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가 있는 땅에는 핏빛 꽃들만 피어났다
수전 안토네타 지음, 박수현 옮김 / 이소출판사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본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다.

책자체의 자랑을 담고 있는 것을 선전용 문구는 잔치를 소문내는 것이지 그 내용의 풍성함을 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책의 표제에는 전미도서상이다 뭐다하는 자랑으로 장식하고 있는데 나는 그런 표제의 신뢰성에 이끌려 이 책을 구입했다. 구입한 정도가 아니라 모임에서 이책을 돌려읽기까지 권하기도 했다.

결과는 어땧을까..한마디로 참담하다.

최소한 환경문제가 연구적 수치나 사실적 환경보고서를 벗어나 문학적인 접근에 대한 감동을 기대했던 우리들을 실망케한 것이다. 어디에 잘못이 있을까..책을 익숙하게 읽지못한 독자의 잘못인가..아니면 작자의 레토릭이나 어법에 문제가 있는가..그것도 아니면 이책을 번역한 번역자의 부족함인가..책을 쉬이 읽지못하게 하는 이 모두의 총체적인 곤란함인가..책을 읽다보면 읽는 도중에 책방을 달려가 다른 책을 바꿔읽고 싶다는 감정에 들끓게 만드는 책이 있는데 최소한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런 드문 책이 되었다.

이 가을날 머리 아프고자 하는 사람은 이책을 읽어보라 괜한 심술을 부리고 싶은 사람도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아마 내내 고개를 갸우둥거리면서 책장을 뒤적일것이다.

문제는 도대체 책의 전반이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뭔지를 모르겠다. 가족관계를 이해하는 것 부터 시작하여 환경 오염에 짓눌려 파괴되어버린 삶의 고통이 어쨓다는 것인지 책읽는 내내 줄거리를 온전히 따라갈 수가 없다. 먹을 만한 잔치상을 어질러 놓은 분위기다. body toxic이라는 원제를 '원자로가 있는 땅에는 핏빛~'라고 거창하게 바꿔놓은 것 부터 선정적인데 내용은 누가 잘못인지 모르지만 엉망이다.

이는 나의 총평이 아니라 우리모임의 총평이다.'이 좋은 가을날 오염된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아픔을 나누고자 했던 우리의 시도가 얼마나 허망하게 끝났는가!!'

나의 책읽기 인내력이 부족함을 탓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참을 수 없는 출판의 가벼움을 원망해야겠다. 결국 우리 모임에서는 아무도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내는 관대함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번역한 번역자에게 찬사를 보낸다. 할 수 있다면 그의 마음과 함께 하고 싶다. 그런 뱃속을 배우고 싶다. 그는 이책을 번역하는 내내 어느 글속에서 헤매고 있었을까 ..그게 궁금하다.

뒷부분은 괜찮았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책의 전반부 이상을 읽어내지 못한 나의 독서평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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