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대왕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누가 우리를 지배하는가 

 

다들 어디에 살고 계신가요? 지금은

어디신가요? 집? 회사? 아니면  

한적한 시골의 어느 주택? 뭐 어찌되었든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은 남한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겠죠.

뜬금없지만 그럼 하나만 물어볼게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무엇이 혹은

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무엇이 우리를, 또는 우리의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가 라는 다소 황당하고

추상적인 질문에 이어 몇가지를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왜 우리는

절대자, 지배자, 통치자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이건

인간의 본성같은 걸까요? 언제까지 

우리는 허구헌날 물어뜯어 다 낡고

해진 세계정복 같은 로맨스를 꿈꾸는

악당을 소설과 영화에서 만나야 하는

걸까요.

 

 

세계정복에 성공한 누군가라도

있으면 모르겠습니다만 유사 이래로

그런 사람도, 나라도 없었죠. 세계

최고, 최강 뭐 이런 기네스북같은

타이틀과 기록들은 깨어지라고

존재하는 것 처럼, 누군가 세계

통일을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쯤부터 시작합니다. 배경은

지구보다는 훨씬 작은 베를린이지만

베를린을 지배하고자 하는 누군가들의

음모와 전쟁이 이 책 속에 있습니다.

 

 

 

베를린 대왕

작가
호어스트 에버스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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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대왕

 

이야기는 두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흙속에 비닐에 싸인 채

시체가 묻혀있던 대필작가의 사망

사건과 해충 방제업체 회장의 사망

사건입니다. 지방 도시 출신으로

베를린에 갓 부임한 경감이 이 사건

들을 수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숨겨졌던 많은 것들이 드러납니다.

베를린 쥐들의 대왕이 되고자 했던

방제업체의 회장, 그리고 어둠 속에

자신을 숨긴 채 진짜 베를린의 대왕이

되고자 하는 누군가에 대해서 경감은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풍자소설일지도 몰라

 

이 책은 미스터리나 스릴러, 또는

탐정 소설이라기 보다는 그런 이름의

모습을 가장한 풍자소설이나 고발소설 

로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작가는 사체와

사망사건을 마주한 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과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 속에 자리잡은 부정과 부패,

비리, 비효율적이고 경직된 사회 시스템

황색언론과 무지한 시민들을 지적하고  

꼬집습니다. 어떻게 되었든 사건을 덮고

무마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경찰

동료들, 다가오는 선거에서의 재선에

무엇보다 관심많은 시장, 경박하고 

자극적인 이슈부터 우선 노리는

언론들, 그에 수동적으로 동조하지만

며칠이면 다 잊는 시민들까지, 작가가

힐난하고 조소하는 범위는 그리 좁지

않은 편입니다. 사건 해결도 문제지만  

이 우습지도 않은 베를린의 작태를

그려내는 데에도 작가가 할애하는

지면은 결코 적은 편이 아닙니다.

 

 

 

 

도시 속의 괴물 

 

더럽고 음침한 곳에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피고 해충이 생기는 법이죠.

인간의 욕망을 먹고 자란 도시가 바로

그런 꼴입니다. 사람사는 곳이라면

다 그런 법 아니겠어요. 베를린으로

대변되는 일그러진 도시는 막장까지

가버린 누군가의 왜곡된 욕망이 만들어낸

괴물의 둥지가 됩니다. 이 도시를

내 손에 넣어보자, 이곳의 지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괴물들이 각자

다른 방법으로 베를린의 왕좌에 오르려

하죠. 누구는 베를린 지하의 쥐들을

이용하기도 하구요, 또 누구는 돈과

폭력과 협박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뒤통수 조심해라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치닫습니다.

사건은 마무리되고 진실은 밝혀집니다.

음모는 저지되고 문제는 해결되죠.

이대로 해피엔딩인가요? 글쎄요. 책의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벌어진 시장의

죽음과 경관의 실종은 독자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집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깨닫습니다. 도시의 대왕이 되고픈

누군가가 아직도 검은 어둠속에 숨어

있다는 걸 말이죠. 더럽고 음침한

도시의 그 어느 곳에서 또 괴물이

커 가고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뭐 비록 저에겐 아주 웃기거나, 익살

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유머코드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 두죠. '산뜻한

레몬케이크 같은 스릴러' 라는 표현도

너무 오버한 것 같아요. 엉뚱하고

기발한 요소와 소재들이 여기저기서

보이는 이 이야기는 버벅거리는 부분이나

억지스런 부분은 없어서 좋았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아, 재미있었네!

라는 느낌이 듭니다. 읽는 동안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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