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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사라지다 - 삶과 죽음으로 보는 우리 미술
임희숙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살다 사라 지 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의도한 바는 아닐 수 있지만 그 발음에 따라 중의적으로 읽힌다. 첫 번째는 ‘살다, 살아지다’. 살다 보면 역경과 고난과 마주칠 수 있지만 결국은 살아지더라 이런 뜻으로 들린다. 두 번째는 글자 그대로 ‘살다, 사라지다’. 살다가 삶의 마지막에 다다라 사라지게 되는 것. ‘죽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왜일까? 한 예술가가 삶을 마감하여 그 육신은 땅 속으로 진다 하여도, 그가 남긴 작품에 담긴 혼만은 작품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기 때문 아닐까. ‘사라지다’가 아닌 ‘사라 지 다’로 글자 사이에 공백을 남겨 한 번 더 사유하게 만드는 장치 또한 인상깊다.
임희숙 작가는 한국미술사 전공자이면서 1991년에 등단한 시인이다. 그래서인지 문장 하나하나가 유려하고 아름답다. 그는 사람들이 예술을 통하여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고통을 극복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미술을 삶과 죽음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연장선으로 정선, 안견, 김홍도 등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에서 삶과 죽음을 읽어낸다. 또한 김소월의 <접동새>, 허균의 <이정애사> 등 여러 편의 문학도 같이 소개한다. 문학과 예술을 애정한다면, 감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옛것의 정취가 담뿍 배어나오는 표지의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림 밖으로 나온 나룻배의 끝자락에 올라 같이 도원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다. 이 작품은 조선의 마지막 화원 중 한 명이었던 안중식의 <도원행주도>로 1915년 작이다. 비단에 색을 입힌 것으로 이 시기 안중식의 청록산수화풍 변화 양상을 잘 드러내는 그림이라 한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니 올해가 가기 전에 보러가야겠다.
이 책은 예술 서적이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국미술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역사서로 봐도 될 정도다. 태실 이야기는 처음 들어서 신기했고 성덕대왕신종(aka 에밀레종) 일화는 유명하지만 종을 미술사적으로 분석한 건 처음이라 신선했다. 또한 그림에서 읽어내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교과서에서 접하는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생소한 화가들의 생애까지 알 수 있다. 그 중 왕실에서 키웠던 고양이 일화는 정말 귀엽고 반가웠다. 나중에 전시회에서 이 책에서 본 작품을 만나게 되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한국 미술을 사랑하신다면 강력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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