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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PD의 논어오디세이 1084
오성수 지음 / 어진소리(민미디어)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다니는 치과는 도서관이다. 새책도 많고 집에 빌려도 간다. 나도 치과에서 책을 빌려 온다. 베스트셀러로 한 번 보고싶기는 한데 어쩐지 돈 주고 사서 보기는 아까운 책을 빌리기도 하고 비싸서 사보기 버거운 책도 빌려 온다.
이 책은 책값도 만만치 않았지만 표지가 딱딱해서 엄숙한 하드보드가 아니라 페이퍼백이라 좀 부담이 없게 다가왔다. 그리고 제목이 왜 1084인가 했더니 이 책의 전체 쪽수가 1084쪽이라서 그렇게 붙인 게 재미있었다.
또 치과에서 언제 반납해야 하느냐고 했더니 다 읽으시고 반납하란다.
어찌 이리 좋을 수가......
6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 가운데 인문사회쪽으로 학교 다녔거나 한 사람은 누구나 조금은 접해보았을 논어.
나도 권영대선생님께 '논어초'를 배운 게 생각났다.
박자를 맞추어 옛날 서당에서 글을 읽듯이 읽게 하셨던 선생님. 흰운동화를 신고 다니시던 선생님은 그때 이미 고전은 낡은 게 아니라는 걸 깨우쳐 주셨다.
추억과 함께 가져온 오피디의 논어를 두 달에 걸쳐 읽었다. 사실은 마음 먹고 읽으면 금방 해치웠겠지만 매일 20분 정도만 읽으며 하루를 정리하니 논어가 생활 속에 녹아드는 느낌이다. 공자님이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도록 만드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때론 공자님 험담? 도 하면서 안회나 자로 이야길 하는 오피디의 주해는 정말 '온고지신'이다.
그런데 알라딘에 보니 리뷰가 하나도 없어 깜짝 놀랐다.
'내가 첫 리뷰를 쓰는 행운을 얻었군.'
아쉬운 것은 이 책이 1084쪽이다보니 너무 무거워서 절대 외출시에 못가져 간다는 점이다.
내 책이라면 진즉에 분철을 해서 장동건이나 올랜도 볼룸으로 표지를 붙여갖고 다녔을텐데......
많은 사람들이 만만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진 내용인데 이왕이면 서너권으로 나누어서 만들었으면 좋지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좋은 말만 하자니 어쩐지 좀 낯간지러운 것 같아 하나 꼬집자면 지은이가 너무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그러니까 정치하는 분들에 '인'하지 못한 것 아닌가싶다.
논술 때문에 논어를 한번 봐야겠는데......하는 친구들은 한번쯤 슬슬 건너뛰며 읽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