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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 - 교실 밖 어른들은 알지 못할 특별한 깨달음
김연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4월
평점 :
📚 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김연민, 허밍버드)
나는 교실 안 어른이다. 초등학교 교사. 매일 아이들과 지내고, 그들에게서 공짜로 얻는 에너지는 누구에게 그 값을 지불해야할까.
책의 작가 김연민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사다. 자칭 학교와 교사를 미워했던 한 아이. 그 아이가 대한민국 교단에 서 있다. 소통을 통해 현직 또는 현직을 원하는 이들에게 길을 말한다. 본인이 교단에서 겪었던 일을 생생히 전함으로써 거듭 태어날 많은 이들. 이 일련의 노력과 과정에 박수를 보낸다.
인스타그램 '학교한줄'. 나는 그가 궁금했다. 작은 쪽지 하나에 빵빵 터지는 현장의 스케치. 그 현장을 잘 아는 나로서는 즉시 팔로우를 눌렀다. 그는 유명인사다. 하지만, 이름도 성도 몰라.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데, 출간한 책으로 만나게 되서 반가웠다. 그의 글을 읽어보니 이제 조금은 그를 알 것 같다.
교사로서 가진 그동안의 노고와 노력이 보였다. 세심히 스케치한 그의 마인드, 아이들을 향한 미묘한 심리 변화 과정에 공감을 표한다. 교실 안에 있는 자라면 누구나 격하게 인정할 이야기들이다.
'수업 끝나면 뭐하세요?'
오늘 지나가던 우리 반 아이가 물었다. 이 질문은 작가처럼 나도 피하고 싶다. 어떤 날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 과연 그 날 내가 뭘 했나 돌아보면,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이 질문의 답은 오래 생각하지 않는다. 알아주지도 않는 변명으로 들릴 듯해서다. 애정도 의미도 없이 묻는 이들에게는 '정말 바빠요.'라는 말로 끝낸다. 그리고 좀 바쁘지 않으면 어때서 그러는건지 원.
학교에서 남교사들에게 어려운 일과 아이를 부탁하는 일은 안타깝지만 흔하다. 작가가 어려운 아이를 맡아 책임을 지는 과정이 멋졌다. 만약 작가가 나의 동학년이었다면 진한 감사의 말을 전했을 것이다.
반 아이들에게 편지라도 쓸 때면 늘 빠지지 않는 단어,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랑한단다, 사랑하니까 등. 다양한 사랑이 등장하는데 작가의 '뻥'이란 표현에 웃음이 '뻥' 터졌다. 나는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걸까.
지금은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난 그런 사람이 되었다. 부족한 아이, 슬픈 아이, 혼자의 세계에 사는 아이 등. 다양한 아픔으로 덮힌 그 아이들의 마음이 보이고, 내 아이와 오버랩이 된다. 가슴이 아리고, 아린다. 난 지금의 그런 내가 좋다. 교사로서 적격이다.
작가는 너무 겸손하다. 솔직하고, 자신을 과소평가한다. 글은 마음이 없으면 쓰지 못한다. 이 글이 그의 아이 사랑을 증명한다.
매일 아이들과 활동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바뀐 세태에 맞는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하는 과정. 준비에서 실행까지 우리는 수억의 고민을 한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작가는 여기에 소통을 통한 격려와 보살핌까지.
아이들의 행동은 예측 불허다. 가슴에 담은 사연 덕에 어른들에게는 어처구니가 없고 난감하다.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연극을 하다 울고, 선생님에게 욕한다. 몹시 싸우던 친구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하게 논다. 격한 싸움의 주인공들은 멀쩡하고, 어른들은 서로 얼굴을 붉힌다. 그러다 이사로 결판을 내는데, 막상 그 두 아이는 몹시 그리워한다. 아이러니 중 아이러니. 제발 아이들 일로 어른들이 싸우지 않기를.
책을 읽고 알았다. 여교사의 장점. 나는 아이들을 잘 안아준다. 오늘도 한 명의 아이를 안았다. 작가에게 이 한가지는 자랑해도 될 듯.
아동 학대를 살펴야하고, 처음부터 잘하려 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선생님이 되고 싶어한다. 너무 좋아 보여서가 아닐까. 그런데 막상 이 자리에 도착해보면 또 다른 고민과 고뇌를 반복한다. 어느 직장이나 그렇듯.
'교사는 아프고 어려운 직업이라, 매일 미세한 상처를 입는다.'
학생수의 2배 이상의 학부모와의 소통. 어쩌면 아이들보다 그 어른들이 더 어렵다. 가끔은 슬럼프에 빠진다. 작가처럼. 하지만, 그 슬럼프를 게으름으로 명명하며 다시 일어섰다.
'학생이 행복해야 교사가 행복하다.'
매일의 일상에서 아이들이 교사에게 전해주는 에너지, 미소, 따뜻함. 설명하며 배우고, 순수함에 빠진다. 아이의 눈물에 정화되고, 속상함을 식혀주다 얻게 된 차분함. 작가는 교직의 행복함을 우리에게 전하고, 나는 넘치게 공감했다.
"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
이 말에 동의하시는 모든 교사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