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신 엄마께선 제가 읽기를 바라며 쇼파 옆에 슬쩍 이 책을 갖다 놓으셨죠. 제가 '미스터 케이'같은 잡지책을 보는 걸 못마땅해하시면서. '클로디아의 비밀?' 사실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진리한테서 빌려 온 '바다가 와글와글'을 다 보고 나서 읽을까 생각했어요. 겉장에 나온 주인공 여자애 그림의 뒷모습이 바이올린케이스를 무겁게 들고 있어서 약간 궁금했거든요. '바이올린 연습이 하기 싫어 어떤 비밀을 갖게 되었나?' 엄마는 기다려 주지 못하고 책을 제 책상 위로 옮겨 놓으셨지요. 그래서 제가 읽어 치웠어요. 맞아요. 이 책은 엄마께서 저한테 꼭 권하실 만한 책이었어요. 제이미같이 구두쇠인 나의 남동생과 언제나 제게만 '식탁 차리는 거 도와 줄래?' '누나가 알아서 좀 해 봐라'하고 말씀하시는 어머니......클로디아는 아주 저랑 닮았다고 생각될 수 있지요.그런데 중요한 것은 가출 같은 건 저나 제 친구들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엄마 어렸을 때는 가출을 생각하는 게 유행이었나 봐요. 하긴 지금도 텔레비젼에 보면 가출하는 언니, 오빠들이 나오긴 하지만. 또 이 책의 '나의 변호사 색슨버그에게 ...어쩌구...'하는 말들은 저처럼 참을성 많은 모범생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싫어할 걸요. 하지만 '비밀'에 대해서 또 미켈란젤로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제게 아주 행운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