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무더웠던 여름이 거진 다 지나가고

이젠 살짝살짝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날들입니다. 한 몇 주 포스팅이 뜸했네요

여름휴가 때문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남겨 봅니다. ㅎㅎ

 

 

작가 '모옌' 을 아시나요?

 

이번에는 중국 작가 모옌의 작품을 소개

합니다.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한 <개구리>

를 최근에 다 읽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한번 읽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읽어봤네요.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 도 사실

원작이 모옌의 '붉은 수수'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붉은 수수밭

감독
장예모
출연
공리, 강문
개봉
1988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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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작가
모옌
출판
민음사
발매
20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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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산부인과 의사인  

고모입니다. 독자들은 그녀의 조카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무엇보다도

주된 이야기는 바로 중국의 '계획생육'

한마디로 산아제한 정책이지요. 산부인과

의사로서 정책의 일선에서 활동했던

고모의 이야기를 소설은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한때 우리나라도 그런 적 있었죠.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기르자'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낮은 출산률

때문에 걱정하는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참 어이없는 정책입니다. 뭐 어쨌든,

그땐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도 여전히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주인공 고모는 계획생육 정책을 위해

현장에서 많은 일을 합니다. 남자들의

정관수술, 여자들의 루프 수술, 정책을

어기고 두번째 아이를 임신한 여자들에겐

낙태수술을 시행하지요. 수많은 아이

들을 받았던 손으로 또 수많은 아이들을

죽이기도 한 겁니다. 오직 당과 정부와

국가를 위한 업무에 고모는 참으로 철저

하고도 충실했었죠.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씨가 없어진다고, 불구가 된다고, 대가

끊긴다고, 우리 아이를 죽이려 한다고

격렬한 저항이 예상되지요.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모는

끝까지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합니다.

강단있는 철의 여인이었던 듯 하지만,

말년에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속죄와

반성이라는 걸 그때도 알고 있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종족 번식은 본능이다

 

이 소설, 글쎄요. 한 산부인과 의사의

활동과 인생을 그렸다고 설명하기엔

조금 모자람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의 계획생육이라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라고 말하기에도 모자란

건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소설은,

'아이를 낳는 것' 에 그 포커스가 아주

강렬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만큼 원시적이면서도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행위가 있을까요. 비단 인간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생명체이든

자신의 후대를 생산해 내고, 번식을 통해 

종족을 유지하려 합니다. 적자와 강자만

생존하는 자연계에서 이것은 생사를 건

필사적인 전쟁에 가깝습니다. 사람도

이와 별반 다르진 않습니다.

 

 

아이를 가지고, 후세를 남기는 것, 자녀를

통해 자신의 일가와 종족을 보존하고 유지

하려는 것은 본능에 가깝습니다. 그 본능적

인 행위에 외부의 개입과 간섭이 있다면

그것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것 역시 본능적

인 행동이겠지요. 저는, 모옌의 <개구리>

는 출산과 종족번식이라는 원초적 본능을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본능에 가까운 일들에 연관된 행위와

감정,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작가

모옌은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고도 가장

적절한 배경과 사건 그리고 장치를 사용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엔 이유가 있다

훌륭한 문학작품일수록 인간의 근원적

본성에 더 다가가고 그 진면목을 잘

그려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훌륭한 

작품 모두가 다 그렇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모옌, 모옌, 진정 대단한

작가입니다. 참 대단한 작품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유가 있습니다. 

 

  

왜 '개구리' 인가요?

 

제목이 왜 '개구리'인지 궁금해 하실  

분들이 좀 있으실 것 같네요. 여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책을 읽어 보시면 왜 제목이 '개구리'인지

소상히 나와 있거든요. 궁금하신 분들

께서는 직접 작품을 읽어 보시는 걸로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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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한 신작이네요. 이번

감상은 더글러스 케네디의 [더 잡] 입니다. 이걸로

'빅 픽쳐' 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는 더글러스 케네디

의 작품이네요.

 

빅 픽쳐 감상은 여기로! : http://blog.naver.com/opusdog/130172674424

 

 

 

 

더 잡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출판
밝은세상
발매
201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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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잡 The Job

 

바로 줄거리 소개부터 들어갈게요. 어느 잡지사의

광고지국장으로 일하던 주인공은 회사가 다른

업체에 인수되면서 잡지가 폐간되면서 실직하게

됩니다. 게다가 아내와의 관계도 나빠지는 바람에

이혼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주인공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사모펀드 회사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고등학교

동기의 제안을 받는데...

 

 

 

도시의 삶,  느낌 아니까

 

작가의 다른 작품 '빅 픽쳐'에서는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더니

이번에는 잡지사에서 일하는 샐러맨이네요.

더글러스 케네디의 작품은 미국적이면서도

참 자본주의적(?)입니다. 그러면서도

도회적이고 또 그만큼 현대적이죠.

작가는 모던한 감성의 도시생활과

세련된 대화 그리고 인간관계를 톡톡튀는

형광펜같은 센스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동시에, 전쟁터같은 자본주의 사회 속의

경쟁속에서 살아 남아 일중독자가 되어

도심을 활보하고, 월세를 내고 건강

보험을 들고 부인이나 연인과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를 위해

일을 유지하고 돈을 버는 인물을

그려내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이 도시의 삶이 가진

문제와 약점을 콕 집어낼 줄 압니다. 선택과

포기 속에서 잃어버린 자기과 꿈, 샐러리맨의 

삶에서 오는 애환, 끝없는 경쟁으로 인한 

갈등과 피로, 악착같이 지켜야만 겨우

유지되는 이 도시의 삶 속에서 힘들어하며

고통받는 인물들로부터 놀랍도록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는 건 더글러스

케네디의 특기이자 강점입니다.

 

 

 

목이 길어 슬픈 '을'이여

 

이번 작품 [더 잡]에서 우리를 사로집는

첫번째 매력 포인트는 바로 이 도시의 직장인,

샐러리맨으로서의 삶에 대한 묘사에 있습니다.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 미친듯 일해야 하고

결과를 내야 하고, 경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때론 살아남기 위해서 동료를 배신하기도 하고

타인을 밟고 올라서는 과정 속에서 비정함을

맛보기도 하고, 믿을 사람 하나 없이 온통

적으로 둘러싸인 세상 속에서 처절한 고독을

느끼기도 하죠. 모든 것이 돈에 의해 움직이는

자본주의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은 돈이 없으면 한없이 철저하게 불행

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불행해지고

싶지 않아서, 자기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상관의 가벼운 농담도 명령처럼 받들어야 하고

아니꼬운 갑 앞에서 한없이 비굴한 을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책을 읽을 많은 이들의 절대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가능성과 함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매력적인

스토리들을 보면서 이번 작품 역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거지같은

현실이 떠오르면서 참 씁쓸하기 그지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에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항공기 승무원에 폭행사건,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업체 사장의 호텔 도어맨 폭행

등  '갑'의 부당한 횡포와 일방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을'을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

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서 떠오르게 되는거죠.

 

 

 

어느 세일즈맨의 작은 소망은

 

그리고 이야기는, 절박한 처지의 '을'에게

그의 삶과 목숨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더이상 참을 수 없잖아요. 그렇게 이야기는

이 못된 '갑'을 향한 '을'의 한판 뒤집기를

시도합니다. 여전히 착하고 선량한 '을'이

바라는 것은 복수나 이들을 챙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어지러진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길 바랄 뿐이죠. 모든걸 다 부숴버리는

그런 철저한 복수는 아니지만 우리에게

카타르시스 를 주기에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주인공의

인생이 다시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됩니다.  

 

 

 

한국 시사 좀 보셨나봐요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묘하게도 이 책

속의 소재는 요즈음 한국의 사회적 이슈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왜곡된

갑을관계부터 기업들의 검은 돈 세탁을 위한

페이퍼 컴패니까지 마치 한국 시사잡지라도

보고쓴 듯한 느낌이네요. 그만큼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이 소설이 더 친숙하게

다가올 것 같네요. 원래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은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가 친근하게 느낄만한 

요소가 많아요. 그래서 읽기 쉽고, 이해하기도  

쉬운 편이죠. [더 잡]에 이어 다음으로 읽어 볼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감상은  '템테이션'

입니다. 다음 책 감상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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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상 - 비밀 노트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로 충격적이었던 책

 

제가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그리고 가장 문제적 작품이었던 책을 소개해

볼게요. 저 역시 다른 분께 소개받은 책이기도

한데요, 읽은지 몇년이 지난 지금도 정말

이 책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고 기억합니다.

언제한번 꼭 이 책은 다른 분들께도 소개하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감상을 쓰게 되네요. 이렇게 

소개하게 되어서 진심으로 기쁩니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책은 총 세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국어 제목으로는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이란 이름으로 상, 중, 하 이렇게 묶여

있지만, 원작은 하나로 묶인 작품은 아닙니다.

각기 '커다란 노트', '증거', '세번째 거짓말'

이란 제목으로 따로따로 출간된 소설이었죠.

물론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작품이긴 하지만

이 사이에 공유하는 설정과 연결성 때문에

한데 묶어 보는게 작품을 감상하기에 더

수월해 보입니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상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출판
까치
발매
200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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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노트

 

소설은 동유럽 어딘가에 살았던 쌍둥이

형제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엄마는 쌍둥이 형제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떠납니다. 할머니 집에서 살게된 형제는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하면서 전쟁으로

가득한 잔혹하고도 끔찍한 시대를 경험

합니다. 어느 장교와 함께 아이들을 찾으러

돌아온 엄마는 폭탄에 맞아 죽고, 그 후에

찾아 온 아빠는 국경을 넘으려다 지뢰를

밟고 죽죠. 쌍둥이 형제 중 하나는 국경을

넘고, 나머지 하나는 다시 할머니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제 1권 [비밀노트](원제

'커다란 노트') 는 끝이 납니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중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출판
까치
발매
199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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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증거

 

제 2권 [타인의 증거](원제 '증거')는

쌍둥이 형제 중 할머니 집에 남은 아이의

1권 이후의 삶이 그려집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주인공이 사는 k시는 혁명과

이념간의 갈등을 겪습니다. 점차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고립된 곳이 되고

폐허처럼 변해 가는 k시 속의 주인공과

여러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지요.

주인공은 바보스러울만큼 단순한 삶을

살아갑니다. 자신의 아버지의 아이를

가지게 된 여인과 그 아이와 같이 살게

되고 주인공은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의 엄마는 대도시로

떠나고 아이는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누구의 아이인지 알 지 못하고

정체성을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주인공이 떠난 k시에

다른 쌍둥이 형제가 주인공을 찾아오지만

주인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 혹은

쌍둥이의 존재를 증명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자료와 기록들조차 쌍둥이

형제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내용

을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쌍둥이의

존재가 처음부터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리며 끝을 맺습니다.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하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출판
까치
발매
200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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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거짓말

 

제 3권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원제

'세번째 거짓말') 은 독자를 대단히 혼란

스럽게 합니다. 1권과 2권이 공유하던

기억과 내용이 3권에서는 부정되고

이야기는 모순 속에 빠집니다. 50년이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쌍둥이 형제는

다시 만나게 되지만 한 쪽이 쌍둥이

형제의 존재를 부인합니다. 이야기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다른 버전의 기억을

들려 주면서 과연 진짜로 쌍둥이 형제가

존재했던 것인지, 이 이야기가 진실한

것인지 의심하게 되고, 결국에는 존재

자체에 대한 근원적 의문마저 들게 됩니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습니다. 쌍둥이

형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한 명이 어릴 적 이미 죽어버린

걸 수도 있고 혹은 형제의 존재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허구적인 인물일 수도

있어요. 이야기는 쌍둥이 형제라고 주장

하는 한명의 자살과 나머지 한명 역시

같은 방법으로 죽게 될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으로 끝나게 됩니다. 

 

 

 

충격적인 문장들의 거대한 임팩트

 

무엇보다도 독자를 충격의 막장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주 무미건조하게, 아무런

감정이나 묘사 없이 쓰여진 짤막짤막한

문장들일 겁니다. 짧고 딱딱하면서 단호한

이 문장들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그 어디서도

보기 힘들만큼 강렬하면서도 절망적이고,

잔혹하면서도 슬픕니다. 전쟁과 혁명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이들의 시각에서 보이는

그대로 쓰여졌다고나 할까요. 평온한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보기에는 무척이나

비정상적이고 암울하면서 불쾌한 것들일 지

모르겠으나, 그 아이들의 세상속에서 수많은

비정상들마저 나름대로 각각 이해되고

받아들여집니다. 현실이라고 믿고싶지 않을

만큼 끔찍한 참상들 앞에서 아이들은 때론

아무일 없었던 듯 덮어버리기도 하고, 또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처리하지만

그러한 것들에 일말의 감정이나 죄책감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본성이

이끄는대로 행동하는 것에서 오는 당당함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떨땐 절대 웃어서는

안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유머러스하게

대응하는 것은 어쩌면 고통과 절망으로

가득했던 시간을 살아가는 놀라울만큼

현명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렇게 그들이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과, 그 모습을 더없이 건조하고 단순하게

쓴 글을 보면서 독자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세컨드 임팩트, 존재의 부정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진실성이 의심

스러운 순간이 찾아 옵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별하기

힘들어 집니다. 제 3권의 제목조차도

'세번째 거짓말'이네요. 첫번째 책,

두번째 책에 이어 세번째 책도 거짓이란

건가요? 자신의 존재마저도 부정당하는

주인공들은 '나는 누구인가?' 라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에 이릅니다.

독자들은 지금까지 뭘 본거죠? 이 소설속의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죠?이 모든게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는 순간

우리는 두번째 멘탈 붕괴에 빠집니다.

이토록 짧고 간결하게 쓰여진 글이

얼마나 쉽게 인간 존재를 회의하고 의심

하게 만들었는가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불확실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되는 거죠.

 

 

 

 한편의 우화가 우리의 본성을 묻다

 

그리하여, 제 2차 세계대전부터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후까지 유럽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우화와도 같은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소설의 문장만큼이나 단순하고 명료

합니다. 책을 읽는 순간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란 인간의 근원적인 본성에 관한 질문은

이 책의 존재와 임팩트 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 남습니다. 단순하지만

원초적인 담론이기에 더 들어가면 그 깊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심연속에

있는 질문입니다. 뭐라 덧붙일 능력도

없거니와 더 들어가면 위험하므로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ㅋ

 

 

또 한편의 '나만의 책', 강력추천!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책이다 라는 평가를

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초반에 이야기했듯이

가장 충격적이면서 임팩트 있었던 책이었어요

한번 읽어보라고 거침없이 추천해 주고픈

그런 책이랄까요. 네, 이 책도 바로 '나만의 책'

리스트에 넣어 둔 책 중에 하나가 확실합니다. 

 

 

 

또다른 '나만의 책' 링크 : http://blog.naver.com/opusdog/130172747135

 

살다

작가
오토가와 유자부로
출판
열림원
발매
200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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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넬레 노이하우스와의 첫 만남 

 

엄청난 흥행과 함께 인기를 모았던 화제의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로 이름 붙여진 이 작품군

들은 벌써 6권이나 나왔네요. 그 중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은 제가 첫번째로 만난

작품이었습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
출판
북로드
발매
201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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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정황증거를 통해 

두 소녀의 살해 혐의로 10년을 교도소에서

복역한 주인공이 형기를 마치고 고향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미 쑥대밭이 되어버린 집과

차가운 시선과 함께 냉담한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동네사람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죠.
가장 큰 문제는, 이 주인공이 두 소녀를

살해한 기억이 없다는 점일 겁니다. 어둡고

음습하면서도 뭔가 불안한 마을 분위기와

함께 10년 전의 소녀 살해사건의 진실이

밝혀집니다.

 

 

 

일단 양이 많다!

 

일단 미스터리 소설 치고는 양이 좀 많습니다.

물론 최근에 나오느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 은 무려 무지하게 두꺼운 책 세권으로

만들어져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미스터리

소설 치고는 양이 많아요. 문제는 양만 많은게

아니라 그 속의 내용과 스토리도 굉장히 많다

는 겁니다. 보통 미스터리 소설의 두권에서

두 권 반 분량 정도 된다고 느껴집니다. 실제로

스토리 자체도 두가지 이야기로 나눠봐도 될

만큼 그렇게 구성되어 있지요. 뭔가 읽고

읽어도 이놈의 책이 끝날 기미가 없고, 계속해서

사건이 생기고 진실이 밝혀집니다. 얼른 좀

끝내고 다른 책을 읽고 싶은데 책장이 빨리

넘어가질 않아서 엉엉 울면서 봤습니다. ㅋㅋ

 

 

 

 

철두철미한 스토리

 

은근 많은 수의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그냥

곁다리로 보고 넘어가도 될만한 인물들이

아니라 나름 중요한 인물들이 많다보니

좀 복잡한 감도 없잖은 게 사실입니다. 물론

서너개 쯤의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보니

당연히 그럴수 밖에 없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놀라운 것은, 이 복잡한 이야기 속에서도

결코 놓치지 않는 디테일과 논리적인 구성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디테일은

사실적인 서술과 섬세한 묘사같은 것들이기 

보다는 사건과 이야기의 세심한 부분까지

깔끔하게 그려내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부분 없이 독자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확실하게 알려준다는 점일 겁니다. 물론,

미스터리 소설이 풀리지 않는 의문을

남긴다는 것은 독자에게 꽤 큰 실례이므로

그런 누를 범하는 작품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사건의 판이 커지다 보면

빠지거나 놓치는 부분도 생기기 마련인데

엉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꼬인

부분 없이 잘 풀어낸 모습이 참 놀랍습니다.

 

 

 

 

우연은 없다

 

이렇게 복잡한 사건인데다가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다보니 사건 자체가 좀 지저분합니다.

사건을 숨기려 하고, 또 숨기려하는 자를

숨기는 구조가 중첩되면서 이건 뭐 도대체

어디서부터 사건을 풀어나가야 하는건가

싶기도 하지만 작가는 사건을 억지로 풀기

위해 무리수를 두지는 않습니다. 사건에

접근해 보고 못 풀면 귀찮지만 또한번

접근해 보더라도, 그 어느 무협지처럼

절벽에서 떨어진 주인공이 숨어사는 고수를

만나 비기와 내공을 전수받는 그런 식의

우연한 사거해결에 기대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무엇보다도 이야기들이

참 논리적이란 거죠. 사건의 단서들이

쇼킹하게 갑작스레 나타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차츰차츰, 증거와 해결의 

실마리를 모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과정을 지긋하게 고수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중반을 조금 넘어서면 독자들은

이미 사건의 대략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기가막힌 반전같은

걸로 독자를 놀래키려고 하진 않아요.

 

 

 

치정극의 백설공주

 

물론, 뭐 마지막 부분의 내가 니 애비다

식의 막장 드라마같은 반전이 있긴 하지만

솔직히 사건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이기도

하고, 그 부분이 없어도 이미 스토리는

그럭저럭 완성된 상태니까요. 하지만

시종일관 작가가 건드리는 문제, 책 전체

관통하는 문제의 근원, 원초적 죄악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때 마지막 사건

역시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건

아니겠지요. 강력범죄의 원인 중 꽤 높은

비율이 치정범죄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해봐도 좋을겁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나의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남편을 유혹하는 '백설공주'는 우리

모두의 제거 대상 1호일 겁니다. 

 

 

 

머리는 아픈데 재미있는 책

 

꽤 재미있는 소설이었으나 아직 남아있는

나머지 다섯 권의 타우누스 시리즈도 이런

식이면 읽기가 좀 무섭습니다. 분량도 문제

이거나와 복잡한 스토리 때문에 읽고나면

머리가 지끈거린단 말입니다. 확실한건

왜 이렇게 넬레 노이하우스가 인기있는지

작품 하나만 읽어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남은 다섯 작품은 좀 천천히

읽어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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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내 가여운 개미
류소영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이 소설집은  

읽자마자 어떤 느낌이 있었습니다. 마치

오 분짜리 단편 드라마 일곱개를 모아놓은

느낌이랄까요? 혹은 소설책이 아니라

사진첩을 넘겨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미 내 가여운 개미

작가
류소영
출판
작가정신
발매
201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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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수몰되어 사라질 마을을 보러가는

사람들, 교통사고로 죽은 거식증 아가씨,

집나간 시어머니, 옷 잘입는 여자, 어느

휴양지에서의 세쌍의 신혼부부 이야기.

이 소설이 그리는 등장인물들입니다.

이야기마다 독특하거나 신기한 등장인물

이 있거나, 어떤 깜짝놀랄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있음직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담담하게

읊어주는 느낌입니다.

 

 

- 그렇다고 해서 우울한거나 비관적인

기색을 보이진 않습니다. 작가는

나직하면서도 정감어린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조용한 분위기

가운데 마치 오랫만에 방문한 고향집

에서 어머니께 동네 사람 이야기 듣는

느낌이랄까요. 누가 결혼을 했네, 어느

집 할머니가 돌아가셨네, 그 집이

다른 동네에 집을 지어서 이사를

갔네, 뭐 이런 이야기 있잖아요.  

야단법석에 사건만 가득한 요즘 

인기소설 보다는 이 소란스럽지  

않은 나직함을 가진 단편 소설집이 

저는 마음에 듭니다. 

 

 

- 읽고나서 다시한번 단편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왠지 모르게

나중에 다시 생각날 것 같고, 한번 더

찾아 읽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아마도 이 책이 가진 '편안함' 혹은

'친근함' 이 가진 힘일 겁니다. 등장 

인물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결여 

나 단점, 걱정, 고민들은 다 이해해  

수 있을 것만 같고 독자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는 점이 되는 

거죠. 특별하지 않은 인물들에서  

느끼는 일상성은 책을 읽는 이들 

에게서 더 쉽게 동감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 개인적으로 이 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냥그런 단편집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제가 완전 잘못 예측했네요. 솔직히 말하

자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던

책이었습니다. 어느 까페 한구석에

박혀서 커피 한잔과 함께하면 참 괜찮은

책이지 않을까, 복잡한 나날들에 지쳐

조용한 시간에 함께하면 좋은 책이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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