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냥길에 나섰다가 까마귀를 만나면 이런 말로 소원을 빌었어.
'할아버지 저에게 사냥감을 내려주세요'
만약 까마귀가 그 소원에 대답을 해주면 성공적인 사냥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았지.
까마귀는 이 세상의 창조주라고 했어.
뭔가 특별한 힘을 가진 생물이었지.
나는 캐서린의 이야기가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녀는 종종 터부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있었고,
그 터부를 지키는 것은 자연과 일상생활 속에서 제 운수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가치관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지만,
캐서린이나 스티븐은 사라지려고 하는 또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다.-162쪽
마을 사람들의 원은 어느새 천천히 돌기 시작한다.
오늘은 포클래치, 1년 전 세상을 떠난 노파의 영혼을 떠나보내는 잔치다.
흑곰, 비버, 연어, 그리고 블루베리, 크랜베리 같은 나무 열매들,
진수성찬으로 영혼을 달래서 떠나보낸다.
나는 마을의 가족들과 무스 사냥에서 막 돌아온 참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춤추면서 죽은 사람을 이야기 했다.
오두막 안은 열기로 가득 차고 죽은자에 대한 슬픔은 묘한 명랑한 분위기로 승화되어 간다.
산 자와 죽은 자, 유기물과 무기물의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눈 앞의 수프를 떠 먹으면, 극북에 숲 속에 살던 무스의 몸뚱이는 천천히 내 몸 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무스가 되고 무스는 사람이 된다.
오두막 주위에 숨쉬는 자연, 저기 바로 숲이 있다.
저 숲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 강은 또 어떤가.
우리가 무스를 찾아 여행하던 강물은 지금도 어둠 속을 흐르고 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계. 점차 흥분의 도가니로 화하는 윤무를 지켜보면서,
마을 사람들의 삶을 품고 있는 들판이라는 세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166쪽
'여름이 가고 첫서리와 키스를 하면 블루베리가 달콤해진다.'
9월로 들어서자 알래스카 들판은 온갖 열매로 뒤덮인다.
크랜베리, 블루베리, 서몬베리, 크로우베리......
쌀쌀한 날이 계속 되며 블루베리는 아닌 게 아니라 깜짝 놀랄 만큼 달콤해진다.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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