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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 - 우리 시각으로 다시 보는 서양미술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저자 이주헌은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평론가이다. 그는 미술잡지 편집장과 서울미술관 관장을 지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미술전문가로 여러 권의 예술 서적을 집필했는데, 이 책은 서양미술의 성격과 특징을 조명했던 ‘서양 미술의 이해’라는 강의를 엮은 것이다. 동서양의 확연한 문화 차이는 미술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여기서는 그 차이에 집중하여 그들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서양미술을 바라본다.
서양미술에는 두드러지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인간중심적이고 사실적이며 감각적이다. 17세기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에서는 회화에 위계를 나눴는데, 가장 상위가 역사화, 다음으로 초상화, 동물화, 풍경화, 마지막으로 정물화 순이었다. 생명력이 없는 정물화는 가장 밑이고, 생명은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식물이 등장하는 풍경화는 그 다음, 움직이는 생물인 동물은 중간에 둔 것이다. 높은 가치를 매긴 두 회화는 모두 인간을 그린 그림이다.
이에 반해 우리 미술은 인간이 아닌 자연을 중요하게 다뤘으며 풍경화에 속하는 산수화를 으뜸으로 쳤으니 이 부분에서도 뚜렷한 문화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서양에서 발달한 투시원근법은 일간을 만물의 척도이자 우주의 중심으로 보았기에 가능한 표현양식이엇다. 이러한 서양미술의 인간중심적인 특징은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 번째 특징인 사실주의는 그리스 문명의 영향이 크다. 논쟁을 좋아하고 논리학을 중시했으며, 구체적인 사실과 합리적인 판단을 추구하는 현실주의적인 태도가 미술 양식에도 반영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양미술은 감각적인 즐거움을 적극적으로 추구했다. 관능적인 누드미술, 찬란하고 화사한 인상파 미술은 모두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한 미술양식이다. 이에 반해 동양의 유교 문화는 감각적 욕구를 통제의 대상으로 여겨 억압했으며 감각적 즐거움 추구는 가볍고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동양미술에서 유희를 위한 예술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양미술 자체로서의 what이 아닌, 동서양 미술이 왜 이렇게 상반된 특징을 가지고 발전하게 되었는지 why를 다루고 있어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동안 동양미술은 이렇구나, 서양미술은 저렇구나 받아들이기만 했는데 왜, 어떻게 이런 표현양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사를 사색해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