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군대의 장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1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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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땅파는 소설

 

자! 여기 또 땅파는 이야기의 소설

하나 나왔습니다! 소설 '레지노상'

에서는 공동묘지를 철거 이전한다고

막 파대더니 이번에는 전사자 유해

찾는다고 장군이랑 신부가 한 팀이

되어서 땅을 파고 다니네요

 

또다른 땅파는 소설 ' 레지노상' 리뷰 : http://blog.naver.com/opusdog/130174212038

 

 

 

 

 

죽은 군대의 장군

 

 

4년동안 진행된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은 알바니아에서 진행됩니다.

봄과 여름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왠지 따뜻한 날들은 오지도 않을 것

같은 이 땅을 여기저기 돌아 다니면서

장군과 신부는 자국 전사의 유해를

수습하러 다녀요. 그렇게 임무를

수행하는 4년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의 기록이 바로 이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 입니다.

 

죽은 군대의 장군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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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에서 나온 것은

 

'땅을 판다' 라는 거 있죠, 조금 생각해

보면 그저 단순히 흙을 파내는 작업은

아닌 듯 합니다. 그것은, 땅속에 묻혀

있는 무엇을 파 내는 작업, 그 중에서도

바로 묻혀 있는 과거를 파 내는 작업인

거죠. 과거의 시간과 사건, 인물과 기억을

파 내는 이 행위에서 작업하는 이는

무얼 느끼게 될지 조금 상상해 봅시다.

오래된 사진첩 같은것만 열어봐도 금세

추억과 감상에 빠지게 되는데, 땅에서

시체를 파 내면 그 느낌이 오죽하겠어요.

이건 그냥 단순히 시체이고 사람 뼈가

아닙니다. 그들이 그곳에 묻히게 된

전쟁을 파 내는 것이고, 죽음을 보는

것이란 말입니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그렇게 이 소설은 전사자의 유해를

파면서 자연스럽게 전쟁과, 죽음과,

그렇게 스러져간 군인들과, 그 과거가

묻혀있는 알바니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전쟁과 죽음이 끊이지 않는

역사를 가진 알바니아를 마치 전쟁이

일상인 곳으로, 전쟁과 불가분의 관계인

곳으로 만듭니다. 뭐 그때그때마다

전쟁의 이유야 있겠죠. 그러나 지금

땅을 파면서 드러나는 진실과 전쟁의

모습들은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 물음표를 던지게 만듭니다.

 

 

 

사라지지 않은 망령

 

 

명성높은 장군이 저질렀던 협잡꾼같은

행위들, 마을과 농장의 일꾼으로 전락해

버린 그의 부대의 군인들, 무의미한 살인과

파괴, 그리고 아직도 알바니아의 곳곳에

남아있는 그들을 바라보는 경멸의 시선들

을 종합해 보면, 뭐하러 전쟁을 했나 라는

의문이 딱 떠오릅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나 싶은거죠. 땅을 파면

팔수록 드러나는 건 전쟁의 무의미함이요

황폐한 땅과 음산한 날씨 속에서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전쟁의 망령입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전쟁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음험한 시선으로 주인공을

위협하기도 하고, 또 유해를 파는 인부를

죽이기도 하죠. 그렇게 알바니아는 이 몹쓸

망령이 지배하는 땅이 되어 있습니다.

 

 

 

'알바니아 대사', 이스마일 카다레

 

 

읍습하기도 하도 약간은 허무한 느낌의

작품입니다. 밝은 느낌과는 전혀 가깝지

않은 그런 소설이예요. 이스마일 카다레는

작품을 통해 알바니아를 알리는 동시에

전쟁의 허무와 무의미성을 온몸으로(?)

보여주는데 성공했다고나 할까요.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이 회색 분위기는 참

우중충하기 짝이 없네요.

 

지난 번에 리뷰 했었던 '레지노상'과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땅을 판다는 소재도

유사하지만 그 전체적인 분위기도 좀

비슷하다는 점은 꽤 흥미롭습니다. 그만큼

한번 비교해서 읽어보기도 좋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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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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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칼을 들었다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세상,

황금만능주의라는 희한한 자본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작가 박범신은 이

추잡한 자본주의를 까기 위해 아주 그냥

제대로 작정하고 펜을 들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초장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페이지

까지 그 시퍼런 날을 전혀 죽이지 않은

채, 돈이면 다 되는 - 돈이 제일 소중한

이 사회에 비판의 사시미를 제대로 쑤셔

넣습니다.

 

 

 

 

사회문제 백과사전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아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다

끄집어 낸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반드시

대한민국이 아니더라도 현대화 되고 도시화

되어가는 많은 나라들이 겪는 문제기도

하지만 대한민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문제들도 있잖아요. 도시개발, 교육문제,

강력범죄, 비리, 성매매, 치정문제, 장애인,

난개발, 부정부패, 정치꾼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문제점들을 작가는 속속

끄집어 내어서 적재적소에 배치한 다음

이야기를 끌고 나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 이면에는 돈이란 녀석이 숨어 있어요.

 

 

비즈니스

작가
박범신
출판
자음과모음(이룸)
발매
201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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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좋아하네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이 비즈니스 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자본을 위한 업무라고

말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자녀를

키우고, 가정을 유지하는 것조차 모두 다

비즈니스가 되어 버리는 이 놀라운 작태를

보고 있다보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의 감상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 뭣같은 현실에 분노

하거나. 혹은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실의

모습 앞에 체념하고 슬퍼하거나.

 

 

 

 

 

 

'지금... 참 좋아...'

 

 

가진 것 모두를 다 잃고, 자폐증 있는 남의

자식을 보듬어 키우면서, 그래도 '지금이

좋다' 는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는 참 인상적

입니다. 무소유의 자세로 보살이 되어버린

주인공... 뭐가 그리 좋을까요. 그리고 당신

에게 묻습니다. 자본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당신, 당신의 마음은 편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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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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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이다'

 

이 소설을 단 한 줄로 압축하자면, 뭐랄까요

책을 읽기 시작하고서 처음 몇 장만 넘겨도

만나게 되는 그 문장 아닐까요. 그것은,

 

'관능적이다'

 

반드시 성적인 감각의 자극만을 일컫기 보다는 

우리가 가진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보는게 더 적당해 보이네요. 당신에게는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은교

 

노시인 이적요가 죽고 1년 후 그의 유언장을

변호사가 읽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유언장 속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크게 두가지

내용일 될 겁니다. 노시인속에 숨어 잠들어

있던 열정과 사랑과 자아를 일깨운 은교에 대한

이야기가 그 첫번째일 것이며, 스승의 작품으로

인기작가가 되고 은교마저 차지하고 싶었던 

제자 서지우와 이적요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그 두번째라 하겠습니다.

 

은교

작가
박범신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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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의, 나의 은교여

 

사실 은교라는 존재에게 그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모자란 감이 없지 않습니다. 노시인

에겐 지켜주고픈 순수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욕망을 일으키는 사랑의 존재기도 하죠. 어찌보면

노시인에게 은교는 첫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에겐 뮤즈이기도 하고 보호해 주고픈

손녀같은 존재이며, 자신을 감싸고 보듬어주던

누나같은 존재기도 하죠. 숨겨진 또다른 자아를

일깨우고, 연로하고 쇠락한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여신같은 존재... 이것 보십시오. 온갖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란다니까요. 이 소설은

그렇게 노시인 이적요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은교의 모습을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황홀하면서도 대단히 아릅답습니다.

마치 소설의 탈을 쓴 거대한 시 같은 느낌이예요.

 

 

끓어 오르는 원시의 감성

 

 

독자 입장에서는 소설에서 시인과 그의 제자 그리고

은교 세사람 사이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보면서

즐기는 묘미가 아주 그냥 끝내줍니다. 뭐 삼각관계라고

봐도 좋겠지만,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간단한

삼각관계는 아닌 것 같네요. 일어나는 사건들에서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의 시비를 가리는 문제를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원초적 욕망이 대폭발하고

서로의 욕망들이 충돌하는 가운데에서 독자 역시

원시적인 감성에 젖고 근원적인 불안에 반응하면서

책장을 넘기게 된단 말입니다. 그리하여 -  이야기가

일단의 파국으로 치닫는걸 보면서 독자는 또한번

근원을 알 수 없는 쾌감을 또한번 느끼게 됩니다.

소설은 삶과 시와 사랑 그리고 죽음과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어요. 그렇게 박범신 작가의 '은교'는 더없이 원초적이고

원시적입니다. 그러기에 이 소설은 말이죠,

 

'관능적이다'

 

 

 

영화 '은교'

 

소설 '은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저는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영화로 이 작품을 접했어요. 책과 영화의

비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영화가 소설 원작을

따라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영화는 소설의 일부분만을 담고 있어요. 대략 소설의

후반부 즈음을 다루고 있죠.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나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대목이

좀 있습니다. 뭐 아무래도 영화라는 포맷 속에 소설을

모두 담기에는 무리니까 그랬겠죠.

 

 

 

 

야한 영화 아닙니다

 

사실 영화를 먼저 봤을 때에는 은교 라는 존재가

에로티시즘의 의미를 많이 가진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후에 소설을 읽고 나서는 결코 은교가 그런 의미의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이해했지만요. 자칫

잘못하면 '은교' 를 노인과 소녀의 에로티시즘 으로

곡해하는 일도 벌어지겠다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은교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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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도 너무 모자란

 

 

영화에서는 자극적인 것만 담은 것인지, 아니면

시각화해서 담기 좋은 것들만 추린 것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원작의 은교를 담아 내기에는 영화라는

포맷의 그릇이 한참 모자랐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어요. 뭐, 영화만 놓고 생각해

본다면 나쁘지 않다 하겠습니다만, 원작의 진의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 솔직히 말하자면

진의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 - 은 대단히

아쉬움을 남기는 정도를 넘어서 이것은 원작에

대한 모독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건

마치 스승이 소설 속에서 죽인 캐릭터를 제자가

죽지 않는 것으로 소설을 고쳐써서 작품을

완전히 망쳐놓는 꼴이랄까요.

 

 

 

 

나는 박범신 빠가 되었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정말 좋았습니다. 너무나도

훌륭하고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어요. 그만큼

누구에게나 추천해 주고픈 굉장한 소설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은 정도예요. 이 소설 때문에  박범신 작가님의

광팬이 되어 버렸는데 논산에 있는 집필실에 싸인이나

받으러 갈까 생각하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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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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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서술, 압도적인 분량

 

총 세권, 다 합치면 거의 2000 페이지에

달하는 참 길고도 긴 소설입니다. 작품의

분량이 많은 경우에 대개는 한가지 이야기에

대해 길게 쓰거나, 또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경우 둘 중에 하나인 경우가 많죠. '솔로몬의

위증'은 전자에 가깝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쓰기 보다는 한가지 사건에 대한 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솔로몬의 위증

 

학교 뒤편에서 그 학교 학생의 시신이 발견

됩니다. 아마도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추측되는 모습을 하고 있긴 한데, 뭔가

자살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 입을 오가며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가는 사건에 대한 소문과 추측, 사태 수습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일 수 밖에 없는 학교의 대응과

학교라는 시스템의 근원적인 문제점, 불난 곳에

기름을 들이붓는 형국을 만드는 언론의 보도,

그리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간에 사건과 연관

된 사람들 - 정확하게 말하자면 특히 학생들의

분노와 증오와 같은 감정들이 더해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문제는, 일이 커지기도

하지만 사건의 진실규명과 해결과는 먼 방향으로

흘러간다는게 더 큰 문제일 겁니다. 그리하여,

죽은 학생의 같은 반 학생들은 모의 재판을 열어

사건과 관련있는 모든 사람들을 직접 불러 법정에

세웁니다. 그리고, 그 재판을 통해 학교와 언론과

경찰 그 어느 곳에서도 알아내지 못했던 사건의

진짜 모습을 점차 밝혀 나가게 됩니다.

 

 

솔로몬의 위증 1

작가
미야베 미유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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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2

작가
미야베 미유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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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3

작가
미야베 미유키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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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전개, 강력한 절정 

 

 

대하소설은 아니지만, 장편소설 치고도 굉장히

긴 분량을 자랑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총 2000

페이지 정도 되는데 세권을 한꺼번에 잡으면 

손가락 쫙 벌려 한뼘 정도의 두께예요. 아, 2000

페이지는 정말 길더라구요. 작품을 읽다가 도저히

더이상은 못읽겠다 싶을만큼 힘들고 지쳐서

책을 덮은 적도 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은 참 술술 넘어갑니다. 이야기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진도가 나가는 그런 책이랄까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사건들이

폭발적인 이야기의 흐름이나 빵 터지듯 긴급한

사건의 변화가 있어서 독자들을 롤러코스터를

태우기 보다는 차분히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편이죠. 유유한 흐름을 타고 점점 스토리가 전개

해 나가지만, 그러면서도 밑바닥을 아주 단단히

다져 나가는 느낌입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이야기가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설정과

묘사, 암시와 복선을 빠짐없이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가면서 차근차근 절정을 향해 달려갑니다.

미주알 고주알 꼬박꼬박 주석처럼 붙은 설명은

없지만, 충분한 묘사와 논리적인 이야기의 전개

덕분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소설을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루할까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거운

비행기가 더 높이, 더 빨리 날기 위해 활주로를

좀더 길게 탈 뿐입니다. 그만큼 이야기의 클라이

막스는 굉장한 파괴력을 가집니다.

 

 

 

학교, 학교를 말하다

 

 

소설에서 학교는 주요 공격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초반부터 학교라는 시스템을

악으로 규정하고 끝까지 비판의 시각을 유지합

니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문제를 그 근원

부터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일단 상황수습에

급급하고 분위기가 가라 앉으면 안도하면서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이 학교라는 시스템의

경직성과 폐쇄성은 비단 대한민국 학교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네요.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

에서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을 학교라고

보는 것은 다소 무리입니다. 사건을 더 악화

시키는 주요한 요인을 학교 라고 보는게 더

정확할 듯 하네요. 이러한 학교의 문제점은

학교 외부인이나 학생들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 관계자나 선생들도 그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최선을 다해 사건을

해결해 보려고는 하지만 그들도 학교라는

시스템이 가진 근원적인 문제를 넘어서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비판은 분량과 차지하는

비중만 다를 뿐이지 매스컴의 선정적이고도

무분별한 보도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작가는 교내 모의 재판에서

학생들의 조사와 경찰의 수사를 비교하게

만들면서 공권력에 의한 사건해결 방식의

근본적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서도 넌지시

비판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직접 물어봤어? 

 

 

무슨 사건이 터지면 우리는 저만의 쑥덕

공론을 펼치게 되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회사에서 뭔가 일 터지면

소문이 나고 동료들 사이에서 무슨 엄청난

비밀처럼 이야기가 돌게 되죠. 매스컴에서

연예인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아주 그냥

전 국민이 사건 관계자인양 신나게 입방아를

찧습니다. 증권가 찌라시가 공공연한 비밀

처럼 세상을 돌아다니고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점점 소문이 커지고 왜곡되어

가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참 많이 봅니다.

언제나 그리고 어느 곳이나 호사가들과

오지랖 넓은 이들이 있기 마련입죠. 근데

한가지 물어봅시다. 사건의 당사자하고는

얘기 해 봤어요? 본인이 진짜 그랬대요?

사건의 알맹이인 주인공은 쏙 빠지고

카더라 식 소문의 쭉정이만 남은 걸 들고서

우리는 나불대고 있다는 겁니다. 이 책에서

사건에 접근해 나가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적이면서 정확합니다. 바로

 

'본인에게 직접 물어본다'

 

이거든요. 이러한 방식은 두가지를 만족시켜

줍니다. 소문만 들어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본인에게서 직접 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그리고 소문의 당사자들에게는

소문의 진상과 함께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방법은 느리고 힘들고 어렵긴 해도 분명

현재 이 사회가 사건에 접근하는 방법 -

학교의 선생님에 의한 해결, 매스컴을

통한 사건보도, 경찰수사에 의한 접근

- 이 가지지 못한 저만의 장점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나는 위증을 하고 있다

  

 

어느 사회나 학교에서 학생들 간의 괴롭힘

과 왕따 현상은 문제가 되고 있죠. 가해자

학생에 대해서는 따뜻한 시선을 보낼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것은 반대로,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삶의 패배자들이 행하는 앙갚음과

복수에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결코 잘한 짓은

아니니까요. 그리하여 이 모두가 피해자가

된 셈입니다.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상황이예요.

한가지만 짚고 넘어가죠. 소설을  읽고

계시거나 다 읽어보신 후 저의 블로그에서

이 리뷰를 읽고 있으실 바로 당신!

여쭤보고 싶은게 하나 있습니다. 당신도

혹시 그 문제 학생이 이 사건을 저지른

것이라고 의심하진 않으셨나요? 조금이라도

그러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실 수 있습니까?

소설의 초반에서 이미 사건의 전말과 진실을

다 알려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점차 독사의

대가리처럼 슬슬 고개를 쳐드는 의심의 그림자를

느끼진 않으셨나요? 저 역시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음을 인정합니다. 저 역시 제 마음 속의

법정에서 스스로에게 '위증'을 하고 있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박! 믿고보는 미야베 소설!

 

 

이 책은 왠지 선생이거나 선생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해요.

학교라는 곳은 근원적인 한계와 문제점을 가진

곳이며 학교라는 곳이 이만큼 문제가 있는

사회라는 걸 보이고 싶은게 결코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학교 안다녀본 사람이 얼마나 되고

학교란 시스템이 문제있다는 걸 모르는 이가

또 얼마나 되겠습니까. 다만 그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만큼 긴장하고 있는가를

묻고 싶은 것 뿐입니다.

 

소설의 법정에서 증인을 두고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 공방을 벌이는 장면은 정말 대단히 흥미진진

합니다. 소설의 백미였어요. 법정 스릴러의 묘미를

그대로 보여 준달까요. 동시에 추리소설의 흥미까지

더해지면서 독자에게 굉장한 임팩트와 재미를

선사합니다. 미야베 미유키, 참 치밀하면서도 

천재성 가득한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대단히 재미있는 소설이었어요. 이젠 뭐 일단

믿고보는 미야베 미유키네요! 추천을 마지않는

소설입니다. 지난번 2013년 홍대 와우북 페스티벌

때 미야베 미유키 작품들을 많이 사 놓았는데

하나하나 읽어서 미야베 시리즈 모음 리뷰도 한번

써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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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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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금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확실히 저만의 느낌이

강한 소설인 것 같아요. 뭐랄까요. 늦은

밤 술에 취한 채 독한 담배 한 대 피우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한 29금 쯤 붙여야

할 법 싶은 성인용 소설 같단 말입니다.

 

위대한 개츠비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
출판
민음사
발매
200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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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순하게 보면 불륜 치정극일 수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런거죠.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누구라도

이건 불륜 치정극이라고 그리 쉽게 말하

지는 못할 겁니다. 여기에 바로 '위대한

개츠비'가 명작인 이유가 숨어 있을 겁니

다. 

 

 

술 한잔 담배 한개피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아질

따름입니다. 개츠비는 왜 그래야만 했나

어떨 때는 참 공감이 가다가도 또 어떨

때는 집착과 광기가 아니었다 생각도

드는 겁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던 걸까 곰곰히 따져보다 보면 참

술 한잔 담배 한개피를 찾게 된달까요.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라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사회에서 

성공한 그는 부와 명예를 손에 쥐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진실한 사랑이었던 옛 연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문제는 그녀가 이미 어느 갑부의 아내라는  

점이죠.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종말을 향해 흘러 내려갑니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돈과 성공, 사랑과 야망, 그리고 성공과

몰락까지 이 소설은 그 어느 요소 하나

라도 대충 다루어지는게 없습니다. 각각

의 색을 뚜렷이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함께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큰

그림을 그려냅니다. 그러다보니 '위대한

개츠비'는 까도 까도 생각해 볼 것이 있고

곱씹어 볼 게 있어요. 어느 순간은 개츠비

의 성공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도 또 한순간

개츠비의 사랑에 대해 곱씹고 있게 됩니다.

그래서 명작인가 봅니다. 자꾸만 생각해

보게 되는게 명작이 가진 대단한 특징이죠.

 

 

영화 '위대한 개츠비'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 영화도

참 괜찮더라구요.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영화로도 잘 만들었습니다. 보통 원작이

있는 영화들은 원작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냐는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점을 고려

한다 하더라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영화만이 가지는 '시각화'라는 강점을

잘 살리지 않았나 싶네요. 개츠비의 그 인상

적인 미소라든지, 노란 자동차, 명멸하는

초록 등대, 개츠비의 집, 그리고 안경 간판

등은 소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를 한껏

보여주었던 것 같아요. 화려한 쇼와 파티

장면에서 보여지는 현란한 연출은 '로미오와

줄리엣', ' 물랑루즈' 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바즈 루어만 감독의 전매특허 같은 것이

아닐까요. 시대는 1900년대 초반인데 나오는

음악은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핫한 노래들

이예요. 그런 노래의 비트를 타고 있는 사람들

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이 단어가 튀어

나오는겁니다. 헐, 대박.

 

 

물론 스토리 상에서 소설과 영화 사이에

차이가 좀 있습니다.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을  소설에서는 알 수 없지만

영화에서는 그 내용을 좀 보여주죠. 톰이

바람피우던 윌슨의 아내가 2층에서 톰 일행을

바라보던 그 표정도 원작과는 좀 다르구요.

개츠비의 죽음에 관한 매스컴의 보도방향도

원작과는 좀 다릅니다. 마지막 부분의 닉과

마이어 울프심과의 만남은 생략되었구요.

톰과 개츠비가 호텔방에서 언쟁을 벌이는

부분도 약간은 극적인 요소를 좀 더했다고

할까요. 이래저래 디테일한 부분에서 원작

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것이 원작을

해치는 정도는 아니고, 영화에 더 맞게 고쳐

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튼,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도 괜찮

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보는

미도 쏠쏠해요. 좀 정리해 보자면,

- 소설만 읽고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좀 아쉽고

- 소설은 읽지 않고 영화만 본다면 좀 재미 없을거고

-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아마 영화가 훨씬 더

재미있지 않을까, 뭐 그렇게 생각합니다.

 

 

위대한 개츠비

감독
바즈 루어만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캐리 멀리건, 조엘 에저튼, 아일라 피셔, 토비 맥과이어
개봉
2013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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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감독
바즈 루어만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클레어 데인즈
개봉
199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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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 루즈

감독
바즈 루어만
출연
니콜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
개봉
200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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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the great, 그 진짜 의미는

 

문학계에서는 '위대한 개츠비'의

'위대한 the great' 이 과연 어떤 뜻인가를

두고 아직도 여전히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화두 같은 것이라네요. 글쎄요.  저 '위대한

the great' 이 찬사를 보내는 의미인지,

비꼬는 의미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읽을 때마다 계속 달라집니다. 개츠비

의 행동이 과욕이라며 힐난할 수도 있는

것이고, 사랑에 모든 걸 걸어버린 개츠비를

멋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개츠비가 문제가 아니라 데이지가 문제였을

수도 있죠. 데이지가 좀 더 심지가 굳은 사람

이었다면? 데이지가 좀 더 생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추천받아 마땅한 명작

 

'위대한 개츠비'는 누구나 말하듯 

참 추천을 마다않는 명작입니다. 저 역시 

강력추천이예요. 이동진의 빨간 책방 의  

33회, 34회의 주제가  '위대한 개츠비' 였어요.

같이 한번 들어 보시면 재미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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