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득 ㅣ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셰익스피어에 이어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이자,
<오만과 편견>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소설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지가 결혼이 되어야 하는 여성의 삶이,
물질주의로 물든 허세 가득한 결혼 관습이 과연 옳은 것인지 묻는다
p.108 앤은 이런 표정과 말투를 더는 바라지 않았다. 그의 차가운 공손함, 과하게 격식 차린 우아함이야말로 최악이었다.
p.273 “마지막 시간들이 고통스러웠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고통이 지나고 나면 그 기억이 기쁨이 될 때가 종종 있죠. 고통을 겪었던 곳이라는 이유로 덜 사랑하게 되지는 않아요. 오직 고통밖에 없었다면 몰라도요.”
‘제인 오스틴’ 하면 떠오르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그들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또다른 작품.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책 또는 영화로 꼽히는 <오만과 편견>, 그 후속 작품으로는 <설득>이 있다! 시대상에 저항하고 주체적인 여성을 내세우는 제인 오스틴, 그동안의 남성 중심 번역체를 깨고 현대에 맞게 재번역한 윌북 첫사랑 컬렉션의 만남. 그 시작점에 ‘앤 엘리엇’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제인 오스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서 그가 묻어나는 것처럼, 이 책 또한 과연 제인이 쓸 법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역경을 견디고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오만과 편견과 비슷한 레파토리이긴 하나, 이 책은 낭만적이기보다 현실적이고 주인공의 세밀한 심리 묘사가 돋보였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제목은 신의 한 수다. 여자 주인공인 앤 엘리엇이 ‘설득의 귀재’인 레이디 러셀에게 웬트워스 대령을 포기할 것을 설득당해 파혼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야기 내내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설득하고 설득당한다. 『설득』이라는 책에 ‘설득’이라는 단어가 과연 몇 번 등장하는지 궁금해서 세보았더니 총 27개였다. (물론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완독 후 내용이 너무 좋아서 최근에 공개한 넷플릭스 영화 <설득>을 보았는데 한 시간도 안 되어 후회했다. 기대가 컸는지 영화가 정말 별로였다.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봐서 다행이지, 원작이 별로라는 편견에 갇힐 뻔했다. 캐스팅부터 연출, 책에서 묘사된 것과는 다른 주인공의 성격까지 모든 게 총체적 난국이었다. 영화를 보실 분은 무조건 책부터 읽어보세요. 아니면 책만 읽으세요! 책은 아주 재밌습니다!
윌북 첫사랑 컬렉션의 장점
1.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예쁘고 심플한 디자인
2. 고전 특유의 번역체를 탈피한, 시대에 맞는 깔끔한 문장
3.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세기의 첫사랑 명작 4편으로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