시간짜리 영화로 만들기에

딱 좋은 분량이랄까요. 그렇기에 영화는

소설의 내용에 대단히 충실합니다. 거의

소설과 영화의 내용이 똑같다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

감독
이안
출연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개봉
2005 미국,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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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감독상, 각색상!

 

하지만 이번에는 저는 소설보다 영화가

더 낫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화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참 흔치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로크백 마운틴'

은 영화가 오히려 소설보다 더 좋았어요.

그 이유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영상미!

에 있을 것 같네요. 대자연과 광활한 대지

를 배경으로 두 남자의 사람과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는 정말 대단히 아름다웠고

제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손꼽을만큼

좋았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야

말로 영화감독 이안의 능력이 발휘되어서야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이 소설은

오히려 소설로만 존재하기 보다는 영화로

제작된 것이 더 나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감독상과 각색상, 음악상을 수상했어요.

그럴만 합니다. 충분히 그럴만 합니다. 

 

 

 

 

 

 

무엇이 잭을 죽였나

 

 

소설과 내용의 영화는 정말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영화를 보면서 살짝

아리송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잭의 죽음이

과연 사고에 의한 것인지 살해된 것인지

좀 애매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습니다만

소설을 읽었을 때엔 이런 부분에 대한 사실을

꽤 명확하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설에는 있으나 영화에서는 없는 부분 -

잭이 결국 애니와 함께 하고픈 꿈을 포기하고

다른 남자와 같이 고향에 돌아와 목장일을

하며 살아가려고 했더군요.

 

 

 

압도적인 영상미

 

 

영화의 경우엔 브로크백 마운틴의 풍경이

정말 압권이죠. 진정 아름다운 대자연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잭의

멕시코 방문 장면도 잊을 수가 없어요. 남창과

함께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마치 그림같았던

그 장면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소설에는 없었던 부분이긴 합니다만

오히려 영화에 있어서 더 좋았다고 할까요.

 

 

 

 

중고책이라도 사 보자 

 

 

현재 '브로크백 마운틴' 이 책은 판매되고

있지 않습니다. 더이상 책이 나오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새 책은 살 수 없어서

온라인 중고서점을 통해 구매했습니다. 다

읽고난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건대, 읽어보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습니다. 다소 개인적인

취향을 탈 것 같긴 했지만 애니 프루의 소설들

은 참 인상적이고도 매력적이었어요. 물론,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과감하게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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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1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리스본행 야간열차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교사인 주인공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우연히 얻게 

됩니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한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은 책의 작가 

아마데우 드 프라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존경받는 의사이자 뛰어난 작가이면서 

고결한 정신의 귀족이자 저항운동가였고,

격정적인 사랑에 고뇌했던 그의 일생을  

뒤쫓아  리스본 행 아간열차에 올라탑니다.

 

 

 

 

 

대단히 아름다운 책

 

우선, 저는 이 책의 리뷰를 쓰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책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정말 아름다운 책이

예요. 멋지고 훌륭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합니다. 언어학과 철학 전공자인 작가가

- 현재 언어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라고

합니다 - 뽑아내는 아름다우면서도 강하고

깊이가 있는 글귀들이 대단히 인상적인

책이예요. 이런 점이 바로 이 책의 첫번째

매력입니다. 인상적이고 좋은 구절을 형광펜

으로 밑줄 긋다보면, 책 절반쯤이 밑줄

그어져 있을걸요? ㅎㅎㅎ

 

 

 

리스본행 야간열차 1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
출판
들녘
발매
200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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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2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
출판
들녘
발매
200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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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제적 천재의 생애

 

 

두번째 매력은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행적을 파헤치는 스토리에서 오는

흥미진진함이예요. 이런 점을 생각해

볼 때, 사실 출판사 서평이 좀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출편사 서평을

읽어 보면 낯선 일상, 돌연한 일탈을

주요 포인트로 잡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어느 천재적 문장가의 삶을 파헤쳐보는

미스테리로 잡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실제로도 책을

읽어보면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개인사

와 가족사, 저항운동, 그의 사랑이 서로

얽히면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과

흘러간 시간 속에 숨겨진 것들을

따라가는게 꽤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달마가 리스본으로 간 까닭은

 

 

책의 초반부가  조금 견디기 힘듭니다.

주인공이 리스본으로 떠나게 되는 원인이 

좀 공감하기 힘들달까요. 물론 감수성으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지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몇번을 읽어도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꼭 스토리 때문은

아니어도 살짝 초반부가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초반부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야기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갑니다.

 

 

 

마성의 책이로다

 

 

글이 아름답긴 한데 읽어 나가기에는

그닥 녹록치는 않을 겁니다. 해괴한

느낌의 글들은 절대 아니지만, 약간은

어려운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문장

자체가 내포하는 메세지도 그리 가볍지

않을 뿐더러 텍스트 자체도 읽는데

집중력을 요합니다. 수사와 장식 가득한

글은 아니지만 상당히 날카로우면서도

정교하고, 세련미 넘치면서 그 어떤

속임수나 얼버무림 같은 건 찾기 힘들기에

마치 돌직구같은 느낌의 글이기 때문일

겁니다. 저 역시 처음 읽을 때는 몇번

책을 내려놓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이 책의 마성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나이트 트레인 투 리스본

감독
빌 오거스트
출연
제레미 아이언스, 멜라니 로랑, 잭 휴스턴
개봉
2013 독일, 스위스,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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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트 트레인 투 리스본'

 

한국에서는 개봉은 하진 않았는데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있습니다.

어둠의 경로로 이 영화를 받아서 보긴

했는데요, 영화가 주는 재미와 소설이

주는 재미는 확연히 다릅니다. 소설 속의

그 주옥같은 문장들을 영화에서는 소설

만큼 느끼긴 힘들더라구요. 소설 자체가

내용이 좋다보니 영화도 좋을 수 밖에

없긴 하지만 그래도 소설을 담기에는

영화가 역부족이예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영화로 보셔도 좋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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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오레 오늘의 일본문학 10
호시노 도모유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오레오레

 

우연히 분실 휴대폰을 습득한 주인공은

휴대폰 주인의 어머니에게 장난 전화를 

합니다. 이 한 통의 전화를 시작으로

어쩌다보니 그 집 아들 역할을 하고 있게

됩니다. 정작 본인의 집에서는 자신을

대신하는 누군가가 아들노릇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구요. 이런 식으로

서로의 존재와 지위가 바뀌고 엇갈리는

가운데 주인공은 세상에 나와 또다른

'나' 그리고 이 모든 '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여기저기 어디나

존재하는 수도없이 많은 나와 '나',

그리고 '나들' 이 만드는 혼돈 속에서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습니다.

 

 

오레오레

작가
호시노 도모유키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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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초현실주의

 

무엇보다도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그렇고 그런 삶을 사는 어디나

비슷한 이 도회지의 생활에 대한

날것같은 묘사와 서술이 이 소설을

리얼하게 만듭니다. 이야기의 소재는

참 초현실적인데 그 배경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예요.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되고, 내 주변

에서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누구?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정말 이

도시의 부속품처럼 살다보면 나 아니어도

내 자리를 대신할 다른 부속쯤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하늘아래 나란

존재는 유일하고 유니크한데 그런 고유성

이 무너지고 획일화와 몰개성화를 불러

오겠죠. 더 나아가면 나의 존재마저 부정

당할 위협을 받습니다. 무슨 SF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긴 한데, 그다지 멀리

있는 이야기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개인의

아이덴티티의 상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기는 한데, 개인적으로 접한 작품들

중에서 소설은 이 작품이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납득할만한 결말

 

 

걷잡을 수 없을만큼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의 끝맺음을 어떻게 하려나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다 읽고나서

보니 작가의 결말이 저는 마음에 듭니다.

특히 확고하게 딱 부러지는 깔끔한

결말을 내려준 작가에게 좀 고마움을

느낀다고 할까요. 추상적인 소재를 다루는

작품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산으로 가는

소설' 처럼 되기도 쉬운데, 흔들림없이

시종일관 자신만의 길로 이야기를 몰고

가는 작가의 굳은 심지(?) 덕분에 애매

모호한 결말로 이야기가 끝나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야기 전체를 봐도 일관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이런 점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도 스토리가 산으로 갈

것 같은 불안함 없이 맘 편히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려운 내용 쉬운 이야기

 

 

굉장히 독특한 소설이었습니다. 좀

신기하기도 하구요 이런 소재를 생각해

낸 작가의 아이디어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특이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읽기 어려웠던

것도 아니고 술술 넘어가는 책장 속에

조금은 복잡하고도 어려운 이야기를

담아낸 작가의 능력이 부럽기도 합니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담은 쉬운 이야기,

그런게 진정 좋은 이야기지 않을까요?

 

 

 

영화 '오레오레'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있나 보네요. 장르가 코메디로 잡혀 있긴

한데, 글쎄요. 아직 한국에서 개봉이

안되어서 뭐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소설이 코메디는 아니라는

겁니다. 영화도 좀 궁금해 지네요.

 

오레오레

감독
미키 사토시
출연
카메나시 카즈야, 우치다 유키, 카세 료
개봉
2013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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