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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모든 글을 기억한다 - 계속 쓰는 사람 정지우의 연결과 확장
정지우 지음 / 해냄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곧 불혹에 접어든다는 저자는 자신의 소중한 30대를 글쓰기 모임과 함께했다고 한다. 글쓰기가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그는, 이 모임이 자신의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큰 의미를 갖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가르치고 돈 버는 일’ 정도로 여기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임이 이어질수록, 그것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자 인연이 생기고 이어지는 일, 곧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렇게 흘러간 시간들이 뜻밖에 이 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책을 선택했을까. 이 책의 저자는 변호사이자 평론가이지만, 내게는 무엇보다 글쓰기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 안에서 행복해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특히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는 수술실 앞 의자에서도 아이를 기다리며 기도의 글을 쓰고 있었다는 일화는 그 인상을 더욱 분명하게 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대단히 진심이었고, 사람과 삶, 흘러가는 시간을 가볍지 않은 시선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고, 예상했던 대로 글들은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이어지며 읽는 내내 따뜻하고 평온한 감정 속에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지구에서 가장 충실한 독자가 되겠다는 약속'이라는 제목의 글로 시작한다. '아마 지구상에서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만난 사람 중에, 제가 여러분의 글을 가장 열심히 읽을 겁니다.' 라는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 큰 믿음이 가지 않았다. "정말?" 이라는 뽀족한 시선으로 읽기를 이어갔지만, 저자는 곧 이렇게 말한다. '내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내가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그때 내가 의지한 건 하나였다, 나의 능력이 아니라 정성을 다하리라는 다짐' 이 대목에서 나는 작게나마 감동을 느꼈고, 그런 소소한 감동들이 책 전반에 걸쳐 이어졌다. 이 책은 내게 그런 감정으로 남는 책이었다.
책 곳곳에는 마음에 오래 남는 문장들이 등장한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는 일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 삶을 가치 있게 쓰는 방법, 우울이나 무기력과 싸워 이기는 방법, 인간이 사회적 의미 속으로 걸어 나갈 때 비로소 자신의 힘을 알게 된다는 생각, 그리고 글을 쓰고 읽는 일이 결국 타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라는 통찰.... 등』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에 유난히 많은 밑줄을 그으며 읽게 되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감 이야기나, 달리기를 하며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하루키 작가가 이미 70대라는 사실 또한 인상 깊게 다가왔다. 부록에는 그동안 함께했던 글쓰기 모임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각기 다른 환경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저자는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여야 한다”는 부처의 말을 인용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도록 돕지만, 이내 그 틀을 부수고 각자의 글을 쓰도록 이끈다. 그 과정 속에서 함께한 시간들을 사유하고 감사하며, 각자의 삶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도록 돕는다.
『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모든 글을 기억한다』는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과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작가의 세계를 잘 알지 못했던 나에게도 이 책은 사람 사는 모습이 얼마나 다정하고 단단할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주었다. 글을 쓴다는 것, 누군가의 글을 정성껏 읽는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견뎌낸다는 일이 곧 삶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식일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