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군대의 장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1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격 땅파는 소설

 

자! 여기 또 땅파는 이야기의 소설

하나 나왔습니다! 소설 '레지노상'

에서는 공동묘지를 철거 이전한다고

막 파대더니 이번에는 전사자 유해

찾는다고 장군이랑 신부가 한 팀이

되어서 땅을 파고 다니네요

 

또다른 땅파는 소설 ' 레지노상' 리뷰 : http://blog.naver.com/opusdog/130174212038

 

 

 

 

 

죽은 군대의 장군

 

 

4년동안 진행된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은 알바니아에서 진행됩니다.

봄과 여름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왠지 따뜻한 날들은 오지도 않을 것

같은 이 땅을 여기저기 돌아 다니면서

장군과 신부는 자국 전사의 유해를

수습하러 다녀요. 그렇게 임무를

수행하는 4년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의 기록이 바로 이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 입니다.

 

죽은 군대의 장군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1.12.23

리뷰보기

 

 

땅 속에서 나온 것은

 

'땅을 판다' 라는 거 있죠, 조금 생각해

보면 그저 단순히 흙을 파내는 작업은

아닌 듯 합니다. 그것은, 땅속에 묻혀

있는 무엇을 파 내는 작업, 그 중에서도

바로 묻혀 있는 과거를 파 내는 작업인

거죠. 과거의 시간과 사건, 인물과 기억을

파 내는 이 행위에서 작업하는 이는

무얼 느끼게 될지 조금 상상해 봅시다.

오래된 사진첩 같은것만 열어봐도 금세

추억과 감상에 빠지게 되는데, 땅에서

시체를 파 내면 그 느낌이 오죽하겠어요.

이건 그냥 단순히 시체이고 사람 뼈가

아닙니다. 그들이 그곳에 묻히게 된

전쟁을 파 내는 것이고, 죽음을 보는

것이란 말입니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그렇게 이 소설은 전사자의 유해를

파면서 자연스럽게 전쟁과, 죽음과,

그렇게 스러져간 군인들과, 그 과거가

묻혀있는 알바니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전쟁과 죽음이 끊이지 않는

역사를 가진 알바니아를 마치 전쟁이

일상인 곳으로, 전쟁과 불가분의 관계인

곳으로 만듭니다. 뭐 그때그때마다

전쟁의 이유야 있겠죠. 그러나 지금

땅을 파면서 드러나는 진실과 전쟁의

모습들은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 물음표를 던지게 만듭니다.

 

 

 

사라지지 않은 망령

 

 

명성높은 장군이 저질렀던 협잡꾼같은

행위들, 마을과 농장의 일꾼으로 전락해

버린 그의 부대의 군인들, 무의미한 살인과

파괴, 그리고 아직도 알바니아의 곳곳에

남아있는 그들을 바라보는 경멸의 시선들

을 종합해 보면, 뭐하러 전쟁을 했나 라는

의문이 딱 떠오릅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나 싶은거죠. 땅을 파면

팔수록 드러나는 건 전쟁의 무의미함이요

황폐한 땅과 음산한 날씨 속에서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전쟁의 망령입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전쟁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음험한 시선으로 주인공을

위협하기도 하고, 또 유해를 파는 인부를

죽이기도 하죠. 그렇게 알바니아는 이 몹쓸

망령이 지배하는 땅이 되어 있습니다.

 

 

 

'알바니아 대사', 이스마일 카다레

 

 

읍습하기도 하도 약간은 허무한 느낌의

작품입니다. 밝은 느낌과는 전혀 가깝지

않은 그런 소설이예요. 이스마일 카다레는

작품을 통해 알바니아를 알리는 동시에

전쟁의 허무와 무의미성을 온몸으로(?)

보여주는데 성공했다고나 할까요.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이 회색 분위기는 참

우중충하기 짝이 없네요.

 

지난 번에 리뷰 했었던 '레지노상'과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땅을 판다는 소재도

유사하지만 그 전체적인 분위기도 좀

비슷하다는 점은 꽤 흥미롭습니다. 그만큼

한번 비교해서 읽어보기도 좋아 보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