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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관능적이다'
이 소설을 단 한 줄로 압축하자면, 뭐랄까요
책을 읽기 시작하고서 처음 몇 장만 넘겨도
만나게 되는 그 문장 아닐까요. 그것은,
'관능적이다'
반드시 성적인 감각의 자극만을 일컫기 보다는
우리가 가진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보는게 더 적당해 보이네요. 당신에게는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http://postfiles4.naver.net/20131029_179/opusdog_1383013129272wPAbD_JPEG/img_2010040611190927_b.jpg?type=w2)
은교
노시인 이적요가 죽고 1년 후 그의 유언장을
변호사가 읽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유언장 속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크게 두가지
내용일 될 겁니다. 노시인속에 숨어 잠들어
있던 열정과 사랑과 자아를 일깨운 은교에 대한
이야기가 그 첫번째일 것이며, 스승의 작품으로
인기작가가 되고 은교마저 차지하고 싶었던
제자 서지우와 이적요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그 두번째라 하겠습니다.
은교
- 작가
- 박범신
- 출판
- 문학동네
- 발매
- 201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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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의, 나의 은교여
사실 은교라는 존재에게 그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모자란 감이 없지 않습니다. 노시인
에겐 지켜주고픈 순수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욕망을 일으키는 사랑의 존재기도 하죠. 어찌보면
노시인에게 은교는 첫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에겐 뮤즈이기도 하고 보호해 주고픈
손녀같은 존재이며, 자신을 감싸고 보듬어주던
누나같은 존재기도 하죠. 숨겨진 또다른 자아를
일깨우고, 연로하고 쇠락한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여신같은 존재... 이것 보십시오. 온갖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란다니까요. 이 소설은
그렇게 노시인 이적요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은교의 모습을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황홀하면서도 대단히 아릅답습니다.
마치 소설의 탈을 쓴 거대한 시 같은 느낌이예요.
끓어 오르는 원시의 감성
독자 입장에서는 소설에서 시인과 그의 제자 그리고
은교 세사람 사이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보면서
즐기는 묘미가 아주 그냥 끝내줍니다. 뭐 삼각관계라고
봐도 좋겠지만,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간단한
삼각관계는 아닌 것 같네요. 일어나는 사건들에서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의 시비를 가리는 문제를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원초적 욕망이 대폭발하고
서로의 욕망들이 충돌하는 가운데에서 독자 역시
원시적인 감성에 젖고 근원적인 불안에 반응하면서
책장을 넘기게 된단 말입니다. 그리하여 - 이야기가
일단의 파국으로 치닫는걸 보면서 독자는 또한번
근원을 알 수 없는 쾌감을 또한번 느끼게 됩니다.
소설은 삶과 시와 사랑 그리고 죽음과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어요. 그렇게 박범신 작가의 '은교'는 더없이 원초적이고
원시적입니다. 그러기에 이 소설은 말이죠,
'관능적이다'
![](http://postfiles7.naver.net/20131029_230/opusdog_1383018169683mfWDp_JPEG/eungyo.jpg?type=w2)
영화 '은교'
소설 '은교'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저는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영화로 이 작품을 접했어요. 책과 영화의
비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영화가 소설 원작을
따라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영화는 소설의 일부분만을 담고 있어요. 대략 소설의
후반부 즈음을 다루고 있죠.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나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대목이
좀 있습니다. 뭐 아무래도 영화라는 포맷 속에 소설을
모두 담기에는 무리니까 그랬겠죠.
![](http://postfiles8.naver.net/20131029_295/opusdog_138301818553896BVn_JPEG/30000033747_700.jpg?type=w2)
야한 영화 아닙니다
사실 영화를 먼저 봤을 때에는 은교 라는 존재가
에로티시즘의 의미를 많이 가진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후에 소설을 읽고 나서는 결코 은교가 그런 의미의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이해했지만요. 자칫
잘못하면 '은교' 를 노인과 소녀의 에로티시즘 으로
곡해하는 일도 벌어지겠다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은교
- 감독
- 정지우
- 출연
-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 개봉
-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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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도 너무 모자란
영화에서는 자극적인 것만 담은 것인지, 아니면
시각화해서 담기 좋은 것들만 추린 것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원작의 은교를 담아 내기에는 영화라는
포맷의 그릇이 한참 모자랐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어요. 뭐, 영화만 놓고 생각해
본다면 나쁘지 않다 하겠습니다만, 원작의 진의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 솔직히 말하자면
진의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 - 은 대단히
아쉬움을 남기는 정도를 넘어서 이것은 원작에
대한 모독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건
마치 스승이 소설 속에서 죽인 캐릭터를 제자가
죽지 않는 것으로 소설을 고쳐써서 작품을
완전히 망쳐놓는 꼴이랄까요.
![](http://postfiles14.naver.net/20131029_205/opusdog_1383018295050YdBN6_JPEG/201205081858501003_1.jpg?type=w2)
나는 박범신 빠가 되었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정말 좋았습니다. 너무나도
훌륭하고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어요. 그만큼
누구에게나 추천해 주고픈 굉장한 소설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은 정도예요. 이 소설 때문에 박범신 작가님의
광팬이 되어 버렸는데 논산에 있는 집필실에 싸인이나
받으러 갈까 생각하고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