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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와 어린동생 ㅣ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5년 1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접하곤, 참 평범한 그림이다... 싶을 정도로 별 다를 것이 없는, 아이들의 눈길을 끌만큼 화려한 색을 사용했다거나 그렇다고 환상적이지도, 이색적이지도 않은 그림들이 이 책의 인기를 실감할 수 없게 하더군요. 그래도 전 '음... 줄거리속에 이 책의 진짜 가치가 있겠구나' 싶었죠. 그림도 이야기도 모두 너무나도 평범한 소재여서 아이들도 쉽게 책 속으로 동화되어 갔습니다. 책의 내용은 전에 올려놓은 다른 분의 서평을 보시면 알겠지만...
동생 영이가 잠든 사이...엄마는 은행에 다녀오신다며 순이에게 집을 부탁하고, 동생이 깨기전에 돌아오시겠다며 나가십니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이라면 이런 경험 한 두번쯤 다 있으시겠죠?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자랐지만, 저 역시도 집 앞 슈퍼나 은행엘 다녀온다며 큰 아이에게 어린 동생을 맡기고 나가기도 했었죠. 아주 잠깐인데도 혹시 무슨일이 생길까...조마조마 하면서 서둘러 다녀오던 기억이... 책을 읽다 잠시 그 때의 기억으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왜 이상하게도 평소같으면 한, 두시간은 족히 잘꺼라 여겨서 맘 놓고 나갔더니, 그런 날은 어떻게 엄마 없는걸 아는지 금방 깨어선 울고 불고 아직 어린 누나를 어지간히도 힘들게 했던 둘째녀석 생각에, 책을 읽다 말고 큰 딸아이와 그때 이야기를 했드랬죠.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녀석은 '엄마..언제? 내가 그랬어?' 하며 무척이나 신기하고 궁금해하구요^^* 잠시 이야기가 엉뚱하게...(ㅎㅎㅎ)
암튼, 책 속의 영이도 엄마가 나가시자 마자 곧 깨어선 '앙~'하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순이는 맨발로 울며 걸어 나온 동생에게 착하게도 신발을 신겨줍니다. 엄마같은 말투로 '그래, 그래. 착하지, 우리 영이. 언니하고 같이 놀자,응!'하며 달래자 영이는 울음을 그치고,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영이의 작고 보드라운 손을 꼬~옥 잡고 걷습니다. 순이는 길바닥에 기찻길을 그리며 영이를 더 기쁘게 해주려고, 열심히 기찻길도 그리고 정거장, 산도 그립니다. 그림은 다 그렸지만 이런...영이가 보이질 않네요? 순이는 깜짝 놀라서 두리번거립니다. 아이들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사라져 버려서 엄마를 당황스럽게 하죠? 순이의 심정이 충분히 공감이 가네요. 이때부터 우리 아이들도 덩달아 '큰일났다...어떻게 하지?'하는 표정이 되었음은 말할것도 없구요. 갑자기 큰 길에서 급정거하는 자전거 소리가 들렸을때도, 길모퉁이 저 쪽에서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을때도, 아이들은 순이와 함께 놀라고 '혹시 영이가 아닐까...?' 걱정을 했습니다.
입이 반쯤 벌어진줄도 모르고 책에 빠져들던 아이들은, 영이가 아닌걸 확인하고는 '휴...다행이다' 한숨을 내쉬기도 했구요. 순이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놀이터에서 영이를 발견하는 장면에선 마치 자기들이 그 동안 힘들게 찾아다닌 것처럼 '다행이다!!!'를 연발하더군요. 그림속에서 순이가 영이를 찾아 이 골목, 저 골목 헤메이며 뛰어다니던 모습이 어찌나 다급하고 간절해 보이던지...어린 마음에 동생을 잃어버린줄 알고 얼마나 당황스럽고 걱정했을지... 너무나도 평범한 그림들이 오히려 그 평범함으로 인해 우리에게 더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온것 같아요.
이 책을 보신 많은 독자들이 대부분 같은걸 느꼈을꺼라 생각해요. 마지막에 순이가 영이를 찾아 부둥켜 안고 영이의 무사함을 안도하는 그 표정이, 저의 마음을 무척이나 따뜻하게 해 주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선 괜히 좋아서 못견디겠다는듯이 서로를 끌어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참 흐뭇했답니다. 처음엔 그저 평범해 보이던 그림들이, 영이의 신발을 신겨주던 앞표지속 순이의 모습도, 영이를 안고있는 순이의 얼굴도 무척이나 사랑스럽게만 보입니다.