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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7월
평점 :
동생을 떠나보낸 어느 사별자가 기록한
상처와 회복, 그리고 삶에 대한 뭉근한 애착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불행 울타리를 벗어나 밝은 내일로 걸어가기로 했다.”
검고 광활한 우주 속 다채로운 무지개빛이 눈에 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한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이다.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제목만 봤을 때는 사회의 쓴 맛을 본 젊은 세대를 위로하는 에세이인가 싶다. 그런데 다른 에세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이 책의 저자는 가족의 죽음으로 자살 사별자가 된 사람이다. 그가 자신을 둘러싼 불행 울타리를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그러니까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에서 ‘살리고’는 정말로 ‘살다’, 죽음과 반대되는 삶이라는 뜻이다.
모든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자살은 특히 남은 사람들에게 타격이 크다. 어떤 형태의 죽음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전복시킴으로써 남은 이들에게 두 배의 고통을 주기도 한다. 자살자의 죽음 뒤에 남은 수많은 의문,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회한과 고통은 그대로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 된다. 작가는 동생을 잃었다는 슬픔과 더불어 가족이 죽음을 방관한 것은 아닌가 하는 타인의 폭력적인 시선까지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작가님은 큰 시련을 겪고 무너져가는 가족을 되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불행 울타리에 가두지 않고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참으로 심지가 굳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겪었다 해도 아픔에 잠식된 면이 있다면 그 반대에는 밝고 유쾌한 면이 있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한없이 어두운 사람으로 보일까봐 일부러 더 밝은 척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들 이해할 거라고, 우리 사회가 그 정도는 될 거라고 믿는다.
‘잘 사는 게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덜 아프게 살면 좋겠다’는 말에서는 작가님의 진심과 한숨이 느껴졌다. 후회의 한숨이 아닌, 안녕을 바라는 한숨. 이제 그만 쉬고 싶은 염원을 담은 한숨. 작가님은 본인을 ‘스스로를 갉아먹는 평범한 20대’라고 말하지만, 슬픔을 글쓰기로 승화시키며 세상과 소통하고 꿋꿋이 이겨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히 멋있는 사람이다. 본문 중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지만 결코 해를 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글 또한 마음에 오래 남는다. 반짝반짝 빛나진 않더라도, 한없이 무해할 우리의 인생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