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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살고 싶어지는 책. This one🌳
📚#살고싶다는농담 #허지웅 #서평 / 허지웅 작가는 모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처음 봤다. 결벽에 가까운 깔끔함, 싱글남, 결혼에 한 번 실패한 남자 정도. 특이한 청소방법에 혹해서 관심이 살짝 갔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싫어서가 아니고 무수한 연예인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느날 혈액암에 걸려서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쓰였다. 1년 정도 후에 다시 방송에 출연하길래 다행이다 싶었다.
서점에 다녀온 후배가 책을 한 권 샀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겼는데, 바로 주문했다고 한다. 이 책이다. 제목부터 와 닿았다. 작가의 정황을 알고 있어서다. 그냥 읽고 싶었다. 나도 바로 주문했다. 다음날 도착해서 기뻤다.
책 속에서 작가는 본인을 평생 글을 쓴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나는 연예인 정도로 여겼는데 프로필이 궁금해서 포털에 검색해봤다. 직업은 기자, 작가에 방송에 출연했으니 연예인이다. 책은 6권 정도 집필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맞다. 글쓰는 사람이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의외의 프로필에 기대감이 커졌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을 좋아해서다.
책을 펼쳤는데 초록줄이 보였다.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다. 그건 양장으로 제본한 책에서만 볼 수 있는 '갈피끈' 이었다. 너무 정겹고 좋았다. 잠시 책갈피를 놓아도 되는 배려가 보여서 첫인상은 베리굿.
아프고 나서 지은 글이라 많이 무거울 줄 알았다. 그런데 본인이 투병하는 기간동안의 일을 마치 제3자가 말하는 것처럼 덤덤하게 그렸다. 나는 이 점이 좋았다. 해피엔딩을 예고하는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너무 색깔이 강하면 별루다. 이 드라마 왠지 끌린다.
몰랐던 작가의 유년시절, 화려함 뒤에 가려진 어린시절의 불우한 가정환경. 나는 직업 때문인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린 시절의 상처가 느껴져 가슴이 아린다. 작가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신앙적인 느낌은 강하지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앙을 가진 사람, 아니 신앙적 마인드를 지닌 사람이 좋다. 그것이 절대신이든 본인의 신념이든 상관없다. 이 점도 좋았다.
아프고 나면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건강할 때는 절대 이해하지 못했던 계단의 손잡이, 바닥의 안내선, 인도의 장애우 블럭, 주차장의 배려 등. 절뚝거리며 지나가는 어르신들의 느린 발걸음을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나도 아프고 나니 그 모든 것들에 관대해졌다. 작가도 그랬다.
예전의 허지웅 작가는 날카롭고, 예리하고, 직설적이며 직언을 잘하는 센 이미지였다. 본인도 이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아프고 난 후에는 그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작가의 그 전 모습은 젊은이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잘못한 행동이라고 하지만, 그 나이에는 당연히 그래야한다. 그렇지만 정도가 조금 더하지 않았을까 예측해본다. 그걸로 본인이 아프게 되었다고 여기는데, 틀린 말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그 나이에는 그걸 누가 알까? 당연한 결과다.
작가는 죽음의 문턱을 다녀왔다. 그래서 이미 죽음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한다. 이 생을 스쳐간 분들은 당연히 메시지를 남겼고, 그 점을 이 책 속에 풀어놓았다. 징했다.
앞으로는 주변의 일을 글로 담는 작업과 청년들이 본인과 같은 이십대를 보내지 않게 만드는 문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 비평은 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만약 일정 기간 아니 당장 내일이라고 죽음을 맞이한다면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진다. 작가가 '사는 것이 지긋지긋하다.' 라고 말한 부분에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말을 할까. 마음이 아팠다.
"허지웅 작가님, 너무 너무 잘 이겨내셨어요. 그리고 지금 정말 잘하고 계십니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글을 많이 써 주세요. 당장은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가더라도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해주어야한다면 그는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의 말이라면 누구라도 들어보려고 가슴을 열어줄거에요. 약간의 시간이 그들에게 깨우침을 제공할 겁니다. 당신은 최고입니다."
죽음. 거론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가 어려울 때 가끔 꺼내보자. 생각만으로도 금방 변할 것이다. 빠른 스스로의 변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서스럼없이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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