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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1948 제헌선거에서 2007 대선까지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3월
평점 :
이 책은 한국현대사와 선거라는 주제로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옮겨놓은 책이다. 그래서 문체 역시 딱딱하지 않고 이야기체 구어체로 되어 있다. 그래서 아주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틀밤에 걸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한국현대사 속에서 선거는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흔히 정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고 이는 투표율 저하로 이어진다. 정치인은 꼴보기 싫은 존재이고 그래서 투표도 기피하는 것이 오늘의 풍조이고 보면, 이 책은 선거가 어떻게 한국사회를 이끌어왔는지를 너무나 생생하게 잘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하겠다.
먼저 자유민주주의의 뜻부터 살펴보자. 흔히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그 용어의 뜻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에 대해 저자는 보통선거에 기반한 제도를 갖춘 것이 자유민주주의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근대이후 보통선거의 확립은 생각보다 유럽에서도 늦게 이루어졌고, 그런 세계사적 흐름에서 보면 한국에서의 첫 보통선거 실시 즉 5.10선거 역시 늦은 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어 1950년 5.30선거는 최초의 보혁대결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선거는 당시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던 다원성을 잘 표현해주는 선거였다. 그러나 곧 일어난 한국전쟁으로 중도파 정치인들이 대부분 납북되거나 희생당하면서 이 선거의 의의는 무력화되었다. 하지만 2대 국회 의원들은 전시 중 민을 향해 횡포를 부리던 이승만 정권에 맞서 다양한 견제책을 펴며 대립했다. 이승만은 영구집권을 위해 헌법을 마음대로 뜯어고치려 했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 정말 읽으면서도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한국인을 이승만이 얼마나 멸시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자를 최근 들어 건국 대통령이라며 받들어 모시자고 주장하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이어 군사독재정권 시기의 선거 이야기에서 08년 대선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저자의 설명을 통해 풍부하고 재미있게 펼쳐진다. 선거는 군사 독재정권의 붕괴에도 한몫했다. 박정희 정권 몰락의 신호탄은 78년 12.12총선이었고, 86년 5.15 총선 역시 선거 바람을 일으키며 6월항쟁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2002년 대선 역시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잘 보여주는 선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