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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 영화관 소설집 ㅣ 꿈꾸는돌 34
조예은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10월
평점 :

총 7분의 작가, 7개의 작품이 함께 했다.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조예은 작가, 『날마다 만우절』 윤성희 작가, 『줄리아나 도쿄』 한정현 작가, 『더 셜리 클럽』 박서련 작가님은 구면이고 김현, 정은, 조해진 작가님을 이 책으로 처음 만났다. 표제작인 「캐스팅」은 조예은 작가님 작품으로, 작가님 향기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판타지를 가미한, 약간은 기괴하면서도 따뜻하고 인간적인 글. “주인공을 정하다 보면 종종 다른 인물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이야기에서만큼은 조연들이 주인공이 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다”던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김현 작가님의 「믿을 수 있나요」 또한 인상 깊었다. 다분히 정치적이고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인데, 바로 그 점에서 취향저격이었다. 글은 AI와 인간이 어울려 살아가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는 약간의 차이 또는 발전이 있는 듯 보여도, 실상은 조금도 변한 게 없다는 걸 일러두고 시작한다. 온갖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진 미래는, 연애 예능으로 모자라 이제는 ‘더 강력해진 스와핑 리얼리티 쇼 시즌3’을 방영한다.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고위공무원의 스캔들이 터지며, 사고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점도 현재와 다를 바 없다.
한 가지, 지금과 달라진 모습은 그 세상에는 더 이상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혐오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저 그 대상과 방향이 바뀌었을 뿐. 더 강력해진 ‘혐오’는 폭력적인 형태로 ‘AI’를 향하며, 온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다. “‘혐오에는 혐오를’이라는 말로 자기를 방어하는 데 익숙해”져야 하는 세상. 인간애를 기대하기 힘든 세상. 남녀갈등, 세대갈등 등 오늘날의 뿌리 깊은 몰이해를 보면 그것이 정말로 현실이 될까 두렵다.
‘영화관’이라는 하나의 장소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작가들의 상상력이란 참 대단하다.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마주하는 영화관은 사건이 일어난 중요한 배경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삶의 터전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다 좋았다. 영화관은 누구나 추억 하나쯤 가지고 있는, 낭만 가득한 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