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ㅣ 워프 시리즈 2
알렉산더 케이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2년 9월
평점 :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 원제는 The incredible Tide. 직관적인 원어 제목에 비해 확실히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감성 한 스푼이 곁들여졌다. 약간 일본 소설 느낌도 나고? 여자주인공인 라나의 실루엣 속에 갈매기와 파도가 그려진 강렬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해일과 갈매기는 작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테두리도 단순히 실루엣이 아니라 라나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초능력)을 간접적으로 묘사한 것 같다. 허블 워프 시리즈는 디자인이 다 훌륭한듯! 행간도 넓고 글씨체도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읽힌다.
알렉산더 케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이지만, 이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미래소년 코난>의 원작소설이라고 한다. 사실 90년대 생에게 코난이라 하면 떠오르는 게 명탐정 코난이라 미래소년은 초면이다. 처음 들어보는데 오히려 영화를 모르는 채로 소설을 읽어서 더 몰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물로 SF소설을 선호한다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무난한 이야기다. 인간의 욕심과 과학기술의 오용으로 전세계를 뒤덮는 해일이 발생했고, 멸망 그 이후의 일을 다루고 있다. 거의 50년 전에 쓰인 글이지만, 현재 우리에게 닥친 기후위기 때문에 이러한 설정이 남 일 같지 않다.
배경은 인더스트리아(어른)와 하이하버(아이)의 세계로 나뉜다. 인더스트리아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인간 간의 신뢰가 무너진 세상이다. 그에 비해 하이하버는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이 사는 섬으로, 목가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비운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한껏 머금은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이 인상깊었다. 여자 주인공 라나는 다소 특이한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신력을 집중해서 텔레파시를 보내거나 동물에 빙의하는 것이다. 이 능력으로 작품 속에서 큰 활약을 하지만, 어벤져스 등 요새 나오는 히어로물에 노출이 많이 되어서인지 이런 하찮은(?) 초능력이 귀엽게 느껴진다.
지나친 개발과 이익 추구는 독이라는 환경적인 교훈을 바탕으로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 인간의 본성을 조명한 것, 하지만 그 속에서도 빛나는 아이들의 희망과 용기, 의지를 강조한 것, 뛰어난 묘사력 등이 좋았다. SF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