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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p.269 결국 사람이 어떤 장소를 사랑한다는 건 그 장소에 얽힌 추억을 사랑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닐까.
저자 곽아람님은 서울대학교에서 고고미술사를 전공한 미술기자로, 미술에세이를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1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던 중 해외연수의 기회가 생겨 1년 동안 뉴욕 생활을 했다. 화려하고 자유로울 것만 같은 뉴욕 생활은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었고, 그 때마다 그림과 예술작품이 작가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현대미술의 중심지 뉴욕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다양한 작품과 엮어 이 책에 담아냈다.
에세이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마냥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감이 좋았다. 한 가지 놀랐던 건 뉴욕생활의 이면이다.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의 시선에서 본 뉴욕의 실상은, 미디어에서 보여졌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터무니없이 비싼 물가에, 위험하고, 고독하기까지 해서 끝없이 버티고 또 버텨내야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같은 민족일지라도, 사람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되는 곳.
“This is New York!”을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한편, 감정과 작품을 엮는 탁월한 능력이 눈에 들어왔다. 미술 전공자라서 확실히 견문이 넓은 터라 간간이 곁들이는 작품 설명이 흥미롭고 공감되었다. 특히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그림이 많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정서와 작품의 주제가 일맥상통하여 더 몰입이 잘 되었다. 도시의 고독을 그린 화가, 그리고 도시의 고독을 쓴 작가의 만남.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어느 가을날, 버티다 못한 단풍잎이 하나둘 떨어지는 나무 아래에서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