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지음, 현정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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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백한 푸른 점방랑자들에게

 

 

1990, 214일 발렌타인데이에 인류는 우주 탐사선 보이저 2호로부터 초콜렛 대신 한 장의 사진을 받는다. 바로 그 직전,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가 찍은 국경 없는 지구의 모습은 새로운 인식의 상징이 되었는데, 칼 세이건은 한 단계 더 나아간 사진을 기획한다. 그는 보이저 2호가 모든 탐사 임무를 마치고 태양계 외곽으로 사라지기 전,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이저 2호기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릴 것을 감행한다. 그렇게 찍힌 사진은 인류에게 전송된다. 사진 속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서 하나의 작고 푸른 점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칼 세이건은 이렇게 말한다.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무대 속에서 하나의 극히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인간이 가진 자부심의 어리석음을 알려주는 데 우리의 조그만 천체를 멀리서 찍은 이 사진 이상 가는 것은 없다. 사진은 우리가 서로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이 창백한 푸른 점을 보존하고 소중히 가꿀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p.26-27)

 

칼 세이건은 세계적인 천문학자로 미국의 우주 탐사 계획이 처음 수립될 때부터 NASA에서 지도자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의 이전 저서 <코스모스>80년대 초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천문과학을 인문학적 담론으로 끌어내 알기 쉽게 독자들에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백한 푸른 점>은 위 사진의 이름을 따와 1996년 출간한 책으로 우주와 행성 탐험에 관한 과학적 전망과 담론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총 2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애당초부터 방랑자들이었다”(p.11)라는 릴케의 시로 서문을 시작해, 1우리는 여기에 있다’, 22은하수를 발끝으로 누비며까지, 선명하게 인화된 태양계 사진들이 이해를 돕고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첫 번째, 지구와 인간은 유일하며 심지어 우주의 작동 목적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살펴본다. 칼 세이건은 그리스 철학자와 기독교, 17세기 갈릴레오에서 20세기 아인슈타인까지 천문학 역사를 개괄하고, 지구는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p.27) 하다며 인류가 겪은 엄청난 격하를 언급한다. 두 번째, 최근 탐사계획의 발자취와 발견을 토대로 태양계를 두루 살펴보고, 외계탐사 현주소를 되짚는다. 인간 중심의 협소한 무대를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또 잠재력 면에서 훨씬 능가하는 우주”(p.71)의 현 주소를 타진하고, 인간 외의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짚는다. 토성의 타이탄, 해왕성의 트리톤 등 지구와 닮은 행성을 살펴보며 보다 깊게 지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아직 생명의 표징조차 찾아내지 못하였다”(p.166)고 말하지만, 다른 새로운 탐사 계획에서 무언가 다른 두드러진 사실, 행성의 과학의 보통 방법으로는 전혀 설명이 안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의 생물학적 설명을 위해서 떨리는 가슴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갈 것”(p.167)이라고 예측한다. 마지막으로, 우주탐험과 외계정착에 관한 미래를 금성, 화성에서 살펴보며 이주가능성을 타진해본다. 덧붙여 지구의 미래를 꼼꼼하게 예측해나가고, 우주개척 시나리오를 서술한다.

 

책에서 가장 주목할 주장은, ‘우주 탐험의 사명이다. 칼 세이건은 이를 큰 모험과 방랑을 향한 인간의 의욕”(p.299)이라 서술하면서, 우주에 대한 새로운 전망,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자리에 대한 새로운 이해, 인간의 자기 인식에 영향을 줄 원대한 계획 등은 우리 지구 환경의 취약함과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에 공통된 위험과 책임을 일깨워 줄 것”(p.295)이라고 일갈한다. 우주탐사에 대한 지속적인 계획과 실행은 우리에게 현재 지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으며, 낙관적인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 주장한다. 더불어, ‘외계지성의 탐색’ (SETI) 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불확실성이 일구어내는 괴로움은 보다 높은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p.383)라고 말하며 모호한 상태를 감내하며 탐색해나가길 종용한다.

 

지속적 탐험에 뒤따르는 저항도 살펴본다. 우선, ‘이득과 비용의 측면을 짚는다. 당장에 유용할 일상적인 실용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p.282)지만, 우주탐사는 인간의 정신을 양양시켰고, 우주 안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자리에 관해서 우리를 계몽”(p.282)시켰다고 말한다. 정치, 예산, 시간, 관료주의의 제약에 반기를 들며, 우주탐험은 지구의 환경에 대한 이해도 명확히 해줄 것”(p.289)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궤도 전향 계획을 예로 들며 기술의 악용 가능성도 언급한다. 이는 효과적인 국제적 대책기구를 만듦”(p.342)으로써 하늘에서의 전향 기술과 지상에서의 안전 대책을 조화”(p.343)시킬 수 있다고 일축한다. 효율적 대중 교육을 아울러 실시함”(p.340)으로써 민주주의적 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책 전반에 깔려 있는 미국 중심의 개척과 우주 식민지화는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것으로 서술해 비판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냉전 속 국가주의와 전쟁 수단에 얼룩졌던 아폴로 계획을 문명의 발달 측면으로 더 주목한 것은 불편한 지점이다. 우주왕복선 챌린저 호의 참변 등의 재난을 기술 진보를 위한 불가피한 희생으로 간주한다는 점, 무엇보다 기술의 악용 가능성에 관대하고, 외계에서도 생명을 소중히 여길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점 역시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칼 세이건이 그 날, 한 장의 사진으로 인류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는 볼품없는 지구와 마주 선 인류가 오만의 망상을 돌아보며 인간중심적, 지구중심적,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길 바랬다. 또한, 이런 왜소함이 존재론적 허무함에 머물기보다 인류의 위치를 성찰하고,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존재로서의 성장으로 이어지길 원했다. 출간된 지 20년이 지나 시대에 뒤쳐진 내용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이념적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들에게 울림 있는 이유는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의 21세기 인류에게 칼 세이건이 전하는 편지는 어떻게 읽힐까. 그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보자.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p.27)

"인간 중심의 협소한 무대를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또 잠재력 면에서 훨씬 능가하는 우주"(p.71)

"다른 새로운 탐사 계획에서 무언가 다른 두드러진 사실, 행성의 과학의 보통 방법으로는 전혀 설명이 안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의 생물학적 설명을 위해서 떨리는 가슴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갈 것"(p.167)

"우주에 대한 새로운 전망,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자리에 대한 새로운 이해, 인간의 자기 인식에 영향을 줄 원대한 계획 등은 우리 지구 환경의 취약함과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에 공통된 위험과 책임을 일깨워 줄 것"(p.295)

큰 모험과 방랑을 향한 인간의 의욕"(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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